민완기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여혜주 에디터

입력 : 2025.06.27 16:29

●전시명: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기간: 6. 18 ─ 7. 12
●장소: 본화랑(홍지동 127-11)
From Here to Eternity, 2024, Photography, 89x59cm. /본화랑
 
본화랑은 6월 18일부터 7월 12일까지 민완기 작가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민완기 작가는 뉴욕에서 사진 및 영상 기반 미디어 아트 석사 과정을 마친 후, 미국과 일본 등에서 다수의 수상 경력을 쌓아온 작가로,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존재와 시간, 기억과 소멸 같은 근원적인 질문을 지속적으로 탐구해 왔다. 이번 전시는 그의 작업 세계를 우주적 시선과 철학적 사유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펼쳐 보이며, 사진을 통한 깊이 있는 시각적 사유를 선보인다.
 
Tiny time machine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2024, Photography, 89x59cm. /본화랑
 
작업의 시작점이 된 ‘별과 빛’은 단지 우주의 아름다움을 포착하는 것이 아니라, 삶과 죽음이라는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본질적인 주제에 철학적 사유의 기록이다. 작가는 자연재해나 일상 속의 크고 작은 생의 균열들을 목도하며 인간 존재의 유한성을 체감한다. 죽음이라는 공포의 감정이 다가올때, 그는 오히려 더 멀리-수천, 수억 년의 시간을 가로질러 지금 이 순간 눈에 닿은 별빛을 바라본다.
 
바람에 이는 나뭇가지, 2024, Photography, 89x59cm. /본화랑
 
이미 소멸한 별의 빛이 지금 이 곳에 도달한다는 사실은 작가에게 커다란 위안이자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삶과 죽음, 생성과 소멸은 서로 단절된 개념이 아니라 하나의 연속적인 순환 속에 높인다는 인식은 그의 작품 세계를 이끄는 사유의 기반이 된다. 작가는 죽음이라는 피할 수 없는 명제를 허무로 환원하기보다는, 오히려 유한한 삶에 대한 정중한 태도로 전환시킨다.
 
풀벌레의시간, 2024, Photography, 89x59cm. /본화랑
 
작가는 죽음을 비극적 종착점으로서가 아니라, 또 다른 생성의 가능성으로 인식한다. 별의 폭발이 먼지가 되고, 가스가 되고, 다시 원소가 되어 우주를 떠돌다 새로운 별과 행성을 이루는 것처럼, 하나의 생이 끝나는 순간 또 다른 존재의 탄생을 위한 전제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세계관을 사진의 시선으로 담아내는 것은 단순한 이미지의 수집이 아니라 시공간을 관통하는 통찰을 시각 언어로 보여주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유한한 존재를 향한 성찰을 빛과 별의 관계에 접목시키며, 우주의 시간성 안에 내재한 삶의 의미를 탐색한다. 관람자는 별빛이라는 매개를 따라 시공간을 초월하는 사유의 흐름을 경험하며, 이미지 너머로 드러나는 시간의 깊이와 존재의 순환을 직관적으로 마주하게 될 것이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