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6.24 16:32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산탄데르, 사라고사 전역
9월 14일까지
‘게스트 컨트리’ 부문, 칠레

스페인 전역에 사진 축제가 열린다. 포토 에스파냐에서는 바르셀로나, 산탄데르, 사라고사 등 다양한 도시에서 사진 전시가 열리며, 연계 프로그램까지 함께 경험할 수 있다. 마드리드에서는 왕궁, 프라도 미술관, 옛 급수탑, 옛 제재소 등의 장소에서 80개 이상의 전시가 개최된다.
그중에서도 눈여겨볼 만한 전시 '너 자신을 알라(Nosce te Ipsum)'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사진작가이자 영화감독인 아야나 V 잭슨(Ayana V. Jackson)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는 작가가 작품 제작을 위해 수집한 기록과 관련 도구를 창의적으로 구성해 관람객의 발걸음을 이끈다.
특히 '너 자신을 알라(Nosce te Ipsum)'는 아야나가 유럽에서 선보이는 첫 전시다. 작가는 기존 이미지를 아이러니하게 참조하거나 인용하는데, 19세기 흑인 여성 승마 선수들의 초상화를 재해석한 연작 ‘You Forgot to See Me Coming’에서는 식민주의와 흑인 디아스포라의 재현적 유산을 상상력을 통해 다룬다.



세고비아에서는 폴란드 출신 사진가 마르친 리체크(Marcin Ryczek)의 개인전 ‘symbolos(상징)’이 8월 5일까지 열린다. 2013년 국제 순수예술 사진상에서 1등상을 수상했던 리체크는 일상 속 상징물, 기하학이나 색채의 대비를 통한 조형적 아름다움, 문화적 의미가 현실 인식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한다.
리체크의 작품은 종교적 오브제나 국기, 슬로건 같은 상징물을 등장시켜 자연과 인간에 대한 성찰을 이어간다. 또한 작가는 거대한 의미를 작품에 녹여내기보다는, 일상 속에서 언뜻 드러나는 예술적 순간을 포착해 관람객에게 보여주기만 할 뿐, 많은 말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작가가 포착한 화면은 기하학적 구도가 돋보이고, 착시나 원근법을 통해 상징적 의미를 발견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관람객은 낯선 예술적 경험을 하게 된다.


또한 1998년에 시작해 28번째를 맞는 올해부터는 처음으로 ‘게스트 컨트리’ 부문을 신설해 선정된 국가를 위한 특별 섹션을 마련한다. 올해는 칠레가 선정됐으며, 현대 칠레 사진작가인 로티 로젠펠트(Lotty Rosenfeld), 줄리아 토로(Julia Toro), 마이클 모니(Michael Mauney), 마틴 구신데(Martin Gusinde)의 작품이 마드리드와 산탄데르 지방에 걸쳐 내걸린다.
남미에서 가장 중요한 비디오 아티스트 중 한명으로 꼽히는 로티 로젠펠트는 검열과 국가 폭력에 맞선 투쟁을 담고 있으며, 공공 장소를 상징적인 투쟁의 공간으로 변모시키는 작업을 선보여 많은 주목을 받았다. 고야 미술관에서 로젠펠트의 전시가 열린다.
스페인에서 처음으로 전시되는 줄리아 토로는 칠레 독재의 역사 속에서도 점심 식사 중인 가족, 시 낭송, 웃음과 사랑, 일요일 공원 산책 같은 풍경들로 전환해 비극적이면서도 아름다운 대비를 이뤄냈다. 라사로 갈디아노 박물관에서 토로의 전시를 만나볼 수 있다.
다큐멘터리 사진의 마이클 모니는 칠레가 새로운 미래를 건설하고 있다고 믿었던 시절의 집단적 기억을 되짚어본다. 1971년에 촬영한 미공개 아카이브 작품을 통해 단순히 대중의 인물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분열 직전의 혼란스러운 국가를 보여준다. 카사 데 아메리카에서 전시된다.
칸타브리아 중앙 도서관에서는 마틴 구신데의 작품이 내걸린다. 구신데는 칠레 전통 부족인 셀크남, 야간, 카웨스카 부족의 목소리를 되살리고, 세대를 거쳐 전해지는 독특한 세계관의 증언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작가는 그들과 유대감을 형성해 세계관, 언어, 전통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고 그들의 정체성을 사진 작품으로 포착했다.

그 밖에도 수많은 전시가 계속된다. 한편, PHE25 어워드에서는 조엘 마이어로트비츠(Joel Meyerotwitz)가 수상했고, 산탄데르 시의회는 사진찍기 행사를 개최한다. 9월 14일까지 열리는 포토 에스파냐는 ‘After All’이라는 슬로건으로 사진의 역사적 발전과, 사회·정치·역사·문화 환경과의 관련성에 대해 탐구한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