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6.12 14:15
서승원 개인전 ‘The Interplay’
7월 12일까지 삼청동 PKM 갤러리


작가가 살아오며 겪은 경험은 때때로 작품으로 승화되기도 한다. 작가 서승원은 어린 시절 한옥에서 지내던 기억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추상적 조형 언어를 완성해 냈다.
한옥의 격자 문양 문창살은 화면 위 기하학적인 구성의 토대가 됐고, 창호지 너머 어른거리던 자연은 빛과 색이 진동하는 화면으로 승화했다. 또한 작가의 어머니가 다듬이질로 흰옷을 빨래하던 기억은 작가 특유의 색감을 완성하게 됐다. 작가는 이러한 색에 대해 ‘걸러진’ 색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작가의 초기작에서 사용한 오방색은 살아온 세월의 겹만큼 긴 시간 동안 걸러져 근작에서 투명하고 맑은 빛으로 정제돼 나타나고 있다. 예로부터 이어져 온 한국 고유의 심미안과 현대적 추상, 작가의 개인적 기억과 경험까지 어우러져 무한하고 자유로운 세계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서승원은 1960년대부터 추상 화면에 한국의 미의식을 결합하는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 왔다. 특히 ‘동시성’이라는 자신만의 기법으로 꾸준히 전개했는데, 이는 1967년부터 시작해 50여 년간 천착한 작업의 중심 개념으로, 보이지 않는 피안을 모든 것이 균등하게 공존하는 가시적인 세계로 드러나게 한다는 철학적 사유를 담고 있다.




서승원의 개인전 ‘The Interplay’가 7월 12일까지 PKM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4년 만에 열리는 개인전으로 작가가 최근 추구하는 미학과 조형적 탐구를 집중 조명한다.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는 작품은 배면에서 스며 나온 듯한 은은하고 부드러운 빛깔이 경계 없는 사각의 형태로 화면 위를 부유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러한 기하추상 속에서 작가는 경계를 지우고 고요한 명상의 세계로 접어든 작업 세계를 드러낸다.
이번 전시에서는 물리적인 규모보다 밀도와 깊이에 초점을 맞춘 100호 이하의 회화 작품 여러 점이 내걸린다. 화면과 화면, 작품과 공간이 상호 작용하며 만들어 내는 전시장의 공기는 관람객에게 형상과 여백, 조화와 긴장에서 오는 다차원의 시각 경험을 선사하며 깊은 사유와 울림을 전한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