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6.04 17:07
그라플렉스, 김미영, 코인 파킹 딜리버리, 박선기, 김선우
‘아뜰리에 가나: since 1975-행복은 초콜릿으로부터’
6월 29일까지 송파구 신천동 롯데뮤지엄


제품 출시 50주년을 기념해 가나 모두에게 친숙한 가나 초콜릿을 예술로 재해석한 전시 ‘아뜰리에 가나: since 1975-행복은 초콜릿으로부터’가 6월 29일까지 송파구 신천동 롯데뮤지엄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작가 그라플렉스(GRAFFLEX), 김미영, 코인 파킹 딜리버리(COIN PARKING DELIVERY), 박선기, 김선우가 초콜릿이 선사하는 감각적 경험을 자신만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신작 31점을 선보인다. 출품작은 전부 이번 전시만을 위해 제작된 것으로, 부드러운 물성, 나눔의 가치, 기억과 추억처럼 초콜릿의 다양한 특성을 예술로 승화한다.


그라플렉스는 픽셀과 볼드 캐릭터로 다양한 인물과 사물, 상황을 아이콘화하는 작가다. 초콜릿이 탄생하는 순간을 시그니처 캐릭터를 통해 독창적으로 시각화했다. 김미영은 물감을 두껍게 올려 조각적인 면모를 선보이며, 동양화 기법을 접목해 작가 고유의 생동감 있는 붓 터치로 작품을 표현했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초콜릿 특유의 부드러운 물성을 결합해 회화와 영상 작품으로 자신의 작업세계를 펼쳐냈다.



김선우는 도도새에 현대인의 모습을 투영하는 개성있는 세계관을 바탕으로 아프리카 정글에서 최상급 카카오를 쫓는 도도새의 여정을 관람객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연출했다.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박선기는 숯과 같은 동양적 소재를 이용해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탐구하고 공간을 점유하는 감각에 대해 작품으로 풀어냈다. 이번 전시와 출품작에 대한 설명을 듣기 위해 작가 박선기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 박선기는 "초콜릿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나요"라며 유쾌하게 운을 뗐다. 박선기는 자연에서 빌려온 소재로 입체적인 형상을 선보여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탐구해 왔다. “네 가구만 있는 산동네에서 태어났어요. 비슷한 나이 또래 친구도 없어서 저만 혼자 닭 구경하고, 열매 따러 다니고 놀았죠. 그러면서 은연 중에 자연에 대한 호기심이 축적된 것 같습니다. 최근엔 기후 문제가 대두되는데, 우리 자연이 얼마 못 간다는 이야기도 있죠. 그래서 더욱 작품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게 됐어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격자 모양의 사각형 초콜릿을 부러뜨려 남과 나눠먹던 기억을 떠올린 작가는 최초로 선을 사용해 조형적 아름다움과 따뜻한 정을 동시에 표현했다. 또한 이번 출품작은 나무를 매달아 놓은 틈 사이로 관람객이 드나들 수 있도록 의도해 관람객이 직접 작품에 참여하고 내부를 오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오브제를 매달아 작품을 구성할 때, 작품이 점유할 공간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합니다. 조명과 그림자, 전시 동선까지 머릿속으로 수없이 상상합니다.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죠. 처음엔 돌을 매달았는데, 돌이 너무 무겁고, 또 그걸 지탱하기 위한 구조물을 구축하는데 힘이 들었습니다. 위험성 문제도 있었고요. 그 뒤엔 나무와 숯을 활용하게 됐어요. 나무를 모아 숲을 구성한다는 마음으로, 숯은 죽고 타버린 나무가 아닌, 또 다른 가능성을 품은 오브제라는 마음가짐으로 작업을 이어갔죠.
이번 전시에는 드로잉 작품도 함께 출품된다. “평면적으로 표현해보면 어떨까 싶어서 일종의 실험을 해보는 겁니다. 근데 완전 드로잉은 아니고 일종의 꼴라주입니다. 멀리서 보면 단순히 그린 것 같은데 사실은 그 위에 다양한 재료를 붙여 쌓아 올린 거죠.”

박선기의 작품을 자세히 보면 실에 매달린 오브제가 전시장 내 공기의 흐름에 따라 미세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세계적인 무대에서 활동하는 박선기가 조각가로도 불리지만 설치미술가로 더 널리 알려진 이유다. 조각은 대체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나 박선기의 작품은 전시장 공간과 상호작용하며 빛과 공기까지 작품의 일부가 된다.
"사실 미술 작품이라는 게 사방에서 아름다운 작품을 찾기는 쉽지 않아요. 모든 각도에서 완벽한 작품은 없죠. 그런데 설치 미술은 아무래도 평면 작품에 비해 관람객이 작품 안으로 들어갈 수 있고, 둘러싸여 작품 세계에 깊게 빠져들 수가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보다 더 다채로운 전시 경험과 감정, 감각을 느끼게 되죠. 어쩌면 건축가의 작업과도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네요. 그래서 더욱 전시장에 직접 방문해 작품을 감상하셨으면 좋다는 생각이 드네요."



한편, 다채로운 전시 연계 프로그램도 체험할 수 있다. 폐관시간 이후 프라이빗 관람과 작가와의 대화를 결합한 '미드위크 뮤지엄'이 진행된 바 있고, 매주 토, 일요일에 하루 3회차 진행되는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은 전시의 주요 테마인 초콜릿과 감각을 어린이 눈높이로 풀어내는 창의적인 수업으로 구성했다. 참여 아동은 전시 관람을 통해 예술적 영감을 얻고, 이후 전시에서 만난 다양한 작품을 자신만의 관점과 표현법으로 직접 만들고 그려보는 시간을 갖는다. 전시는 6월 29일까지. 성인, 청소년 1만2000원, 어린이 6000원.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