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보리 '몸 꽃'

  • 박민선 에디터

입력 : 2025.05.15 14:37

●전시명: '몸 꽃'
●기간: 5. 28 ─ 6. 27
●장소: 갤러리 플래닛(압구정로71길 14)
Yellow Painting, 2025 oil on canvas, 91x116cm. /갤러리 플래닛
Blooming Shirts 1, 2025, 와이셔츠, 넥타이와이어솜바느질, 44x36x9cm. /갤러리 플래닛
 
갤러리 플래닛은 2025년 5월 28일부터 6월 27일까지 허보리 작가의 개인전 《몸 꽃》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조형 언어를 통해 일상의 단면을 탐구해온 작가가 최근 몇 년간 집중해온 회화 및 설치, 오브제 작업을 중심으로 구성되며, 생존과 돌봄, 노동과 존재의 흔적을 식물의 형상에 빗대어 표현한 신작들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서는 전면 회화 형식의 식물 추상 시리즈인 《Little Flower》와 《Tree Abstract》를 비롯해, 입체 작업으로 확장된 《하얀숲》, 《Blooming》 시리즈를 함께 선보인다. 작가는 셔츠, 이불, 소창과 같은 일상의 직물을 해체하고 꿰매어 덩어리 형태의 조각으로 재구성한다. 이는 경쟁 사회의 전투복이자, 삶과 죽음을 통과하는 천의 물성을 통해 생의 은유를 드러내는 동시에, 식물에 투영된 인간의 몸의 흔적이기도 하다.
 
허보리 작가는 제주 숲속에서 마주한 식물 군집의 무작위적이고 치열한 생존 양상 속에서 인간 삶의 혼란스러움과 생의 열망을 떠올렸다. 초기에는 욕망처럼 얽히고 설킨 식물의 형상을 와글거리는 붓질로 담아냈다면, 최근에는 반복적이고 강렬한 터치를 화면 전체에 축적하는 추상 회화로 발전했다. 이러한 화면은 멀리서 바라보면 고요하고 평온한 결을 이루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수없이 중첩된 붓자국과 물감의 질감 속에 생의 긴장감과 격렬한 감정이 응축돼 있다.
 
little_Flowers 16, 2025, oil on canvas. /갤러리 플래닛
 
미술평론가 강수미는 허보리의 작업을 “삶에서 고귀한 것들이 미술이라는 협소한 대지 위로 내려앉는 과정”이라 평하며, 그녀의 ‘꽃’이 단순한 자연의 장식이 아닌, 고단한 삶을 살아낸 몸의 흔적이자 작가의 끊임없는 자기 탐구라고 말한다. 이는 사랑과 생계, 죽음과 애도를 아우르는 존재론적 상징이기도 하다.
 
개인전 《몸 꽃》은 삶의 흔적이 스민 천과 화면 가득한 붓질을 통해, 몸의 기억이 꽃으로 피어나는 순간을 포착한다. 작가는 일상의 사소한 조각들을 예술로 승화시키며, 그 안에 담긴 생의 감정과 시간을 관람자와 함께 마주하고자 한다.
 
Yellow Painting, 2025, oil on canvas, 91x116cm. /갤러리 플래닛
 
허보리(1981–)는 서울대학교 서양화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갤러리 플래닛, Bol Gallery(싱가포르), 통인화랑, 갤러리 나우, 가나아트파크 등에서 18회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또한 서울대학교 미술관, 이화익갤러리, 롯데 애비뉴엘, 유아트스페이스, OCI미술관, 양평군립미술관 등에서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으며, 주요 작품 소장처로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셀트리온, 태성문화재단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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