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4.16 20:26
4월 16일 VIP 프리뷰 개막
역대 최대 규모
삼성동 코엑스 A·B 홀에서 4월 20일까지


지난 몇년간 화랑미술제는 성장한 한국의 미술시장에 발맞춰 규모를 키워왔다. 그러나 대형 갤러리의 참여가 저조해 볼만한 부스가 부족하다는 문제와, 각 갤러리의 출품작 퀄리티가 균일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키아프와 프리즈가 동시에 개최되며 볼거리가 많아져 화랑미술제를 ‘스킵’하는 컬렉터가 늘어나기도 했다.
내실보다는 외연의 확장에만 집중한 것이 아닌가 하는 지적이다. 올해 4월 16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VIP 프리뷰를 시작으로 5일간 진행되는 2025 화랑미술제 역시 역대 최대 규모로 168개의 갤러리가 참여한다. 개최 이래 처음으로 코엑스 A홀과 B홀을 사용한다. 그러나 매년 규모를 키워오고 있는 것에 반해, 컬렉터들의 기대감은 크지 않았다.



최근의 경향으로만 화랑미술제의 가치를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화랑미술제는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미술 박람회다. 1976년 미술의 대중화를 위해 화랑 대표 5인이 모여 화랑협회를 창립한 뒤, 1979년에는 제 1회 한국화랑협회전을 개최하는데, 이는 현재의 화랑미술제가 된다. 올해로 43회 째를 맞은 화랑미술제는 전통과 역사 면에서는 해외 아트페어와 비교해봐도 뒤지지 않는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가장 오래된 아트페어인 ‘KunstRAI’는 올해로 41주년을 맞았고, 미국 뉴욕의 ‘더 아모리쇼’는 30주년을, 프리즈 서울로 잘 알려진 ‘프리즈’ 또한 올해로 21년차다. 화랑미술제는 자신들이 가진 이러한 장점을 특장점으로 삼아 앞으로 더 보존하고 살려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의 전통을 간직한 채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2025년의 화랑미술제는 신진 작가 특별전 ‘ZOOM-IN Edition 6’와 미술시장의 각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하는 ‘ART&ARTIST TALK’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이번 ZOOM-IN Edition 6에서는 보다 새로운 감각을 발굴하기 위해 이은주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김성우 프라이머리 프랙티스 큐레이터, 박가희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윤율리 일민미술관 학예실장 등 외부 심사위원들이 참여해 작가 선정에 심혈을 기울였다.
올해부터는 단일 작가를 집중 조명하는 솔로부스 섹션이 신설된다. 가나아트, 김리아갤러리, 갤러리 미루나무, 아트스페이스3, 노화랑, BHAK, 이길이구갤러리, 예원화랑, PKM갤러리, 아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자인제노, 이유진갤러리, 도잉아트, 나인갤러리, 맥화랑, 오케이앤피, 서정아트 등 총 17개 갤러리가 솔로 부스를 마련해 A홀 메인 동선에 배치된다.



그 밖에도 갤러리바톤은 이재석의 기하학적 회화, 박이도의 밀랍을 이용한 추상 회화, 리암 길릭(Liam Gillick)의 설치 작품을 내걸어 많은 관심을 받았다. 피비갤러리는 이교준, 이영준, 이명미, 함미나, 권오봉, 전명은의 작품을 내걸어 피비갤러리가 현재 어떤 관점으로 미술을 바라보고 작가를 선정하는지 관객에게 선보였다. 갤러리 전의 부스 외벽을 장식한 이상용의 벼루 작품은 오픈 첫날 대부분이 팔리며 저력을 보였다. 313아트프로젝트는 헤르난 바스(Hernan Bas)의 대작과 우국원의 작품을 내걸었고, 국제갤러리는 구본창, 이광호, 김윤신, 김홍식, 하종현, 박진아, 박서보, 우고 론디노네(Ugo Rondinone) 등의 작품을 보였으며 줄리언 오피(Julian Opie), 장-미셸 오토니엘(Jean-Michel Othoniel)의 작품은 오픈 3시간 만에 판매됐다.

그동안의 침체된 분위기와는 달리 오픈 첫날 많은 인파가 몰리며 올해 미술시장의 긍정적 향방을 가늠케 했다. 해가 바뀌고 봄이 오며 아트페어들이 열리기 시작됐고, 마찬가지로 화랑미술제를 통해 본 한국 미술은 전반적으로 움추려들었던 분위기 속에서 기지개를 켜는 움직임을 보이는 듯 했다. 화랑미술제 역시 한국미술의 현재를 짚어내며 훈풍 속에서 많은 관람객을 맞았다. 입장료 2만원.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