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4.14 17:23
●전시명: 'LAZY'
●기간: 4. 12 ─ 5. 17
●장소: PKM갤러리(삼청동 157-83)

PKM 갤러리는 4월 12일부터 5월 17일까지 동시대 대중문화를 패러디와 유머로 변주해 온 팝 아티스트 샘바이펜의 개인전 «LAZY»를 개최한다. 작가 데뷔 10주년을 맞이해 기획된 이번 전시에서는 현대인의 ‘게으름’의 심리를 주제로 한 신작 페인팅 18 점과 함께, 화면 속 도상을 활용한 아트 상품, 전시 주제에서 영감을 받은 젊은 뮤지션들의 음원이 순차적으로 공개된다.
샘바이펜은 익히 알려진 브랜드나 문화적인 대상을 패러디하고 특유의 캐릭터와 스토리를 창조하며 작업 세계를 구축해 왔다. 기업의 마스코트, 인터넷 밈, 만화 캐릭터, 영화, 명화 등 현대 소비사회의 낯익은 이미지를 서로 충돌시키거나 기발한 관점으로 비틀고, 나아가 진짜와 가짜의 구분에 물음을 던지는 그의 작업은 ‘모든 사람을 위한 예술’을 모토로 한다. 어렵지 않은 방식으로 대중과 소통하여, 복잡한 현실에서 누구나 마음껏 상상을 펼칠 수 있도록 기꺼이 촉매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번 전시 «LAZY»에서 샘바이펜은 현대 사회의 ‘게으름’에 관해 주목한다. 쏟아지는 정보 홍수와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빨리감기와 숏폼의 속도에 익숙해진 현대인은 수시로 방향 감각을 잃고, 때맞춰 수행해야 할 수많은 일들에 귀찮음을 느끼는 듯하다. 샘바이펜의 ‘시한폭탄맨’ 아이콘은 이처럼 해야만 하는 일들을 나중으로 미룰 때 생겨나는 마음의 동요, 두려움, 무기력함 등을 상징한다. 폭발하거나 김을 내뿜고, 소진되어 버린 상태의 시한폭탄맨은 에드워드 호퍼나 에두아르 마네의 고전 명화 속에 심슨 가족, 포켓몬스터, 꼬마유령 캐스퍼 등의 만화 캐릭터들과 함께 천연덕스럽게 자리 잡은 채, 관객에게 말을 건넨다.

펜 드로잉과 컴퓨터 그래픽스, CNC 가공, 물감칠을 거쳐 탄생한 이 입체적인 페인팅 시리즈는 샘바이펜을 대표한다. 그는 길거리에서의 그래피티 또한 즐겨 해 왔는데, 본 전시에서는 거리 작업에서 발전한 ‹Wall› 시리즈가 최초로 소개된다. 작가는 쌓아 올린 미디엄을 스프레이와 물감으로 도색했다가 갈아내기를 반복하고, 다시 세필로 그리는 방법을 통하여 거리의 외벽을 연상케 하는 회화를 완성했다. 그 안에는 풍화된 글자와 그림, 다이너마이트와 탱크, 귀여운 동식물 캐릭터가 공존한다. 풍선껌의 판박이 스티커처럼 화면 여기저기에 붙은 “FAKE”라는 단어는 ‘순수예술이 진짜 순수한가’에 대한 작가의 질문을 직설적으로 드러낸다. 누구보다 간결하고 솔직한 어법으로, 샘바이펜은 진짜와 가짜, 순수예술과 상업문화 사이에서 새로운 도전을 지속해 나가고 있다.
유럽과 미국에서 유년기를 보낸 샘바이펜은 학창 시절 사회주의 이미지와 뉴욕 타임스퀘어 광고의 유사성을 발견하고 패러디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2015년 미쉐린 기업의 마스코트를 풍자한 작업을 선보인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서울, 도쿄, 홍콩, 라스베가스, 마이애미 등에서 다수의 전시를 개최했다. 그는 미술 전시뿐 아니라 나이키, 포르쉐, 어도비, KB국민카드 등 국내외 다양한 분야의 브랜드와 협업하고 상품과 벽화, 공공미술 등 장르를 넘나드는 작업을 이어가며 활동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