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 시대의 화가가 추상화를 그린다면? 나이젤 쿡展

  • 김현 기자

입력 : 2025.04.14 16:14

나이젤 쿡 개인전 'Sea Mirror'
5월 17일까지 한남동 페이스갤러리

Dog Thoughts (April), 2025, oil on linen, 135×264cm. /페이스갤러리
전시장에 방문한 작가의 모습. /아트조선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가 추상화를 그린다면?”
 
나이젤 쿡(Nigel Cooke·52)은 추상과 구상을 넘나들며 존재의 흔적을 캔버스 안에 남긴다. 이는 작가가 살아오며 경험한 세계를 해석한 결과물이다. 작가는 “페인팅은 존재의 흔적이 남긴 경험이다. 또한 내면의 삶과 외부의 세계가 연결되는 창이다” 라며 자신의 작업세계에 대해 설명했다.
 
쿡의 작품은 고생물학, 신경과학, 고전 신화 등 다양한 요소에서 영감 받았다. 화면 속 선의 구성은 뇌의 신경망, 인간과 동물의 신체, 자연 지형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작가는 정신과 육체, 인간의 두뇌와 자연세계처럼 익숙한 이분법적 개념을 하나의 유기적인 몸짓으로 통합하는데 관심을 둔다. 따라서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의 시선에 따라 다의적으로 해석되며 무궁무진한 새로운 경험이 가능하다.
 
Sea Mirror 6, 2024, gouache on paper, 17x26cm. /페이스갤러리
 
또한 5월 17일까지 한남동 페이스갤러리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 ‘Sea Mirror’의 출품작은 미술사에 많은 영감을 받아 작업했으며, 작가는 대상의 형태를 표현하는 것이 아닌, 그것이 정신적 영역에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집중했다. 개인으로서 주관적 삶의 경험과 사물이 어떻게 상호작용을 이루고 어우러지는지 표현했다.
 
‘Sea Mirror’에서는 신작을 최초로 공개하며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초상화 형식, 파노라마 형태, 스페인 포르멘테라 섬에서 제작한 작품을 포함해 약 2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또한 이번 전시는 서울에서 두 번째로 열리는 작가의 개인전이다.
 
'Sea Mirror' 전시 전경. /페이스갤러리
'Sea Mirror' 전시 전경. /페이스갤러리
'Sea Mirror' 전시 전경. /페이스갤러리
 
특히 눈여겨볼 점은 캔버스 회화와 함께 스페인 포르멘테라 섬에서 작업한 11점의 종이 작품이다. 이 작품은 작가가 최근 방문한 아이슬란드에서 매일 폭포를 그리며 얻은 경험과도 연관된다. 작품은 삶과 변화, 소멸과 재생을 주제로 하며 자연의 순환과 예술의 상관관계를 탐구한다. 특히 포르멘테라 해변에서 과슈로 제작된 종이 작업은 바닥물을 직접 재료로 사용함으로써, 지중해의 리듬과 정신을 작품 속에 스며들게 했다. 이러한 작업 방식은 물처럼 끊임없이 흐르고 사라지고 다시 생성되며, 이는 작가의 창작 과정과도 닮아있다.
 
한편, 쿡의 작품은 뉴욕 현대미술관, 로스앤젤레스 해머 미술관, 런던 테이트, 파리 피노 컬렉션, 스톡홀름 근대미술관, 상하이 롱 뮤지엄 등 세계 유수의 기관에 소장되어 있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