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4.03 10:22
●전시명: '자이더 에스벨 개인전'
●기간: 4. 1 ─ 5. 17
●장소: 글래드스톤 서울(삼성로 760)

글래드스톤 서울은 브라질 출신의 원주민 현대미술가이자 큐레이터 및 활동가로 활약했던 자이더 에스벨(Jaider Esbell, 1979-2021)의 국내 첫 개인전을 선보인다. 에스벨의 후기 회화와 드로잉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이번 전시는 짙은 검은색 배경과 그에 대비되는 강렬한 문양이 특징적인 작가의 독특한 시각 언어의 정수를 보여준다. 생태운동과 마쿠시(Macuxi)족 우주론을 기반으로 에스벨이 형성한 자연과의 깊은 유대감은 그의 작업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데, 이는 식물성 염료, 신화적 묘사, 그리고 새, 나무, 선인장과 같은 환경적 요소의 형태를 띠기도 한다. 모든 생물체와 자연의 형상들이 상호 연결되어 있고 신화적 존재와 영혼들이 복잡한 생태계 속에서 상생한다는 믿음이 깃든 에스벨의 작품세계는 저항의 서사를 이야기하고 원주민에 대한 인식을 대변한다.
에스벨은 생전 '아티비즘(artivism)'이라는 이름 하에 예술(art)과 액티비즘(activism)의 경계를 허무는 행보를 보였다. 컨템포러리 인디지너스 아트(Arte Indígena Contemporânea) 운동의 핵심 인물이기도 했던 그는 원주민 권리와 영토에 대한 인식 제고뿐만 아니라 서양 미술사의 전통을 초월하는 다양한 탈식민주의적 관점을 부각하는 공간 확보를 위해 힘썼다. 에스벨이 견인한 이 사회운동은 현지 아프로-브라질리안(Afro-Brazilian) 공동체, 원주민, 그리고 역사적으로 소외되어온 이들의 작품활동에 힘을 보탰다. 미술계에서 영향력을 확장해 나가며 보다 많은 이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었던 작가는 그 과정 중에 갤러리를 설립하여 이곳을 예술과 지성을 위한 실험의 장으로 삼았으며, 각종 기관과의 협업을 도모하고 원주민 미술을 주축으로 한 전시를 기획하기도 했다.

에스벨의 작품세계는 액티비즘과 생태학을 연관시키며 원주민과 그들의 땅 사이의 유대감을 높이고 환경 의식의 제고를 호소한다. 이번 전시는 마쿠시족의 우주론적 관점에서 자연 속 생물과 무생물 간의 관계를 조명하는 회화와 드로잉을 선보인다. 그는 마쿠시족 세계관에서 자연을 창조한 신으로 일컬어지는 마쿠나이마(Makunaimî)를 비롯한 다양한 신화적 존재와 영혼을 묘사하며 원주민의 세계관과 미학을 드러낸다. 비가 내리는 순간을 기념하는 순간을 담은 〈A festa da chegada das chuvas〉(2020)는 자연 속에서 발생하는 역동적인 상호작용과 주기적 순환을 포착한다. 다양한 작업에 걸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뱀, 새, 우주적 요소들은 문화적 상징을 넘어 정치적 은유로 기능하며, 아마존 지역에 팽배한 착취적 추출주의(extractivism)에 대한 작가의 비판적 시각을 담고 있다. 예술, 혈통, 생태학이 교차하는 담론을 통해 형성된 에스벨의 ‘아티비즘’은 현대미술의 규범 안에서 원주민 예술의 중요성을 조명하고자 한다.


자이더 에스벨(1979-2021)은 현재 원주민 영토로 지정되어 ‘테라 인디제나 라포사 세라 도 솔(Terra Indígena Raposa Serra do Sol)’로 불리는 브라질 호라이마(Roraima) 주 노르만디아(Normandia)에서 출생했다. 마쿠시족의 일원이었던 에스벨은 생전 현대미술가, 교육자, 작가, 큐레이터, 활동가로 활약하며 브라질 전역에서 원주민 예술을 알리는 데 앞장섰다. 작가의 다학제적 작품세계는 회화, 글, 드로잉, 설치, 퍼포먼스 등 다양한 형태로 실현되며 생태적·정치적 액티비즘의 매개체로 활용됐다.본래 지리학을 공부했던 자이더 에스벨은 2016년 전업작가의 길로 들어서기 전에 수년간 교육자 그리고 원주민 예술 및 사회운동 옹호가로서 활동했다. 2013년에는 자이더 에스벨 컨템포러리 인디지너스 아트 갤러리(Jaider Esbell Contemporary Indigenous Art Gallery)를 설립하여 다양한 큐레토리얼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또한 에스벨의 작업은 2021년 제34회 상파울루 비엔날레 《Though it’s da가, still I sing.》에 소개되며 주목받았으며, 같은 해 상파울루 현대미술관(Museu de Arte Moderna de São Paulo)에서 열린 《Moquém_Surarî : Contemporary Indigenous Art》 전시에 작가이자 게스트 큐레이터로 참여했다. 2022년에는 세실리아 알레마니(Cecilia Alemani)가 기획한 제59회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 《The Milk of Dreams》의 아르세날레 공간에 참여하며 전 세계 미술계의 큰 관심을 이끌었다. 주요 개인전으로는 글래드스톤 갤러리(뉴욕, 2025), 《Apresentação: Ruku》(밀라노/상파울루, 2021), 《Piatai Datai》(자이더 에스벨 컨템포러리 인디지너스 아트 갤러리 및 세스크 센트로, 보아 비스타, 2019), 《Transmakunaima: o buraco émais embaixo》(원주민 박물관, 브라질리아, 2018) 등이 있다. 이외에도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가나자와), 리오 아트 뮤지엄(리우데자네이루), 피나코테카 미술관(상파울루), 브라질 조각 및 생태 박물관(상파울루), 부에노스아이레스 라틴 아메리카 미술관(부에노스아이레스), 마드레 미술관(나폴리), 밀라노 트리엔날레(밀라노), 빈 벨트뮤지엄(비엔나) 등 유수의 기관 단체전에 참여했다. 작가는 2016년 브라질에서 가장 권위 있는 현대미술상인 PIPA 어워드를 수상했으며, 2010년에는 브라질 국립예술재단(Funarte)에서 수여하는 문학창작상을 받았다. 에스벨의 작품은 퐁피두 센터,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부에노스아이레스 라틴 아메리카 미술관, 에스타도 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