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이 변화시킨 오늘날 풍경… 트로마라마展

  • 김현 기자

입력 : 2025.04.01 18:38

전시 ‘Ping Inside Noisy Giraffe’
5월 24일까지 청담동 송은

‘Ping Inside Noisy Giraffe’ 전시 전경. /송은
‘Ping Inside Noisy Giraffe’ 전시 전경. /송은
 
디지털이 변화시킨 노동과 시간에 대해 탐구하는 인도네시아 작가 그룹 트로마라마(Tromarama)의 전시 ‘Ping Inside Noisy Giraffe’가 5월 24일까지 송은에서 열린다. 트로마라마는 페비 베이비로즈(Febie Babyrose), 허버트 한스(Herbert Hans), 루디 하투메나 (Ruddy Hatumena) 3인으로 이뤄져 있다. 이들은 디지털 미디어가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물며 작동하는 방식에 주목하고, 컴퓨터 프로그램, 인터랙티브 설치, 비디오 작업 등을 선보여 오늘날의 환경이 혼종적으로 경험되는 하이퍼리얼리티의 감각을 다채롭게 제시한다.
 
이번 전시는 인도네시아 젊은 갤러리 ROH의 디렉터 준 티르타지가 협력 큐레이터로 참여했다. 전시 제목 ‘Ping Inside Noisy Giraffe’는 줄여서 다시 ‘핑(PING)’이라는 단어로 되돌아오는 약어에서 착안했다. 핑은 수중 탐사에 쓰이는 음파 기술의 일종인 ‘펄스-에코(pulse-echo)’ 방식으로 컴퓨터 장치 간의 메시지 전송 시간을 측정하는 신호나 행위를 뜻한다.
 
‘Ping Inside Noisy Giraffe’ 전시 전경. /송은
‘Ping Inside Noisy Giraffe’ 전시 전경. /송은
 
이를 통해 작가는 컴퓨터 프로그램과 인공지능이 무한과 같은 추상적인 개념을 사유할 수 있을지, 디지털 세계에서 셀 수 없는 빈도로 송수신되는 핑이 일상에 어떻게 침투하는지, 혹은 인간과 기계의 관계 속에서 새로운 형태의 실체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 등의 질문을 다방면으로 던진다.
 
1일 청담동 송은에서 인도네시아 콜렉티브 트로마라마(Tromarama)의 한국 첫 개인전을 맞아 통역사와 함께 설명하고 있는 모습. /아트조선
‘Ping Inside Noisy Giraffe’ 전시 전경. /송은
 
전시장 2층에는 ‘Contract’(2025)가 있다. 이 작품은 X.com(구 트위터)에서 #asset이라는 해시태그가 포함된 트윗을 실시간으로 추출하고, 이를 추상적인 사운드로 변환한 후 컵라면으로 조형된 스피커를 통해 송출한다. 메인 전시장에는 넓은 공간의 벽면을 빈틈없이 둘러싼 시트지를 볼 수 있다. 언뜻 피 같기도, 그래픽 같기도 한 이 이미지는 인도네시아어로 ‘젖소’를 의미하는 ‘사피 페라(Sapi Perah)’가 비유적으로 캐시카우를 뜻하는 현지 관용어구를 시각화한 것이다.
 
‘Ping Inside Noisy Giraffe’ 전시 전경. /송은
지하 1층에서는 인도네시아 전통놀이에서 영감을 받은 퍼포먼스가 진행된다. /아트조선
 
‘Ping Inside Noisy Giraffe’는 작가의 작품 세계 전반에 걸친 영상과 더불어 알고리즘으로 생성된 연결고리를 활용한 전작의 확장을 꾀하고, ‘Contract’를 포함해 두 개념의 간극이 상충하며 빚어내는 아이러니를 다루는 신작 ‘Golden Ratio’(2025), ‘Dear oh dear oh dear me’(2025), ‘Purple Collar’(2025)를 한데 모아 선보인다. 이를 통해 현재 인도네시아의 노동 환경과 여가 문화를 왜곡하고 재편시키는 데이터 처리 방식을 통한 다층적인 사유를 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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