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향하는 한국 미술, 아라리오갤러리 상하이 재개관

  • 김현 기자

입력 : 2025.03.25 14:51

상하이 쑤저우 강변 수허하우스
김병호·김인배·이정배·이승애·임노식·천위판·천위쥔·후윈·포코노 짜오위·코헤이 야마다
작가 10인 개관전 ‘Fluid in Forms 虚实相(허실상)’ 5월 11일까지

 
최근 국내 아트페어·갤러리·정부의 시선이 해외로 향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공모해 선정한 기업 아트미츠라이프와 함께 태국 최초의 아트페어를 열기도 했다. 커진 국내 미술계의 인프라를 이용해 해외에 다양한 작가를 알리고, 비전을 확장해 새로운 담론을 제시하기 위해서다.
 
아라리오갤러리는 19일부터 풍부한 역사와 문화를 자랑하는 상하이 중심부 징안구 쑤저우 강변에 아라리오갤러리 상하이를 재개관한다고 밝혔다. 2014년 처음 상하이에 진출한 후 현재까지 중국에서 아시아 작가들의 교두보가 되기 위한 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한 도약이다.
 
아라리오갤러리 상하이가 새롭게 자리 잡은 장소는 쑤저우 강변에 위치한 문화공간 수허하우스(SUHE HAUS)다. 1931년 건축 설계사무소 앳킨슨 & 댈러스(Atkinson & Dallas)가 설계한 아르데코 양식의 건물로, 상하이의 역사를 품은 대표적인 건축물 중 하나다. 현재 수허하우스에 입주한 미술기관은 아라리오갤러리 상하이, 아치 갤러리(Arch Gallery), 롱라티 파운데이션(Longlati Foundation), P.art 그룹(P.art Group), 샹아트 갤러리(ShanghART Gallery), 수파 아트 스페이스(Soofa), 탕² 익스체인지(TANG² Exchange), 더 패럿(The Parrot) 등이 있다. 수허하우스 내 미술기관이 19일 동시에 전시를 개막해 현지 미술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KIM Inbai, Back 1_4-drawing 4, 2024, Graphite on paper, 29x21cm. /아라리오갤러리
LIM Nosik, Tree - Landscape 15, 2024, Oil on canvas, 100x70cm. /아라리오갤러리
 
이번 개관전에는 김병호(51)·김인배(47)·이정배(51)·이승애(46)·임노식(36)·천위판(CHEN Yufan·52)·천위쥔(CHEN Yujun·49)·후윈(HU Yun·39)·포코노 짜오위(Pocono ZHAO Yu·35)·코헤이 야마다(Kohei YAMADA·28)로, 세대를 아우르는 한·중·일 작가 10인이 모여 일상적 사물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현실의 유동성에 관한 각자의 개별적 표현 방식을 탐구한다. 이를 통하여 동아시아의 시각적 전통이 오늘날의 글로벌한 맥락 속에서 어떻게 진화하고 변모하는지를 조명한다.
 
김인배는 시각적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현상을 상상함으로써, 인식 확장의 촉매로서의 ‘보이지 않는 것’을 탐구한다. 그는 신체를 공간 속의 점, 선, 면으로 옮기거나 광활하게 그려내며 동아시아 전통 산수화의 분위기를 표출한다. 임노식의 근작 역시 풍경에 주목하며 무형의 힘을 지속적으로 탐구하고 있다. 작가는 상호적인 자기망각의 관찰 방식을 통해 공기와 투명한 대기를 묘사한다.
 
CHEN Yufan, A Cut Landscape No.19, 2024, Mixed techniques, acrylic on wood board, 62×62cm. /아라리오갤러리
CHEN Yujun, Terre des Hommes NO.250220, 2025 Mixed media on watercolour paper 36×61cm. /아라리오갤러리
 
천위판과 천위쥔은 고향에 대한 기억과 오랜 이주 경험을 그려낸다. 유사한 기억과 경험을 바탕으로 이들은 극명하게 구별되는 서로 다른 개성을 드러내는데, 전자는 개인의 존재, 반복적인 노동, 사회 질서에 대한 경험과 성찰을 차분하고 추상적인 언어로 표현한다. 한편 후자는 기억과 현실이 열정적이고 통합적으로 엮이는 장면을 구성함으로써 자아의 구원과 먼 미래를 향한 유목적 삶의 방향에 대한 답을 모색한다.
 
LEE Jeongbae, Red Peak, 2023-2024, Resin, urethane paint, 103x49x3(d)cm. /아라리오갤러리
Kohei YAMADA, Untitled, 2024, Oil on canvas, 61.2x50.2cm. /이라리오갤러리
 
이정배는 도시 풍경 속에 산과 강, 하늘의 파편들을 담아낸다. 기하학적인 분할과 FRP, 알루미늄 패널 등의 산업용 재료를 사용해 자본주의와 물질주의에 의하여 해체된 동시대 자연의 모습을 독특한 추상적 풍경으로 재구성한다. 코헤이 야마다 또한 도시와 자연의 풍경을 주제로 다루는데, 겹겹이 쌓인 기하학적 색면으로 구축한 추상 화면은 특유의 색채와 깊이, 밀도 로써 관조적이고 명상적인 분위기를 이끌어낸다. 작가는 수많은 층위의 중첩을 통하여 매개적 공간이자 접경 지대로서의 '경계'에 관하여 이야기한다.
 
LEE Seung Ae, Botanical Totem I, 2024, Graphite, paper, 45.5x37.9cm. /아라리오갤러리
KIM Byoungho, 48 Vertical Gardens B36C12, 2024, Aluminum, stainless steel, resin, acetal, copper plating, urethane coating, 22x22x82(h)cm. /아라리오갤러리
 
본 전시에 깃든 또 다른 하나의 미묘한 층위는 작가들이 시도하는 사물의 의미론적 치환과 추론에 대한 태도이다. 사물을 원래의 의미에서 분리하고 분리함으로써, 그들은 단순한 물질적 형태를 초월하는 현대적 맥락에서의 새로운 해석을 활성화한다. 이승애의 작품에서 식물 이미지는 감정, 신앙 등 무형의 요소를 감추고, 보이지 않는 힘, 즉 에너지, 정서, 빛, 소리는 내면과 외면 사이의 공간에 스며든다. 김병호는 합리주의를 기반으로 한 현대문명 속에서 개인과 집단 사이의 긴장과 모순, 동질성과 차이를 드러내기 위해 정밀한 기계적 복제와 역설적인 비평을 통해 자신의 조각을 인위적으로 가꾸는 '정원'에 비유한다.
 
HU Yun, 棕榈 06(无题)Palm 06 (Untitled),胡昀 HU Yun,2018,描图纸上水墨,Ink on tracing paper,110x150cm. /아라리오갤러리
Pocono ZHAO Yu, Newcomer, Messenger 02, 2017-2023 Italian yellow marble, cement, metal plate, acrylic, resin, photography, 47×65×8cm. /아라리오갤러리
 
후윈은 현실과 초월, 물질성과 영성, 가시성과 비가시성 사이의 경계를 탐구하기 위해 역사적 단편을 추적하고, 수집하고, 재편집한다. 마찬가지로 작품 속 식물 이미지는 그것을 뒷받침하는 깊은 문화적 맥락을 통해 더욱 풍부하고 다양한 의미를 획득한다. 반면 포코노 짜오위는 사적 문화를 타 문화 중 하나로 전환하고자 한다. 작가는 걷기와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기호학, 문학, 사회과학의 요소에 연결해 장면을 해체함으로써 문명과 문화 변혁의 세계적인 흐름을 드러낸다. 작품에서 새로운 화자는 역사적 진실을 탐구하고 원본과 복제품 사이의 복잡한 상호 작용을 탐구하는 침입자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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