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3.06 16:54
‘ACF(Art Chosun Focus)’
국내외 동시대 참여 작가 27인 15회 연재
3월 19일부터 3월 23일까지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컬쳐파크

※편집자주
ART CHOSUN, TV CHOSUN 미디어 양사가 공동 주최하고 ACS(아트조선스페이스), 프로젝트더스카이가 공동 기획한 ‘ACF(Art Chosun Focus)’가 3월 19일부터 3월 23일까지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컬쳐파크에서 열린다.
참여 작가는 27인으로 작가를 대표하는 작품이 선정돼 행사 기간 중 전시된다. 이에, 본지는 각 작품을 관람하기 전, 미리 알아두면 좋을 작가의 작업관을 요약해 설명한다. 해당 기사는 전시 시작 전까지 15회에 걸쳐 연재된다.

변화를 뛰어넘을 수 있는 것은 근원에 있다. 채성필(52)의 작업 세계에서 모든 것이 흙으로 귀결되는 이유다. 흙, 그것은 자연 그 자체의 본질이자 원형으로서 자연과 가장 가까운 형태다. 모든 생명은 흙에서 잉태되며 종국에는 흙으로 돌아간다. 만물의 중심에 있는 흙은 자연의 섭리를 간직하고 있다.
채성필은 흙을 소재로 삼아 자연의 본질을 이야기하는 회화 작업에 천착해 왔다. 그는 실제로 흙으로부터 만든 천연안료를 비롯해 먹, 은분 등을 사용해 목(木)·화(火)·토(土)·금(金)·수(水) 오행을 화면 위에 구현하고자 한다. 태초의 자연이 음양의 조화와 오행의 상극상생으로 만들어진 데에서 기인한 것이다. 화판(畫板)이란 덩어리 자체가 근원의 공간이 되길 바라는 작가의 의도가 담겨 있다.


작가에게 자연은 늘 간구하는 열망의 주제였다. 채성필은 음양의 조화와 오행의 상극상생으로써 빚어졌다고 하는 태초의 자연, 이 현묘한 세계를 구현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 실마리는 흙에 있음을 깨달았다. 흙은 지난 수많은 세월과 역사를 관통해 온 현장이자 인간의 터전이며, 지리 문화적 특성을 보임과 동시에 그것을 초월하는 본질적 공통성 또한 아우른다고 작가는 설명한다. 또한 고국과 가족을 향한 볼 수 없는 그리움이라는 감정을 가시화하고 화면에 담아낼 수 있게 해주는 물질이기도 하다. 그가 고향의 흙을 재료로 사용하는 배경이다. 흙은 그야말로 모든 것을 포용하는 그릇이다.
최근 국제적 관심을 받으며 이른바 ‘핫’하게 떠오른 채성필은 2023년 갤러리 뒤몽테유(Galerie Dumonteil) 상하이에서 개인전을 개최했고, 2023년에 오픈한 파리의 마리안느 이브라힘(Mariane Ibrahim)에서 개인전을 가지는 등 전세계적으로 활발히 활동 중이며 2024년 열린 키아프(KIAF) 에서는 모든 작품이 판매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하태임(52)은 현재 대중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보여준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 작가다. 그의 대표작인 컬러 밴드 연작은 통로라는 뜻의 'Un Passage'란 이름을 지니는데, 아름다운 만곡(彎曲)의 띠를 통해 현대인들에게 위안과 소통을 준다.
하태임의 컬러 밴드는 단순하지만 반듯하게 채색된 원만한 포물선을 그리면서 세계와 나를 연결하는 개성 어린 플로우를 형성한다. 신체와 붓이 일체가 되어 시적 울림으로 전환된 컬러 밴드는 교차와 반복을 통해 경쾌한 진지함을 전달하며 보는 이들에게 긍정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해마다 특별한 기억과 감정을 환기하는 하나의 색을 주제로 전시를 선보여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흑백에서부터 파스텔, 원색까지 기존의 시도를 망라한 다양한 색상의 작품들로 수많은 문화의 층위가 모여 이뤄진 뉴욕의 풍경을 대변하고자 한다. 언어 단절의 시대, 소통의 바벨탑을 가로지른 하태임의 세계관은 동서고금, 색과 공간을 아우르면서 동시대 미술의 진지한 소통방식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하는 듯하다.

안현정 미술 평론가는 “우주로 무한히 확장되는 만곡의 에너지는 수많은 가능성을 탑재해 '색의 인피니티'라고 칭할만 하며, 여백과 공간을 뛰어넘는 작가의 탁월한 색채 해석은 K-Art의 다이내미즘을 보여준다”고 평한 바 있다.
한편, 하태임은 1998년 프랑스 파리 국립 미술학교(파리 보자르)를 졸업한 뒤, 구상 위주의 미술계 트랜드 속에서 컬러 밴드라는 독자적인 추상작품을 꾸준히 소개해 왔다. 이는 한국 1세대 추상화 거장이자 부친인 하인두(1930~1989)의 영향이다. 하태임에게 'Un Passage' 연작은 아버지를 향한 오마주이자 이루지 못한 꿈을 향한 도약과 같다. 작가는 지금까지 가나부산, 서울옥션, 파리 시떼 데 자르, 아트사이드 등 국내외에서 30여 회의 개인전과 200여 회의 단체전을 가진 바 있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