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F 프라이빗 노트] 5장 – 최영욱·김지아나·김남표

  • 김현 기자

입력 : 2025.03.04 14:18

‘ACF(Art Chosun Focus)’
국내외 동시대 참여 작가 27인 15회 연재
3월 19일부터 3월 23일까지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컬쳐파크


‘ACF(Art Chosun Focus)’ 포스터. /아트조선
 
※편집자주
ART CHOSUN, TV CHOSUN 미디어 양사가 공동 주최하고 ACS(아트조선스페이스), 프로젝트더스카이가 공동 기획한 ‘ACF(Art Chosun Focus)’가 3월 19일부터 3월 23일까지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컬쳐파크에서 열린다.
https://www.artchosunfocus.com/
 
참여 작가는 27인으로 작가를 대표하는 작품이 선정돼 행사 기간 중 전시된다. 이에, 본지는 각 작품을 관람하기 전, 미리 알아두면 좋을 작가의 작업관을 요약해 설명한다. 해당 기사는 전시 시작 전까지 15회에 걸쳐 연재된다.
 
최영욱 작가. /작가 제공
 
최영욱(61)의 회화를 ACF(아트조선포커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인연은 서로 다른 존재가 만나 형성되듯, 위아래를 따로 만들어 붙인 달항아리 역시 다른 차원의 만남이 형성한 새로운 인연과 같다. 우주를 품고 있는 듯한 그의 달항아리 그림에 많은 이들이 매료되는 이유다.
 
특히 최영욱은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 빌 게이츠가 구입하고 자택에까지 초대한 사실이 알려지며 이름을 알렸는데, 팬데믹 중인 지난 2020년 10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헬렌 제이 갤러리에서 가진 개인전에서 완판 행렬을 이어갔다. 작가의 달항아리는 단순히 달항아리를 묘사한 것이 아닌, 우리네의 인생길을 담고 있다. 끊기고 이어지는 선들은 만나고 헤어지는 인연이 반복되는 인생사를 표현한 것으로, 도자기를 우리의 인생사와 닮았다는 작가의 관점으로부터 기인했다.
 
최영욱, karma 2024 11-7, 2024, Mixed media on canvas, 92x84cm. /작가 제공
 
작가는 2007년부터 달항아리를 그리기 시작해 현재까지도 젯소와 백색 돌가루를 이용해 달항아리를 그려오고 있다.
 
한편, 최영욱은 1991년에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학사 졸업, 2000년에 동대학원 석사 졸업 후, 사치 갤러리, 노화랑, 소울아트스페이스, 헬렌제이 갤러리 등 런던, 서울, LA, 뉴욕 등 다양한 도시에서 개인전을 가지며 컬렉터들이 사랑하는 작가로 거듭났다.
 
김지아나 작가. /OKNP
 
꽃잎처럼, 물결처럼 때론 산맥처럼 보이며 자연의 생명력과 생동감을 선사하는 김지아나(53)의 독창적인 작업에 세계 미술계가 주목하고 있다.
 
우리네 삶과 사회현상, 인간의 감정 등 무수한 동시대 이야기를 포슬린 조각으로 고안해낸 독특한 조형언어로 풀어내온 작가의 포슬린 작업은 화려한 컬러로 빚어져 입체감과 볼륨감이 도드라지는, 일종의 벽에 거는 조각과도 같은 형태를 띤다. 그의 작업은 빛을 받을 때 진가가 드러나는데, 빛을 마주하면 특유의 강렬한 입체적 변주와 굴곡이 더욱 극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김지아나, Black inside black 24-10, 2024, Porcelain, admixture and stain, 53×46×12cm. /OKNP
김지아나, Violet inside violet 24-43, 2024, Porcelain, admixture and stain, 91×73×14cm. /OKNP
 
김지아나의 작품은 단색화의 연장선에서 이해될 수 있으면서도, 평면성이 아닌 물질을 다각도로 실험적 모색을 바탕으로 단색화와는 다소 차별화된다. 피부처럼 얇은 세라믹 파편을 캔버스 위에 일일이 손으로 붙이며 작품에 에너지를 불어 넣는 작가는 흙을 ‘친구’라고 칭하며 함께 노는 마음으로 작업에 임하고, 재료가 지닌 물성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흙이라는 물성을 온전히 살리기 위해, 굽고 부수며 다시 연결하는 행위를 거듭하는데, 이를 통해 흙의 본성을 고민하고 나아가 생명과 소멸의 의미에 대해 질문하고자 한다.
 
한편, 김지아나는 한국인 최초로 벨기에 보고시앙재단 레지던시 작가로 활동하며, 뉴욕, 마이애미, 브뤼셀, 룩셈부르크, 상하이, 홍콩 등에서의 전시를 통해 글로벌 아트씬으로부터 호평을 받아오고 있다. 그의 작품은 브리셀 빌라엉팡 미술관, 프랑스 소시오떼 빅, 쎌리오 프랑스, 국립현대미술관 등 국내외 주요 기관과 미술관에 소장돼 있다.
 
김남표 작가. /작가 제공
 
섬세하고 세밀하지만, 그만큼 섬뜩한 눈빛의 호랑이가 있다. 김남표(55)의 극사실화는 공간에 더욱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 듯하다. 캔버스 속의 동물은 실감 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눈빛이 슬프게 다가온다. 마치 힘이 빠진 듯 보이는 이들 동물은 작가가 사람에 비유한 것이다. 김남표는 극사실기법으로 동물을 그려내며 겉모습 뿐 아니라 그 안에 감춰진 감정까지 캔버스 위에 담아낸다.
 
작가는 ‘Instant Landscape’(순간적 풍경)로, 즉흥적인 작업방식을 가진다. 작가는 스케치를 하지 않고 순간적으로 연상되는 것을 곧바로 그려낸다. 이러한 방식에 대해 우연성을 받아들이며, 직접적으로 대상을 표현한다. 이른바 김남표의 작품은 ‘순간포착’의 성질을 가진다.
 
김남표, Instant Landscape - Eight Tigers, 2024, Pastel and charcoal on canvas, 130.3x162.2cm. /작가 제공
김남표, Instant Landscape - Tiger and explosion#1, 2022, Pastel on canvas, 145.5x112.1cm. /작가 제공
 
작품은 하얀 캔버스 한 지점에서 우연히 드러나는 선에서부터 시작되며, 그 형태를 통해 화가의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이미지를 계속 이어 그리는 방식으로 확장된다. 때문에 어떤 부분을 어떻게 그릴 것인지 애초에 계획하는 것은 무의미하며, 그리는 매 순간마다 작가는 감각을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김남표는 1998년에 서울대학교 서양화과 학사를 졸업했고, 2006년에 동대학원 석사를 졸업했다. 싱가포르, 영국, 아랍에미리트, 네덜란드 등 국내외 다양한 전시와 페어에 참여했으며 작가의 작품은 서울시립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등의 기관에 소장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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