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2.28 21:23
랍스터 전면에 내세워 미술사 담아
팝아트 최전선에 선 ‘필립 콜버트’ 개인전 ‘PRINTS AND EDITIONS’
3월 11일부터 4월 19일까지 광화문 ACS(아트조선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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랍스터, 랍스터, 랍스터! ACS(아트조선스페이스)에 랍스터가 출몰한다. 똘망똘망한 두 눈과 커다란집게발을 가진 랍스터는 가상공간의 전사가 됐다가, 스팸 캔 안에 들어갔다가, 변기를 뒤집어쓰기도 하며 자유자재로 모습을 바꾼다. 귀여우면서도 자꾸만 시선을 끌어 소장욕구를 자극하는 이 매력적인 랍스터는 어디서 나타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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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랍스터가 될 때, 나는 예술가가 된다”라고 말하는 필립 콜버트(Philip Colbert·46)는 랍스터를 등장시킨 작품을 선보인다. 작품 속 랍스터는 단순히 귀여운 캐릭터로만 치부되기 쉽지만 실은 깊이 있는 미술사적 감각이 작품 안에 공존한다. 콜버트의 작품은 직관적인 즐거움을 선사하고, 들여다보면 들여다 볼수록 깊이 있는 예술적 체험을 경험케 한다.
한편, 필립 콜버트는 팝아트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네오 팝아트 작가로, 대중문화와 만화적 요소를 결합한 작품을 선보인다. 콜버트의 시그니처 캐릭터인 빨간색 랍스터는 유머러스하게 다양한 명화 속에 등장하며, 강렬한 색감과 굵은 윤곽선을 사용해 시각적 임팩트를 준다. 작가는 고전 명화에서 영감을 받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다. 또한 패션 브랜드와 협업하거나 디지털 미디어 플랫폼을 활용하는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아트와 대중 문화를 결합한 독창적인 스타일을 구축한다.
필립 콜버트의 전시 ‘PRINTS AND EDITIONS’가 2025년 3월 11일부터 4월 19일까지 광화문 ACS(아트조선스페이스)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팝아트의 선두주자로 불리는 필립 콜버트의 작품 중 프린트 에디션 작품으로만 구성됐으며, 이러한 형식은 국내에서는 최초다. 전시를 앞두고 작가에게 예술세계를 비롯한 이번 전시에 대한 질문을 서면으로 보냈고, 작가는 위트있으면서도 예술에 대한 고민이 느껴지는 답변을 보내왔다. 다음은 작가와 주고받은 문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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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랍스터는 당신의 작업에서 중요한 모티프다. 랍스터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나는 예술가로서 항상 상징에 관심이 있었다. 상징이란 복잡한 아이디어와 깊은 의미를 사람들에게 매우 직접적인 방식으로 전달하는 방법이다.
그 중에서도 랍스터였던 이유는 밝은 빨간색에 끌렸기 때문이다. 현실과 환상,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뒤흔든 초현실주의 상징물이 된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의 ‘랍스터 전화기’가 랍스터와도 연관된다. 그것은 초현실주의와 놀라운 연관성을 가지고 있었고, 큰 영감을 주었다. 붉은색 랍스터는 삶과 죽음, 그리고 삶과 죽음을 초월하는 질문처럼 나에게 느껴진다.
그것이 나를 상징으로 이끌었다. 나는 초현실주의의 정신을 오늘날의 초현실주의로 전달하는 것을 좋아한다. 초현실주의의 정신을 전달하기 위해 랍스터보다 더 나은 상징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나를 상징으로 이끌었다. 나는 초현실주의의 정신을 오늘날의 초현실주의로 전달하는 것을 좋아한다. 초현실주의의 정신을 전달하기 위해 랍스터보다 더 나은 상징은 없다고 생각한다.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한 점도 인상깊다. 작품을 겉으로 보기에는 귀엽고 친근하지만, 깊게 들여다보면 철학과 미술사적 흔적이 돋보이기도 한다. 철학이 작품에 영향을 주었나? 가장 큰 영향을 준 철학자는 누구인가?
철학을 공부한 것은 확실히 내가 예술가로서 성장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사유하는 법에 대한 유머러스하고 풍자적인 나의 접근 방식, 진지하지 않은 태도는 철학을 공부하면서 생겨난 것 같다.
나에게 정말 중요하고 많은 영감을 준 철학자는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Nietzsch)다. 세상을 재창조하는 예술가의 능력과 시적 철학, 감정적 글쓰기에 끌렸던 것 같다. 나는 철학을 공부한 뒤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여정을 시작했다. 예술을 사랑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생각을 사물과 행동으로 정제하고 물질을 통해 철학을 전달한다는 점.
철학을 공부한 것은 확실히 내가 예술가로서 성장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사유하는 법에 대한 유머러스하고 풍자적인 나의 접근 방식, 진지하지 않은 태도는 철학을 공부하면서 생겨난 것 같다.
나에게 정말 중요하고 많은 영감을 준 철학자는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Nietzsch)다. 세상을 재창조하는 예술가의 능력과 시적 철학, 감정적 글쓰기에 끌렸던 것 같다. 나는 철학을 공부한 뒤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여정을 시작했다. 예술을 사랑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생각을 사물과 행동으로 정제하고 물질을 통해 철학을 전달한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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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사이 선보인 작품에 꽃이 등장한다. 이는 앤디 워홀에 대한 오마주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렇듯 과거의 작품이 오늘날의 작품으로 재구성된다면, 관람객은 어떤 새로운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까?
나에게 예술은 근본적으로 언어다. 이를 통해 과거와의 연관성을 활용한다.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이다. 완전히 홀로 있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시간을 초월해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만드는 것.
그런 점에서 오마주는 과거의 아이디어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특히 나는 워홀의 꽃에 끌렸다. 꽃의 상징이 너무나 가슴 아프고, 그 연약함과 아름다움을 상징하기 때문에. 또한, 워홀은 꽃 이미지를 실제로 잡지의 정원이나 꽃씨 광고에서 따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마디로 내 작품은 오마주의 오마주인 셈이다. 그것을 나만의 작품으로 더욱 발전시켰다. 모든 세대가 작품에 대해 반응하고, 사물을 뒤집거나, 과거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놀고, 언어를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탐구다.
―최근에는 AI가 발달해 사람의 눈을 속이는 이미지나 영상이 등장하곤 한다. 당신의 작품은 동시대의 대중문화, 인터넷 문화를 다루기도 한다. 최근 나타난 기술의 발달이 작품에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하다. 만약 영향을 미쳤다면 어떤 부분인지?
나는 새로운 기술과 그것이 예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하며 영감을 받는다. 나는 기술을 활용하는 것에 긍정적이다. 2D든, 이전에 내 작업에 사용됐던 원격 존재 로봇이든, 전시장을 돌아다니는 가상 로봇이든 상관없다. 실제로 나는 원격 랍스터 로봇을 오프닝에 활용하기도 했다.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나는 항상 관점을 바꾸면 대상이 바뀐다는 생각을 한다. 관점과 사물의 관계는 매우 흥미롭다. 작업 방식을 끊임없이 실험하고 검증한다. 최근에는 메타버스와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멀티미디어로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나는 새로운 기술과 그것이 예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하며 영감을 받는다. 나는 기술을 활용하는 것에 긍정적이다. 2D든, 이전에 내 작업에 사용됐던 원격 존재 로봇이든, 전시장을 돌아다니는 가상 로봇이든 상관없다. 실제로 나는 원격 랍스터 로봇을 오프닝에 활용하기도 했다.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나는 항상 관점을 바꾸면 대상이 바뀐다는 생각을 한다. 관점과 사물의 관계는 매우 흥미롭다. 작업 방식을 끊임없이 실험하고 검증한다. 최근에는 메타버스와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멀티미디어로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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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 출품작은 모두 에디션 판화 작품으로 구성돼 있다. 이러한 작품 형식을 통해 기대하는 바는 무엇인가?
나는 모든 사람을 위한 예술이라는 철학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번 전시를 매우 기대하고 있다. 에디션 프린트를 통해 내 작품을 보다 많은 사람에게 선보이게 될텐데, 그것이 나에게는 아주 중요하다. 때로 예술계는 엘리트주의적이라고 보여지기 쉽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이 내 작품을 소유하거나 구매할 여유가 없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이런 기회를 통해 예술의 문턱을 낮추고 모든 사람을 위한 예술이라는 가치를 실현할 수 있어서 기쁘다.
―패션 브랜드를 만들거나 다양한 분야와 협업을 하고, 작년에는 서울 석촌호수에 랍스터 벌룬을 띄우는 공공미술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이렇듯 전시 공간 밖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는 점이 인상 깊은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앞에서 말했듯, 나는 모든 사람을 위한 예술의 가치를 믿는다. 도시 중심가는 놀랍고도 다채로운 일종의 캔버스다. 초현실적인 방식으로 도시를 예술로 장식하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환상을 현실로 만드는 놀라운 방법이다. 나는 그러한 현상을 매우 흥미롭게 생각하며, 예술에 새로운 차원을 부여한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미술관에 가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을 것이다.
앞에서 말했듯, 나는 모든 사람을 위한 예술의 가치를 믿는다. 도시 중심가는 놀랍고도 다채로운 일종의 캔버스다. 초현실적인 방식으로 도시를 예술로 장식하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환상을 현실로 만드는 놀라운 방법이다. 나는 그러한 현상을 매우 흥미롭게 생각하며, 예술에 새로운 차원을 부여한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미술관에 가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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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질문이다. 랍스터를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다는 과거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그 사실은 아직까지도 변함이 없나?
여전히 랍스터를 먹어본 적이 없다. 일을 하며 만나는 컬렉터나 친구들이 항상 나에게 랍스터를 먹이려고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먹지 않고 있다(웃음).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