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에 걸린 수백 개 도넛… 김재용 ‘런 도넛 런’ 展
입력 : 2025.02.27 14:19
회화·조각 작품 300여 점
4월 5일까지 소격동 학고재
도넛을 유독 좋아한다는 작가 김재용은 선물받은 도넛을 우연히 벽에 걸어보았던 경험으로 오늘날 도넛 작업의 토대를 연상했다고 한다. 작가는 도넛을 즉각적인 달콤함과 안락함의 상징으로 이용한다. 우리 삶에는 먹고 싶은 것과 먹어야하는 것이 공존한다. 언제나 먹고 싶은 것만 먹을 수는 없다. 이는 비단 음식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닌 우리 삶 전체를 표상한다. 작가는 이러한 고민을 달려가며 도망치는 형상의 도넛 작품 ‘런 도넛 런’으로 표현해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벽면에 내걸었다.
김재용의 개인전 ‘런 도넛 런’이 4월 5일까지 소격동 학고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학고재에서 선보이는 세 번째 개인전으로, 작가의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반영한 회화와 조각 작품 300여점을 선보인다. 작가는 주로 도넛 모양의 도자를 제작하고 그 위에 다양한 색의 드로잉과 스프링클을 얹는 작업을 이어왔다. 화려한 색감과 반짝이는 크리스털은 시각적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김재용은 해외 여러 대학을 거쳐 현재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도예학과 부교수로 재직중이다.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후학 양성과 제자들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던 작가는 “학생들을 가르치며 꿈을 포기하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봤다. 저마다 꿈을 향해 포기하지 않고 나아갔으면 하는 마음이 있지만 여러 현실적 조건이 발목을 잡기도 했다. 모두가 저마다의 아름다운 빛을 냈으면 하는 마음에서 크리스털 작업을 시작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벽면을 가득 차지한 회화 작품 ‘달콤한 지식’도 눈길을 끈다. 평소 조각 작업으로 잘 알려진 김재용은 색약이 있어 회화 작업에서의 색을 구성하는데만 1년 넘는 시간을 들였다고 밝혔다. 이 작품은 책을 단순화된 도형으로 변형해 기호적 언어로 구성했는데, 얼핏 보면 동그란 도넛을 옆으로 세워놓은 모습으로 보이기도 한다. 따라서 캔버스 안에서 규칙성과 리듬감을 자연스럽게 형성하며 각자의 삶에서 고유한 의미를 발견하도록 유도한다.
전시장 가장 안쪽 공간에 들어서면 도넛 연작이 가득 펼쳐진다. 마치 보석처럼 빛나는 유약의 색감과 섬세한 장식들이 시선을 사로잡으며, 각 도넛이 가진 개별적인 문양과 색채는 조화를 이루면서도 강렬한 개성을 발산한다. 반복적으로 배치된 도넛들은 단순한 조각을 넘어 하나의 거대한 장식적 패턴을 형성하며, 새로운 공간적 경험을 제공한다.
한편, 김재용은 197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미국 웨스트 하트퍼드 하트퍼드 대학교 하트퍼드 아트 스쿨 조각과를 졸업한 후 미국 블룸필드 힐스 크랜브룩 아카데미 오브 아트 도자과 석사를 취득했다. 현재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도예학과 부교수로 재직중이다. 학고재(2020, 2024), 파워롱 뮤지엄(2019), 보이시 아트 뮤지엄(2019)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주요 단체전으로는 '더 리뷰 파라다이스시티'(2022, 파라다이스시티 플라자, 인천), '모스코-서울: 커먼 아이디어스'(2021, 뮤지엄 모스코, 모스코) 등이 있다. 파워롱 뮤지엄(상하이), 데노스 뮤지엄 센터(트래버스 시티), 브리지포트 대학교(브리지포트), 하트퍼드 대학교(웨스트 하트퍼드) 등에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