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하종현… 이토록 경이로운 그의 과거

  • 김현 기자

입력 : 2025.02.18 17:50

1959년부터 1975년까지 초기 작업 조명
전시 '하종현 5975'
4월 20일까지 소격동 아트선재센터

‘하종현 5975’ 전시 전경. /아트선재센터
‘하종현 5975’ 전시 전경. /아트선재센터
 
‘배압법’으로 알려진 하종현(90)의 1959년부터 1975년까지 초기 작업을 집중 조명하는 전시 ‘하종현 5975’가 4월 20일까지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하종현이 다룬 물질과 회화적 기법이 당시 한국의 시대적 맥락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발전했는지 탐구한다. 하종현의 초기 작업은 한국전쟁과 급격한 산업화, 도시화라는 한국 현대사의 격동에 반응하며, 다양한 재료와 물질성에 대한 실험을 확장해 왔다. 그의 작업은 사회적 현실과 개인적 경험을 재구성하고, 회화의 가능성에 질문하는 실험적 시도로 가득 차 있다.
 
작가는 시대적 흐름을 감지하고 예술의 형식을 빌려 기록한다. 과거와 현재의 시대상은 다르다. 따라서 시대의 영향을 받은 작가의 초기 작업과 후기 작업도 다르기 마련이다. 하종현의 초기 작업에 집중한 이번 전시는 1959년 하종현이 홍익대학교를 졸업한 직후부터 현재 그의 대표작으로 잘 알려진 ‘접합’ 연작을 시작한 1975년까지의 기간을 총 네 시기로 나누어 살펴본다.
 
접합 74-98, 1974, 마포에 유채, 225x97cm. /아트선재센터
접합 74-17, 1974, 마포에 유채, 80x100cm. /아트선재센터
 
먼저 ‘1부: 전후의 황폐한 현실과 앵포르멜(1959–1965)’에서는 앵포르멜의 영향을 받아 전후의 혼란과 불안한 시대 상황을 반영한 작업 시기를 다루고, ‘2부: 도시화와 기하학적 추상(1967–1970)’에서는 가속화된 도시화와 경제성장을 주제 삼은 ‘도시계획백서’ 연작과 전통과 현대의 융합 가능성을 탐구한 ‘탄생’ 연작을 선보인다.
 
전시는 한국아방가르드협회(AG) 활동을 중심으로 하종현이 펼친 다양한 실험적 시도를 소개하는 ‘3부: 한국아방가르드협회(AG)—새로운 미술 운동 시기(1969–1975)’와 작가의 대표 연작 ‘접합’의 초기 작업을 만날 수 있는 ‘4부: 접합—배압법(1974–1975)’으로 이어진다. 하종현의 작업이 전개된 초기 흐름을 따라가는 이번 전시는 작가의 작업이 사회적·역사적 맥락에서 어떤 방식으로 형성되고 진화했는지 보여준다.
 
작품 73, 1973, 패널에 철조망, 60x60cm. /아트선재센터
작품 클로즈업. /아트조선
'작품'(1970) 도면. /아트선재센터
 
특히 인상 깊었던 ‘작품 73’은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철조망을 이용해 당시의 경직된 사회와 언론 검열, 사회적 억압을 은유적으로 드러냈다. 보통 철조망은 통제와 분단을 상징한다. 하종현이 어린 시절 경험한 6·25전쟁의 참상 또한 작품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또한 현재 도면으로만 남아있는 거울 설치 작업 ‘작품’(1970)을 재현해 1970년 전시 이후 최초로 대중에게 공개한다. 이 작품은 여러 개의 거울과 두개골 및 골반 엑스레이 필름을 재료로 활용해 전위적인 설치 형식을 시도한 작업이다.
 
작품 클로즈업. /아트조선
작품 클로즈업. /아트조선
'하종현 5975' 전시 전경. /아트조선
 
이번 전시는 하종현의 초기 작업 세계를 시대적·역사적 맥락 속에서 탐구하며, 작가의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조형 언어가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조명한다. 3월 22일에는 전시 연계 강연 프로그램 ‘하종현: 실험정신의 지속’을 아트선재센터 아트홀에서 선보인다. 강연은 안휘경 솔로몬 R. 구겐하임 재단 글로벌 전시·아시아 미술 이니셔티브 큐레이터가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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