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던 사물의 몰랐던 모습… ‘사물들의 힘’

  • 김현 기자

입력 : 2025.02.05 13:33

4월 25일까지 반포동 스페이스 이수

서도호, '유니폼/들: 자화상/들: 나의 39년 인생', 2006, 직물, 섬유 유리 합성수지, 스테인리스 스틸, 옷걸이 바퀴, 169×254×56cm. /스페이스 이수
임민욱, '알라딘_인터체인지', 2008, 인조모피, 160×622cm. /스페이스 이수
 
일상 속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익숙한 사물을 색다르게 재해석하고 사유의 매개체로 탈바꿈하는 전시 ‘사물들의 힘’이 4월 25일까지 반포동 스페이스 이수에서 열린다.
 
참여 작가는 김범, 박이소, 박진아, 베르트랑 라비에, 서도호, 양유연, 이주요, 임민욱, 정광호, 정서영 10인으로 일상적 사물을 통해 미술과 미술이 아닌 것 사이를 오가며 예술에 대해 탐구한다. 전시에는 비닐민속장판, A4 용지 더미, 대야, 유니폼, 프로젝터, 지점토로 빚은 통닭, 전자레인지처럼 전시장에서 관람객에게 낯선 사유를 유발하는 사물이 전시된다.
 
양유연, 'From Early Evening', 2024, 장지에 아크릴릭, 142×75.5cm. /스페이스 이수
 
이를 통해 실재 대신 정보가 삶을 지배하는 오늘날, 인간의 동반자인 사물을 섬세하게 인식하고, 잊혔던 사물들의 힘을 회복하며, 사물과 함께 살아가는 삶을 제시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들은 우리 주변의 소소한 사물에서 우리가 모르던 숨겨진 비밀을 포착하고, 사물의 신비를 되찾아 주고, 사물과의 풍요로운 대화를 이끌어 냄으로써 사물의 마법을 소환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들의 사물 사이를 거닐면서 사물이 미술이 되는 순간에 동참하고, 우리 곁을 지켜 온 사물들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사물들의 힘’ 전시 전경. /스페이스 이수
‘사물들의 힘’ 전시 전경. /스페이스 이수
 
서도호의 ‘유니폼/들: 자화상/들: 나의 39년 인생’은 유니폼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과거, 현재, 미래를 잇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존재하는 집단 속 개인의 삶을 시각화한다. 서도호의 작업은 작가 자신이 입었던 옷이나 살았던 집(공간의 옷을 떠낸 작업)에서 출발하여 우리 사회의 공통의 기억으로 확장됨으로써 개인과 집단, 개인사와 시대사, 나의 자화상과 우리의 시대상을 동시에 환기하고 사물에 깃든 여러 겹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일상적 사물이 일렬로 배치된 ‘가습기’는 이주요 작가가 작업 배경에 대해 “온풍기를 쓰니 방이 너무 건조해서 두 달째 목감기가 안 떨어져요”라고 유머러스하게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작업은 유독 몸이 약하고 작아 사회적 기준 밖에서 타자화되곤 하던 작가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자 우리 주변부의 작고 여린 것들에 대한 공감과 돌봄에서 시작된다. 춥고 건조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실용적 목적으로 고안된 쓸모 있는 장치이면서도 우리를 둘러싼 사물들의 연대와 연금술적 전환의 순간을 포착함으로써 사물들에 대한 우리의 감각을 확장하고 예술이란 무엇인가를 다시금 질문하게 한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