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러버의 캐비닛에는 뭐가 들었을까?

  • 김현 기자

입력 : 2025.01.31 17:25

전시 ‘호기심의 캐비닛’
페로탕 작가 아트북·에디션·포스터·굿즈
신사동 페로탕 서울

 
페로탕이 북스토어로 탈바꿈한다. 페로탕은 2025년 첫 전시로 ‘호기심의 캐비닛’을 2월 28일까지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갤러리를 대표하는 무라카미 다카시(Takashi Murakami), 조쉬 스펄링(Josh Sperling), 파올라 피비(Paola Pivi), 이배 등 다양한 작가의 아트북, 에디션, 포스터, 굿즈를 만날 수 있다.
 
전시 제목에 들어간 ‘Cabinet de Curiosités(진품실)’은 르네상스 시대에 등장한 개념으로, 개인의 수집품을 진열하는 공간을 의미한다. 당시 탐험가들은 전 세계에서 구해온 물품들을 수집해 진열장에 보관했는데, 이러한 문화는 점차 발전하여 최초의 전시 형태를 갖추게 된다. 조각, 회화 뿐 아니라 도자기, 가구, 고서, 동식물 표본 등 다양한 물품들이 전시됐으며, 수집품의 크기와 희소성이 그 가치를 결정했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수집가의 부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왕족, 귀족의 관심과 참여로 이어지게 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르네상스 시대의 한 탐험가의 캐비닛을 엿보듯, 설립자 엠마누엘 페로탕(Emmanuel Perrotin)과 페로탕 큐레이터의 연구와 안목이 합쳐져 관람객에게 엄선된 컬렉션을 선보인다. 흔히 컬렉터의 작품만 봐도 취향과 가치관을 알 수 있다고 여겨진다. 엠마누엘 페로탕은 “예술은 모두가 즐길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한다. 평소 원화가 부담스럽게 느껴졌던 컬렉터라면 이번 전시 상품을 통해 더욱 친숙하고 쉽게 예술을 즐길 수 있다.
 
 
참여 작가들 중 조쉬 스펄링은 1984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1960년대와 1970년대의 미니멀리즘, 추상, 건축, 디자인, 회화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며, 동시에 이 모든 장르를 아우르는 독창적인 캔버스 작업을 선보여왔다. 조각을 전공하며 캐비닛 메이커로 일하며 직접 가구를 제작했던 경험과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익힌 기술은 스펄링의 작업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있다.
 
2024년 페로탕 서울에서 개인전을 가졌던 틸로 하인츠만(Thilo Heinzmann)은 회화란 무엇인지 근원적 탐구를 거듭해왔다. 합판, 스티로폼, 매니큐어, 레진, 양피지, 가죽, 안료, 모피, 면직물, 자기, 알루미늄 등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새로운 방법론과 독특한 시각 언어를 고안하고자 했다. 작가는 각 작품이 만들어내는 존재감에 주목하며 이는 촉각적 특성에 의해 더욱 강하게 드러난다. 이것은 관객으로 하여금 구성, 표면, 형태, 색상, 빛, 질감과 시간 같은 회화의 기초적이며 필수적인 요소에 대한 개념을 다시 한번 상기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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