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전시로 만나 작품으로 대화해요 ‘두산아트랩 전시 2025’

  • 김현 기자

입력 : 2025.01.23 11:10

공모 선정 작가 고요손·김유자·노송희·장다은·장영해 그룹전
사진, 디지털, 회화, 입체 다양한 매체 작품 내걸려
3월 8일까지 연지동 두산갤러리

전시장을 찾은 작가 5인의 모습. /아트조선
‘두산아트랩 전시 2025’ 전시 전경. /두산갤러리
 
3월 8일까지 두산아트센터의 젊은 예술가 지원 프로그램 ‘두산아트랩 전시 2025’가 열린다. ‘두산아트랩’은 시각 예술과 공연 예술 부문을 대상으로 지원하며 2010년부터 진행돼 왔다. 이번 시각 예술 부문 전시에서는 작가 고요손(30), 김유자(30), 노송희(33), 장다은(31), 장영해(31)가 선정됐다. 이들은 사진, 디지털, 회화, 입체 등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며 젊고 참신한 시각으로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 선정된 다섯 작가는 자신과 바깥 세계와의 거리를 사유한다. 작가가 바라보는 바깥은 타인의 삶이나 다른 시공간의 이야기, 감각 너머의 존재와 현상이 되기도 하며 어떤 경우에는 자신을 둘러싼 현실이 되기도 한다. 작가는 자신이 서 있는 자리와 외부 사이에 존재하는 거리를 예민하게 감지하고 질문을 던진다.
 
‘두산아트랩 전시 2025’ 전시 전경. /두산갤러리
(오른쪽)‘전민철, 추운 바람과 모닥불(불멍)’ (왼쪽)‘아주 천천한 걸음’. 서로 다른 작품이 나란히 배치돼 다층적인 감각을 제공한다. /아트조선
 
전시장의 작품은 작가에 따라 명확하게 구분되기보다는 자유로운 방식으로 서로 뒤섞여 내걸려있다. 이 방식에는 작품 내적, 또는 외적으로 연관성이 있다. 관람객은 작품과 작품 사이의 인과를 저마다의 방식으로 짐작해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더욱 입체적인 전시 경험이 가능해진다. 이를테면 고요손의 ‘전민철, 추운 바람과 모닥불(불멍)’은 전민철이라는 작가 주변의 인물이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여유도 없이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며 ‘불멍(불 보며 멍 때리기)’을 해보는 것이 소원이라는 데서 착안된 설치 작품이다. ‘전민철, 추운 바람과 모닥불(불멍)’ 바로 왼편에 걸린 김유자의 ‘아주 천천한 걸음’은 흰옷을 입은 작품 속 인물이 불을 쬐고 있는 듯, 붉은빛이 인물의 팔과 다리를 감싸는 형상의 사진 작품이다. 김유자는 전시를 준비하며 고요손에게 작품 배경을 듣고 자신의 수많은 작품 중 ‘아주 천천한 걸음’이 곧바로 떠올랐다고 한다.
 
노송희,'Best Television is Noh Television', 2025, 단채널영상, 컬러, 사운드, 15분. /두산갤러리
장다은, '7718', 2024, 합판 위에 유채, 캔버스 천, 가변 크기. /두산갤러리
 
또한 노송희는 메타적 방식으로 두산갤러리의 공간을 재료로 삼아 영상을 제작한다. 영상 작품 ’Best Television is Noh Television’이 재생되는 스크린의 프레임은 두산갤러리 전시장 입구의 모양을 본뜬 형태다. 장다은의 ‘7718’과 ‘파랑 커튼’은 전시장 안팎을 가로지르는 형상으로 마치 작품이 벽면을 뚫고 나간 듯한 모양새다. 고요손의 ‘자장가 불러주는 조각’은 이번 전시에 참여한 다른 작가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오브제가 작품 위 와이어에 걸려있다. 이렇듯, ‘두산아트랩 전시 2025’에서는 단일 작품으로만 머무르기보다는 전시를 통해 작품과 작품, 또는 작품과 공간이 만나 새로운 사유를 생성해 내고 입체적으로 재구성된다.
 
고요손, '자장가 불러주는 조각', 2025, 혼합 매체, 253×135×163cm(음악 이민휘). /두산갤러리
김유자, '밤 문자', 2024, 피그먼트 프린트, 180×120cm. /두산갤러리
 
고요손은 조각을 통해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 관계 맺는 방식을 탐구한다. 주변 존재와의 상호 작용 속에서 조각을 이해하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변화를 작품 안으로 들여온다. 작가는 조각에 대한 가변적 가능성을 부여하는 모든 조건을 수용하며, 이는 의도된 행위뿐 아니라 시간이 흐르는 공간 안에 자연스럽게 발생하고 축적되는 온기, 흔적, 무게 등 모든 요소를 포함한다.
 
장영해는 사회적 규칙, 기술 환경, 미디어를 통과하며 변화하는 신체의 물리적 성질과 위치를 다양한 매체로 탐구한다. 작가는 지난 작업에서 폴 댄스와 페어 스케이팅을 소재로 한 퍼포먼스를 통해 섹슈얼리티의 규칙이 생산하는 몸의 특정 행동 양식에 주목하고 이를 재구성해 왔다. 또한 전쟁과 같은 사회적 현상과 AI와 같은 과학 기술을 적극적으로 차용해 작품을 선보인다.
 
김유자는 사진을 통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질문한다. 손상된 필름에 의해 사라진 대상, 자고 난 뒤 몸에 남은 흔적, 인물의 정지와 떨림 등 불명료하게 감지되는 순간에 주목한다. 작가의 사진은 고정된 하나의 장면처럼 보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이미지 속에 스며있는 미묘한 움직임과 생동감을 발견할 수 있다.
 
장영해, 'annie, cobalt', 2025, 옴니버스 필름, 단채널 영상, 컬러, 사운드, 44분. /두산갤러리
 
노송희는 자료의 본질을 면밀히 탐구하는 동시에 기존 서사에 고정된 장면을 해체해 기억에 새로운 속도와 구조를 부여하는 영상 작품을 선보인다.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며 새로운 방식의 아카이브 읽기를 제안하며 디지털 영상 매체의 손쉬운 접근성을 전복한다.
 
장다은은 표면 너머에 존재하는 다양한 시공간의 설화, 동화, 역사를 수집한다.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막’은 두 개의 시공간을 만들어주는 장치로, 주로 여닫을 수 있는 형태로 나타나 저편의 세계에 대한 작가의 거리감과 동시에 그것에 대한 호기심을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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