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으로 말하는 표면과 이야기… 여성 추상작가 그룹전

  • 김현 기자

입력 : 2025.01.03 17:10

베라 몰나, 정은주, 김이수, 천리주, 타키모토 유미 작가 5인
1월 18일까지 부산 해운대 어컴퍼니

베라몰나, Interruption-Continuation, 1961-1992, serigraphy on paper,30x30cm. /어컴퍼니
김이수, 2023, 20083002, acrylic on canvas, 100x100cm. /어컴퍼니
 
추상적 화면을 결정짓는 요소는 무엇일까? 무질서한 색과 형태의 나열이라도 그것이 아무 의미 없는 붓의 움직임만은 아닐 것이다. 예술적 취향, 젠더, 국적, 가치관, 미학 등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다양한 요소가 한 화면에 공존할 수도 있고, 또는 그 무엇과도 무관한 순수성 그 자체일 수도 있다.
 
이러한 추상 회화를 선보이는 베라 몰나(Vera Molnar), 정은주, 김이수, 천리주(Chen Lizhu), 타키모토 유미(Takimoto Yumi) 5인의 전시가 1월 18일까지 해운대 어컴퍼니에서 열린다. 이들은 각각 한국, 프랑스, 중국, 일본 4개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여성 작가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이번 전시는 ‘표면’과 작가들의 ‘이야기’를 주제로 삼아, 추상이 가진 조형적 아름다움을 소개한다. 전시 제목 ‘SURFACE : STORIES’는 이 같은 기획 의도를 반영한다.
 
추상 미술은 구체적인 대상이나 형태를 그리지 않고, 색, 형태, 선, 질감 등 미술의 기본적인 요소를 사용하는 회화 장르 중 하나다. 색상과 형태의 상호작용을 통해 관람객에게 작가의 사유나 감각을 전달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추상 미술에서 ‘표면’은 예술적 언어이자 감정의 표현이다. 단순한 재료적 특성만을 다루는 것이 아닌 작가의 의도를 전달하는 중요한 매개체가 된다.
 
헝가리 출신의 프랑스 작가 베라 몰나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나 부다페스트 미술대학에서 회화, 미술사와 미학을 공부했으며, 1947년 프랑스 파리로 이주해 작업을 이어왔다. 컴퓨터를 예술 도구로 사용한 ‘최초의 예술가’ 중 한 명으로, 디지털 프린터를 사용하여 기하학적 추상을 표현한 ‘컴퓨터 아트‘의 선구자이다.
 
정은주, Untitled 242012, 2024, acrylic on canvas, 90.9x72.7cm. /어컴퍼니
 
대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은주는 색을 표면 가득 담아낸다. 작가에게 색은 선과 면을 구성하며 그 자체로 서사를 가지고 있다. 아크릴 물감이 캔버스에 스며들며, 캔버스와 물감을 수묵의 감각으로 다루며, 화면과 물감의 관계가 일체화되어 있음을 나타낸다. 이러한 표면과 물감의 일체화는 한국미의 정신과 연결되기도 한다.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이수는 앵프라맹스(inframince)의 개념을 통해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탐구한다. ‘앵프라맹스’는 마르셀 뒤샹이 제시한 개념으로,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미세한 차이나 경계를 의미한다. 김이수는 이 개념을 활용하여 회화의 표면에 시각적으로는 거의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미세한 차이를 표현한다.
 
천리주, 2021-2022, Meditation Space 2022035, oil on canvas, 40x40x5cm. /어컴퍼니
 
천리주는 중국의 짧은 추상화 역사 속에서 새로운 장을 열어가고 있다. 색채와 질감, 공백을 통해 인간의 감정과 존재에 대해 깊이 탐구한다. 끊임없이 철학과 역사서를 기반으로 탐구하며 삶 속에서 느꼈던 감정과 생각을 작품에 담는다.
 
타키모토 유미, Expected color, 2024, oil on canvas, 45.5x45.5cm. /어컴퍼니
 
일본의 신진 작가 타키모토 유미는 무사시노 예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했고, 동 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쳤으며, 색채와 형태, 촉감을 자유롭게 다루며, 조형을 구축하는 추상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타키모토 유미의 작업은 특정한 형태나 색상을 떠오르게 하면서도, 오직 물감이라는 물질만이 존재한다. 캔버스에 유화 물감을 페인팅 나이프로 풍성하게 바르는 방식으로 표면의 독특한 질감과 틀을 벗어난 새로운 테두리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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