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인두 화백 50년 전 미공개 작품… 전시장서 새롭게 태어난다

  • 김현 기자

입력 : 2024.12.11 16:43

‘하인두 작고 35주년 기념전: 혼불, 빛의 회오리’
12월 19일까지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1층 Space 97
사진, 편지, 드로잉 등 아카이브 자료까지
작가 하태임부터 류민자 화백까지 전시장 찾아

하인두 화백 생전 모습, 구리시 아천동 자택정원에서,1987. /가나아트센터
무제, 1970년대 추정, 캔버스에 유채, 41X32cm. /가나아트센터
‘하인두 작고 35주년 기념전: 혼불, 빛의 회오리’ 전시 전경. /아트조선
 
작업에서 드러나는 변천사를 볼 수 있는 동시대 작가의 전시와는 달리, 작고한 작가의 전시는 과거에 머무르는 작품을 현재로 다시 꺼내와 지금 시점으로 재해석한다는 고유한 특성을 가진다. 따라서 관람객은 작품이 탄생한 과거를 상상하며 현재 자신의 주관적 경험에 빗대어 상호작용한다. 이를테면 작품이 제작된 당시의 시대상과 현재의 상황을 비교하거나, 변화하는 미학적 기준은 무엇인지, 또 그럼에도 여전히 가치 있는 점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인두(1930~1989) 화백은 한국 전통과 불교 사상을 기조로 한 기하학적인 비정형 추상화의 한국 1세대 추상화가다. 당시 보수적인 한국 화단에 ‘색면 추상’이라는 새로운 동향을 불러온 주요한 인물 중 한 명이다. 이후 독자적인 화풍으로 작업을 이어갔으나, 60대에 작고해 작가의 작업세계에 대한 관심과 관련 연구가 미비한 실정이다.
 
이에 1960년대부터 1989년까지의 미공개 작품 40여 점을 포함한 전시 ‘하인두 작고 35주년 기념전: 혼불, 빛의 회오리’가 12월 19일까지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1층 Space 97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하인두 화백의 예술적 깊이를 되새기고 예술과 철학을 아우르는 다양한 주제를 통해 하인두의 예술을 더욱 다양한 각도로 조명할 수 있는 자리가 된다.
 
무제, 1970년대 추정, 캔버스에 유채, 27.3x35cm. /가나아트센터
무제, 1970년대 추정, 캔버스에 유채, 45.5x37.9cm. /가나아트센터
무제, 1970년대 추정, 캔버스에 유채, 53X41cm. /가나아트센터
 
특히 전시 출품작의 80퍼센트를 상회하는 미공개 작은 하인두 화백의 부인인 류민자 화백이 직접 보관했다. 30년이 넘게 지난 지금 마침내 세상에 나온 작품은 대중에게 최초 공개되며 이를 기반으로 하인두 화백에 대한 진전된 연구와 해석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 아카이브 자료. /아트조선
하인두 화백의 필체가 생생하게 담긴 편지. /아트조선
 
전시장 한편에는 하인두 화백이 남긴 사진, 편지, 드로잉 등 방대한 아카이브 자료가 전시된다. 이를 통해 보다 생생하고 입체적으로 작가의 일생을 따라갈 수 있으며 작품세계를 효과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인두 작고 35주년 기념전: 혼불, 빛의 회오리’ 전시 전경. /아트조선
‘하인두 작고 35주년 기념전: 혼불, 빛의 회오리’ 전시 전경. /아트조선
 
전시기간 중인 14일 오후 2시에는 전시 연계 세미나가 열린다. 변종필 전 제주현대미술관 관장은 하인두 예술에서의 죽음과 불멸의 성찰'에 대해, 최정주 전 제주도립미술관장은 하인두의 한국 미학과 국제성에 대해, 안현정 성균관대 박물관 학예실장은 하인두 예술상의 운영과 사후 작가 브랜딩에 대해, 배원정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미공개작에 대해 각각 특별강연을 한다.
 
카메라 앞에 선 하태임 작가와 류민자 화백의 모습. /아트조선
 
한편, 이날 하인두 화백의 자녀 하태임 작가와 아내 류민자 화백도 전시장을 찾아 관람객을 맞았다. 류민자 화백은 이번 전시에 대해 “벌써 35주기를 맞아 전시를 열게 됐다는 점에 대해 세월의 속도를 느꼈다. 특히 하인두 화백은 생전 많은 미공개작을 소각해 처리했는데, 소각되지 않은 작품을 간직했다가 마침내 세상에 꺼내 보일 수 있게 돼 기쁘다”라며 소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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