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11.26 18:31
페레스프로젝트, 디아 컨템포러리, 레이지 마이크
같은 건물에서 다른 전시 선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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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건물에 세 개의 갤러리가 세 개의 전시를 선보인다. 1층 페레스프로젝트에서는 Mak2의 개인전 ‘와이파이가 내장된 소’가, 2층 디아 컨템포러리에서는 이소정 개인전 ‘야간비행’이, 3층 레이지 마이크에서는 기획전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이 같은 날 열렸다.
디아 컨템포러리가 삼청동으로 이전하고 공간에서 첫 전시를 열면서 마침내 세 갤러리가 한 건물에 모이게 됐다. 이들은 각각의 시선을 가진 기획으로 자신들만의 작가를 소개하고, 작품을 선보인다. 관람객은 셋 중 어느 갤러리에 방문하더라도, 같은 건물에서 나머지 다른 갤러리의 전시까지 자연스럽게 관람이 가능하다. 또한 이번 전시는 모두 같은 날 열려 오프닝 당일 아트페어 내지는 아트 페스티벌과 유사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날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은 1층부터 3층까지 아래위로 바쁘게 오가며 각 갤러리의 개성이 담긴 기획을 몸소 체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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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레스프로젝트의 Mak2(35)는 심즈와 가짜 뉴스로부터 영감 받아 작품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 ‘와이파이가 내장된 소’에서는 회화 작품과 3D 프린팅 조각 작품, 비디오 설치 작품도 함께 선보인다. 특히 작가는 이번 출품작을 통해 판타지, 현실, 인간 경험 사이의 경계를 더욱 심도있게 탐구한다. 비디오 게임 심즈 속 세계를 바탕으로 유머러스한 가짜 뉴스를 재구성하고, 이를 목가적인 풍경으로 담아낸다. 이처럼 터무니없고 꾸며진 이야기를 평온한 주거 공간에 녹여냄으로써 현실에 대한 인식을 재고하게 한다.
Mak2는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전방위적인 작품을 선보인다. 철학, 미술사, 문화, 인터넷, 신기술 등 다양한 주제를 기반으로 하며 설치, 회화, 드로잉, 영상, 스탠드업 코미디, 인스타그램 필터 제작과 같이 한계 없이 작업을 이어나간다. 이러한 작업으로 완성된 작품은 노동, 현실도피, 모순, 허무주의 같은 개념을 깊이 있게 파고든다. 전시는 2월 1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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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청동에서 처음으로 전시를 선보이는 디아 컨템포러리는 독일 뒤셀도르프 기반으로 활동하는 한국 작가 이소정(31)의 개인전 ‘야간비행’을 선보인다. 이소정은 회화적 서사를 통해 인간의 내면에 깃든 감정과 경험을 드러내며, 자전적인 기억과 정서를 결합해 표현한다.
전시장 벽면은 꿈을 상징하는 먹색으로 칠해져 보다 생생한 경험을 더한다. 작품 속 인물은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기보다는 자기 자신을 암시적으로 나타내며, 꿈과 현실이 교차하는 경계에서 마술적 사실주의 기법으로 재현된다. 현실과 어울리지 않을 듯한 초현실적 요소들이 인물과 결합되며 익숙하면서도 낯선 감정을 자아내는 장면을 만들어낸다. 작품 속 등장하는 종이비행기와 비옷 같은 오브제는 기억과 감정을 형상화하는 중요한 상징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요소들은 작가가 느끼는 안전하고 아름다운 내적 공간을 나타내며,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허무는 상징적 장치로 작용한다. 전시는 12월 2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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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이나 정치적 상황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소통을 추구하는 갤러리 레이지 마이크는 기획전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으로 관람객을 맞는다. 타이시아 체르카소바(Taisiia Cherkasova), 데이비드 케네디 커틀러(David Kennedy Cutler), 스테파니 테마 하이어(Stephanie Temma Hier), 마르친 야누시(Marcin Janusz), 정성진, 랄프 콕케(Ralf Kokke), 마르크 리브리지(Marc Librizzi), 로렌 루로프(Lauren Luloff), 브라이언 로저(Bryan Rogers), 서유정, 양자주(Jazoo Yang) 작가 11인의 작품 20여 점을 만나볼 수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Murakami Haruki)의 동명 소설에서 이름을 따온 이번 전시는 인간의 복합적인 정체성과 경계에 대한 탐구를 다루며 현대 사회에서 갖는 다층적 의미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다국적 아티스트의 작품을 내건다. 각 작가의 작업은 각기 다른 미술 언어로 경계와 소속에 대한 고민을 표현하며, 이를 통해 현대 사회 속 ‘귀속’의 개념을 성찰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전시는 12월 27일까지.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