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정 '달을 닮은 항아리에게 아름다움을 묻다'

  • 박민선 에디터

입력 : 2024.11.15 15:30

●전시명: '달을 닮은 항아리에게 아름다움을 묻다'
●기간: 2024. 11. 21 ─ 12. 20
●장소: 박여숙화랑(소월로38길 30-34)
항아리, 2023, 66x56(h)cm Ceramic. /박여숙화랑
 
오는 11월 21일부터 12월 20일까지 이태원에 최근 개보수를 마친 박여숙화랑(박여숙화랑 건물 1,2층) 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한국적인 아름다움의 표상인 ‘달 항아리’를 중심으로 관습적인 경계를 넘어서거나 건너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작가 이헌정의 작품 달항아리 16점 포함하여 100여점의 백색작품을 가지고 전시를 진행한다.
도예에서 출발해 도조, 도자가구, 도자 벽화, 도자 건축, 영상, 설치 등 다양한 작업과 체험을 통해 도예의 본질, 예술의 근본을 스스로 물어 온 작가는 이번 박여숙화랑에서의 개인전에서 오롯이 도자라는 흙과 불로 돌아와 ‘아름다움’에 관해 묻는다.
 
작가는 전시를 통해 한국의 전통문화를 표상하는 달항아리를 가지고 우리의 "기억 문화"로 여겨지는 것의 사회적 구조, 즉 공동체가 집단적으로 보유한 기억으로 가치 있게 여기는, 만들어진 절대적인 신념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이렇게 형성된 “강요된” 아름다움 또는 이미 “아름답다”고 규정된 아름다움을 분석하고 종합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아름다움을 형성하는 근본에 대해 묻는다. 그의 이번 개인전은 민족주의적 성향이 강한 국가나 사람들이 자신들의 공동체를 견고하게 유지하고 결속시키는 도구로서의 ‘전통’은 자신들의 문화적 우월성과 독창성을 설명하면서 자신들의 문화가 지닌 ‘아름다움’을 강조한다.
 
전시 이미지. /박여숙화랑
 
작가는 절대적인 궁극의 아름다움을 찾기 위해 도예를 시작한 그는 웅장한 대형작업으로 우리의 눈과 마음을 멈춰 세우지만 의외로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물과 불과 흙을 다루는 그는 기술적으로 치밀하고 빈틈없는 장인의 면모를 보인다. 서로 상반되는 흙과 물과 불이라는 물성을 사유와 노동을 통해 육체와 정신의 조화로운 융합의 결과물로 세상에 드러내 놓는 그의 작업을 단순하게 완성되었다고 단정하는 것은 성급한 일이다. 왜냐면 그의 작품들은 그 뜨거운 용광로 같은 가마에서 나와 우리 앞에 현현(顯現)할 때까지 스스로 변화하고 변형되며 그 과정에서 스스로 자신의 모양을 잡아간다. 그리고 불에서 나와서도 여전히 자신이 놓인 공간과 환경과 교유하면서 불에서 녹듯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시간을 담은 과정의 예술이기 때문이다. 그의 섬세한 장인 정신은 작품이 스스로 뱉어내고 들이키는 날숨과 들숨을 형성하는, 숨을 불어넣는 매우 정교하고 섬세한 작업과정을 통해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넣어서 시각적으로 환하게 빛나며 곱고 아름다운 도자의 피부를 만들어가며 예술적 경계를 넓혀 나간다. 그리고 그는 묻는다. 예술적 경계에서 사회적으로 합의된 아름다움이 아니라 스스로 아름다움을 찾으라면 투박한 도예가의 손을 내민다. 이헌정 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과 같은 대학원에서 도예를 전공하고, 샌프란시스코 아트 인스티튜트 대학원에서 조각을 전공한 후 가천대학교 건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약 40여회의 개인전을 통해 국내외에 그 역량을 알렸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