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호·항백·황규민 '각자의 기호'

  • 김현 기자

입력 : 2024.11.13 15:44

●전시명: '각자의 기호'
●기간: 2024. 11. 1 ─ 11. 22
●장소: 갤러리진선(삼청로 59)
항백, 미래로 간 문자, 2024, 한지에 송연먹(松煙墨), 66x95cm. /갤러리진선
 
갤러리진선은 오는 11월 1일부터 22일까지 서예가 항백과 회화 작가 유승호, 동양화 작가 황규민의 기획 전시 <각자의 기호 Marks of Identity>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전통’과 ‘창의성’을 기반으로, 세 작가가 각자의 예술적 기호를 통해 전통적 미감과 현대적 감각을 결합한 작품을 소개한다.
 
30, 50, 60대의 3명의 작가들은 세대도 전문 분야도 모두 다르지만 문자를 현대적 조형언어로 사용하여 독창적이고 개성적인 표현을 한다는 것은 동일하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전통적 매체를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하며 다양한 개념적인 변주를 시도하고 있다.
 
서예가이자 서법 연구가인 항백은 서예의 고전적 아름다움을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내는 작업을 지속해 왔다. 그는 서예(書藝)가 단순한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현대 미술의 중요한 일부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의 작업은 ‘고전미의 현대화’, ‘고대 문자 연구’, 그리고 ‘문자도’라는 세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서예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유승호, 가나다라, 2019, ink on paper, 122x160cm. /갤러리진선
 
유승호는 글자를 회화에 접목해 가볍고도 단단한 화면을 보여주고 있다. 작가의 화면에서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느낌의 형상이지만 화면으로 파고들수록 드러나는 깨알 같은 글씨들로 인해 가벼운 것들로 쌓아 올렸지만 깊고도 구축적인 화면을 만날 수 있다. 또한 글씨의 출처가 유아적 문구와 더불어 만화 속 의성어•의태어인 것을 참고한다면 유승호의 화면이 다문화적 출처를 지닌, 깊지만 경쾌한 전통적 요소들로 이루어진 회화임을 느낄 수 있다.
 
황규민, 화보14-Beyond the Stone, 2022, 한지에 목판, 혼합재료, 155.5x126.6cm. /갤러리진선
 
황규민은 동양화의 ‘화보’의 형식으로 착안해 현대적인 화면으로 제시한다. 예부터 동양화에선 전통을 이어가고 그림을 배우기 위한 교재로 화보가 사용되었다. 이번 전시에선 네팔에서 겪었던 경험을 풀어낸 “Beyond the Stones”작품과 본인의 작품을 모방해 화보 형태로 제작한 ”화보14- Beyond the Stones”를 볼 수 있다. 단순한 교재 제작의 의미를 넘어 각각의 화보를 픽셀화해 다시금 문자의 형식으로 배열함으로써 황규민만의 새로운 미감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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