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11.12 17:01
바스키아·워홀·피카소 등 출품
추정가 139억에서 209억
필립스옥션 뉴욕 근현대 미술 경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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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 브랜드 놀(Knoll)로 잘 알려진 건축가 플로렌스 놀(Florence Knoll)이 소장한 앤디 워홀(Andy Warhol)의 자화상,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호안 미로(Joan Miró)의 주요 작품이 11월 19일과 20일에 필립스(Phillips)옥션의 뉴욕 근현대 미술 경매에 출품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끈 건, 1980년대 초반 제작된 장 미셸 바스키아(Jean-Michel Basquiat)의 작품 ‘Self-Portrait’다.
바스키아의 작품은 지난 5월 31일과 6월 1일 상반기 홍콩 근현대 이브닝과 데이 경매에 출품돼 1,260만 달러(한화 약 173억 원)의 낙찰가를 기록한 바 있다. 이는 동기간 모든 경매사 가운데 최고가다. 이번에 출품되는 자화상은 작가의 독특하면서도 개성있는 예술 세계를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다. 추정가는 139억에서 209억 사이로, 지난 홍콩에서의 경매 결과를 넘어설 수 있을지 전세계 컬렉터의 시선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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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출품작은 종교 제단의 형태를 연상시키며, 세개의 경첩이 달린 나무 패널에 그려진 이 작품에서 바스키아는 상징적인 두 개의 빈 눈 실루엣에 자신의 이미지를 담아 현대의 우상으로 형상화했다. 이를 통해 강렬하면서도 깊은 미지의 매력을 선사한다. 이 작품은 작가 래리 와르시(Larry Warsh), 배우 조니 뎁(Johnny Depp), 그리고 컬렉터 호세 무그라비(Jose Mugrabi) 가족의 컬렉션에 소장됐으며, 밀라노 문화박물관(Museo delle Culture)과 런던 바비칸 아트 갤러리(Barbican Art Gallery) 등 세계적인 전시 공간에 소개된 바 있다. 제작된 지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작가가 예술과 문화에 미친 강렬한 영향력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로 남아 있다.
또 다른 하이라이트는 잭슨 폴록(Jackson Pollock)의 ‘Untitled’다. 이 작품은 초현실주의에서 영감을 받은 초기 작품과 1940년대 후반에 개척한 혁신적인 ‘드립 페인팅’이 결합된 결과물로, 작가의 예술적 발전에 중요한 기준점이 된다. 작가의 놀랍고 독창적인 기법은 전통 회화의 경계를 허물고 미술계 흐름에도 많은 영향을 줬다. ‘Untitled’는 플로렌스 놀과 그녀의 남편 해리 바셋(Harry H. Bassett)이 작가로부터 직접 구입하여 1987년까지 소장했다가 이후 처음으로 경매에 출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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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출품되는 예술사적 걸작도 눈여겨볼 만하다. 앤디 워홀의 상징적인 이중 자화상은 영국 런던의 안소니 도페이 갤러리(Anthony d’Offay Gallery)에서 처음 전시됐으며, 2004부터 2005년까지 여러 미술관에서 열린 기념비적인 전시회에서 소개됐다. 워홀이 예술 매체로서 정체성을 깊이 탐구한 것을 잘 보여주는 이 자화상은 작가가 1981년에 사진작가 크리스토퍼 마코스(Christopher Makos)와 함께 폴라로이드로 여장한 자신의 모습을 담은 시리즈와 연관된다. 변장하지 않은 '본연의 모습'을 담아 작가의 후기 작품의 핵심인 퍼포먼스와 성찰을 드러내며 워홀의 예술가이자 문화 아이콘으로서의 위상을 보여준다. 앤디 워홀은 작품 경매가 상위 3건 중 2건이 최근 2년 내에 경신됐을 정도로 컬렉터의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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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데이 경매에서는 현대 미술 작품도 엄선해 선보인다. 무라카미 타카시(Murakami Takashi), 요시토모 나라(Yoshitomo Nara), 데렉 포드주르(Derek Fordjour), 키스 해링(Keith Haring) 같은 굵직한 작가 뿐 아니라 페이스 갤러리에 최연소로 합류한 리 헤이 디(Li Hei Di) 같은 젊은 작가의 작품 또한 선보인다.
리 헤이 디는 정체성, 욕망, 변화를 탐구하며 현대 미술계에서 독보적인 표현력으로 빠르게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작가의 경매 데뷔 작품 ‘Unfolding a Flood’은 2022년에 제작됐으며 같은 해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열린 현대미술박람회에 전시됐다. 추상적 화면 속에서 선명하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빛과 같은 형상이 작가의 대표적인 특징이며, 서정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색감으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