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11.12 15:51
●전시명: 'Don't'
●기간: 2024. 11. 8 ─ 11. 30
●장소: CDA(아차산로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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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스(Yyth)의 개인전 <Don’t>가 30일까지 성수동 씨디에이에서 개최된다. 작가는 혼란으로 가득했던 과거의 시간 속에서 자신을 지탱해 준 순간의 장면을 조각내어 이미지로 옮긴다. 이번 전시는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온라인을 통해서만 공개됐던 작가의 첫 시리즈 모음집이다.
이스(Yyth)는 대상의 본질적 실체를 마주하는 것을 목적이자 목표로 작업한다. 구태여 노동집약적인 그리기라는 행위를 통해 그가 도달하려 했던 대상은 실재하지만 실체가 없는, 과거 자신을 혼란으로 내몰았던 그때 그 시간에 있다.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법도 한 기억이 이따금 떠오를 때면 외면으로 일관했던 시간도 있었다. 작가는 마주한(또는 마주해야만 하는) 대상에 대한 실체적 접근과 이를 통한 망각(또는 애도)의 도구로 회화를 선택했다. 그렇게 2년이 넘는 시간을 묵묵히 쌓아 온 작가에게 있어 이번 전시와 작품은 그 나름대로 성찰적 성격을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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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는 시대의 산물로 여겨지는 다방면의 이미지를 수집한 뒤, 이를 기반으로 조각내어 편집하듯 재구성하며 화폭을 채워 나간다. 그녀가 참고하는 이미지는 스스로 회화를 통해 마주하려던 대상과 동시대에 존재했던 것들이 대부분이다. 작가의 화면이 8-90년대 등장했던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연상시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얼핏 판판하게 보이는 평면이지만 각각의 색과 면이 내는 미묘한 질감의 차이는 회화로 도달하고자 했던 대상의 다층적인 면모를 드러내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표현 방식으로 해석된다. 또한 전시장에는 전형적인 사각 프레임과 함께 이를 벗어난 비정형의 화면이 뒤죽박죽 섞여 나열되어 있다. 이는 보통 평범하고 안정적으로 여겨지는 관습적인 범주에서 벗어난 작가의 고유한 삶의 조각처럼 보인다. ‘다름’에서 오는 불완전하고 불안정함을 의미함과 동시에 기성의 시스템에 기대지 않는 개성 있고 독창적인 작가와 작업의 특징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스는 작품을 통해 비로소 스스로를 응시했다. 이제 이것은 전시장 벽면에 안착하여 관람객과 그 주변을 마주한다. 작가는 과거의 혼란 속에서도 자신을 지탱할 수 있었던 순간들을 조각내어 그 파편들을 이미지화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것을 보는 이들 중 일부라도 자신이 경험한 일련의 성찰을 공유하고 경험할 수 있기를 조심스럽게 희망하고 있다. 작품의 주제이자 전시의 타이틀이 되기도 한 ‘Don’t’는 그 무엇도 스스로 판단하지 말고 두려워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