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11.04 16:57
30일까지 평창동 갤러리2
개인전 '바탕에는 이름이 없다'
조각·설치 작품 1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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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하학적인 스테인리스 패턴, 나무 조각, 와이어가 공간을 점유한다. 김태연(37) 개인전 ‘바탕에는 이름이 없다’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삼각대나 지지대같이 ‘주’를 받치거나 보조해 주는 ‘부’의 존재에 주목한다. 조각과 설치를 포함해 10점의 작품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30일까지 평창동 갤러리2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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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지시나 명시 없이 바탕으로만 인식됐던 오브제를 불러온다. 또한 이를 명명하며 일방적으로 형성됐던 관계를 전복하고 ‘주’와 ‘부’의 경계를 재해석한다. 이를테면 조소용 흙을 견디는 심봉대, 카메라를 지지하는 삼각 다리, 파티션을 세우는 스탠드 등이 김태연의 전시에서는 작품으로 재탄생한다. 그러나 작가는 이 작품이 단순히 ‘주’가 되길 바라는 것은 아니다. 그저 각각의 역할을 상기할 수 있도록 본래 놓였던 모습을 옮겨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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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주’와 ‘부’ 사이 어딘가를 형상화한다. 작가는 “무음에 가까운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하는 것과, “그것 자체가 두드러지는 특징을 갖지 않는 것”이 이 사물의 성격이며, 그러한 모습을 인지하는 것이 우리가 이들의 가치를 잘 받아들이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쓰임의 관점 말고도 주목해 볼만한 점은 바로 조형적 아름다움이다. 실용적인 기능을 가진 일상 사물이라 할지라도 김태연은 조각의 역사적 변천을 배경으로 인지하고 활용하면서 변주해 표현한다. 와이어가 갖는 곡선과 스테인리스 관의 수직적 대비나 얇은 스테인리스 관으로 만든 기하학적 각도의 비례미가 돋보인다.
그가 주목하는 ‘부’ 역할의 사물들은 단지 건조한 덩어리로서 물체나 조각이 놓이는 환경 개념을 고찰하기 위해 소환되었다기보다, 그것들이 지닌 근원적인 정체성에 작가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고 그 존재의 의의를 충분히 길어 올리고자 만든 장 위에 묵묵하게 놓였다. 이름 없는 것을 이름 없이 부를 방법, 바탕인 것을 바탕인 채로 바라볼 방법이 그가 궁리하는 호명의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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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김태연은 얼터사이드, 보안여관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고, 아르코미술관, 공간 황금향, 부산시립미술관 등에서 그룹전을 가졌다. 또한 경기도, 서울, 부산, 베를린, 타이베이 등에서 레지던시를 지냈으며 현재 서울특별시청, 부산현대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