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10.28 15:48
●전시명: '모건 애비뉴 300'
●기간: 2024. 11. 15 ─ 12. 28
●장소: 갤러리JJ(압구정로30길 63)


갤러리JJ는 ‘그리기’를 중심으로 ‘인간’ 탐구를 실천해오고 있는 작가 서용선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 《모건 애비뉴 300》은 갤러리JJ에서 열리는 서용선의 5번째 전시로, 작가가 지금까지 해온 여러 작업들 가운데 뉴욕에서 실행했던 작업에 초점을 맞춘다. 그는 1992년 뉴욕을 처음 방문한 이후부터 올해 여름까지 12여 차례 꾸준히 드나들며 짧게는 2개월 내지 길게는 6개월까지 머물며 작업했다. 현재 작가의 ‘도시’ 그림 가운데 뉴욕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뉴욕이라는 타국의 공간과 삶에 있어서 어느덧 체험이 누적되고 작가의 새로운 시선은 섬세함이 더해졌다. 전시는 그가 관찰하고 몸담아 감각한 현대도시의 삶과 회화적 공간의 다양한 표현 방식, 그 확장성에 주목하면서 과연 보편적 지구촌 시대의 삶의 조건은 무엇인지, 이 도시가 서용선의 예술 세계에 미친 영향 등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전시 제목인 ‘모건 애비뉴 300’은 최근 여름에 거주했던 브루클린에 위치한 뉴욕 스튜디오의 주소이다. 전시는 30여년 사이의 뉴욕행 가운데 가장 최근인 2024년 ‘도시’ 작업을 중심으로, 초기의 일련의 작품들도 함께 구성하여 뉴욕 작업의 맥락을 이어간다. 5미터가 넘는 길이의 대작 <34th St.>(2017-2024)에서부터 종이 드로잉과 일기를 비롯한 자료들이 함께 전시된다. 화려한 도시의 겉모습을 제치고 그가 집요하게 반복 제시하는 거리, 카페, 지하철의 장면에서 익명화된 도시민의 어색하고 불안정한 모습은 군중 속에서 더욱 심화된다. 그것은 고독과 소외로 내몰린 도시인의 내면이 드러나는 것일 수 있다. 특히 올여름의 작업 역시 자신이 자주 이용했던 근처 <메트로폴리탄+부쉬윅 역>(2024) 작품을 비롯하여 지하철 그림이 절반을 차지한다. 대중교통과 공공장소라는 익숙한 일상을 이토록 낯설게 보여주는 서용선 특유의 도시 오디세이다. 정치와 경제 발전 과정에서 미국 의존도와 함께 가장 닮은 나라가 한국이라고 할 수 있으니, 월가의 성공과 더불어 소비 자본주의의 대표 도시인 뉴욕의 삶의 방식 또한 쉬이 공감이 간다. 전시에서 한 작가의 예리한 시선과 감각을 통하여 나의 모습을 만나고 우리가 속한 사회 시스템, 이상과 현실의 간극, 삶을 마주하는 일은 무척 진지하고도 흥미롭다.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는 오랜 기간 경기도 양평 작업실 외에도 대도시인 베를린과 멜버른, 시드니, 베이징, 파리, 시애틀 등 레지던시에 참가하거나 단기 작업실을 마련하여 몇 개월씩 머물며 작업해왔고 최근으로 올수록 뉴욕에서의 시간이 늘어났다. 이러한 작가의 행보는 노마드적 취미나 주변에 널린 미디어 속 매끈한 이미지를 통해서 가능한 일이 아니라 결국 지구촌 곳곳 삶의 세계 속으로 직접 들어가 목격하고 몸으로 체험하는 일이기에, 인간을 궁금해하고 도시에서 현대 삶의 특징을 찾아나가는 작가로서는 숙명과 같은 일처럼 보인다.
서용선의 작업은 특유의 표현적 터치와 함께 압축적인 구조와 질서의 강렬한 화면으로 잘 알려져 있다. 작업의 모든 시각적 형상은 ‘회화’ 매체에 대한 본질적인 탐구와 함께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관심으로 함축될 수 있으며 이는 곧 현대인, 인간의 삶을 조건 짓는 ‘사회’와 관계를 맺으면서 지금까지 도시와 역사, 인물과 자화상, 자연풍경과 신화 등으로 나타난다. 노산군과 김시습, 한국전쟁 등의 역사를 거듭 재소환하여 사건에 휘말리고 잊혀진 개인을 상정하고, 인간의 원형을 찾아 자화상은 물론 소나무 그림을 비롯한 풍경, 신화를 그리고 있다. 오랫동안 드나들었던 폐광도시 철암(2001년~)이나 최근 농민항쟁의 장소인 신안 암태도 등 역사적 배경이 녹아든 진솔한 삶의 현장에 거침없이 뛰어든 행보는 물론 특히 현대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도시 혹은 도시인의 심리상태, 지구촌 사람들이 살아가는 본모습을 찾아서 ‘도시 그리기’를 오랜 기간 동안 실행해오고 있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