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청 로비에 거인이 누워있다

  • 김현 기자

입력 : 2024.10.28 14:50

경기도청 1층 로비
백남준아트센터 소장품 특별전 ‘걸리버’

걸리버, 2001, CRT TV 모니터 11대, 진공관 TV 케이스 11대, 진공관 라디오 케이스 1대, 릴리푸티언 로봇 18개(LCD 모 니터 18개), 나무 사다리 3개, 비디오 분배기 4대, 4-채널 비디오, 컬러, 무성, DVD, 59x432x371cm. /백남준아트센터
 
지역행정기관은 도서관, 어린이집 등 지역민과 어우러지는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공공업무 특성상 다소 경직되고 딱딱한 분위기를 형성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분위기를 환기하고 다양한 세대의 이야기를 포용하는 경기대의 미래를 제시하고자 경기도청 신청사 1층 로비에서 백남준 아트센터 소장품 특별전 ‘걸리버’가 11월 15일까지 개최된다.
 
이번 전시 제목은 누구에게나 친근한 ‘걸리버 여행기’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으로 걸리버 로봇 위에 소인국 로봇이 여럿 올라가 있는 형태의 대규모 설치 작품이다. 동명의 작품 ‘걸리버’와 함께 백남준의 대표적인 퍼포먼스 영상도 만나볼 수 있다.
 
백남준, 더글러스 데이비스, 요셉 보이스, 도큐멘타 6 위성 텔레캐스트, 1977. /백남준아트센터
부수적인 음악, 1984. /백남준아트센터
 
경기도청 로비에 누워있는 거인 ‘걸리버’는 총길이가 4미터가 넘는 거대한 로봇이다. 총 11개의 오래된 텔레비전 케이스와 라디오 케이스가 걸리버의 몸을 이루고 있고, 모두 11개의 CRT 텔레비전에서 두 종류의 비디오를 보여준다. 하나는 사이보그가 첨단 미디어 환경 위로 성큼 걸어가고 있는 장면과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현한 자율주행이나 전자 도로를 질주하는 비디오이며, 또 하나의 비디오는 ‘로봇 K-456’과 전 세계 곳곳의 풍경과 컴퓨터 그래픽을 번갈아 보여준다. 당시에는 미래를 상상하며 만든 영상이지만 지금 현실의 모습과 많이 닮아있는 점이 하나의 볼거리다.
 
경기도청 로비 대형 미디어월에서는 백남준과 백남준아트센터를 소개하는 영상뿐 아니라, 백 남준의 대표적인 퍼포먼스를 편집한 비디오가 함께 전시된다. 경기도청 방문객은 백남준의 대표적인 퍼포먼스 영상인 ‘부수적인 음악’(1984), ‘피아노 콘서트’(1994/1997) 등을 통해 비디오 카메라를 비롯한 다양한 매체를 이용한 백남준의 즉흥 퍼포먼스를 감상할 수 있으며, 백남준의 예 술 세계를 보다 가깝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피아노 콘서트, 1994/1997. /백남준아트센터
글로벌 그루브, 1973. /백남준아트센터
 
뉴욕 방송국 WNET과의 협력으로 제작해 1974년 1월 30일에 첫 전파를 탄 ‘글로벌 그루브’는 직역하면 전지구적 흥겨움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이 비디오에서는 로큰롤과 나바호족 인디언 여성의 북소리가 어우러지고, 한국의 부채춤이 탭댄스 리듬과 부딪힌다. 또한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와 슈톡하우젠의 전자음악이 이어지면서 문화적으로 대립된 요소들이 동등한 지위를 획득하며 상호 공존한다. 백남준은 이처럼 이질적이고 대립적인 요소들을 이어 붙임으로써 향후 우리 앞에 전개될 텔레비전을 통한 세계화를 전망하며 국가의 경계를 넘어서는 복잡한 문화의 지형을 만들어내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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