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10.17 16:21
제목의 효용성을 질문하고 작품과 제목의 다양한 관계 발견
관람객 마음대로 작품 제목 변경하는 참여형 프로그램 ‘이름 게임’
2025년 2월 23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어떤 작품은 제목을 보는 순간 ‘아!’ 하고 단번에 와닿지만, 어떤 작품은 제목을 보면 볼수록 더욱 미궁 속으로 빠지기도 한다. 작품 제목은 어떻게 정해지는 걸까? 작가들은 작품 제목을 정할 때 어떤 생각을 하며 지을까?
이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할 전시 ‘이름의 기술’이 2025년 2월 23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기획전의 일환으로, 작품의 제목을 조명한다. 수많은 소장품 중 관람객이 난해하게 여길만한 제목을 분류해 제목의 효용성을 질문하고 창작의 영역에서 질문을 던진다.


그런데 왜 전시명이 ‘제목의 기술’이 아닌 ‘이름의 기술’일까? 이유는 제목이 작품에 종속된 표식이 아니라 시대와 문맥에 따라 유동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중의적 의미인 기술은 기록하고 서술한다는 뜻과 이름을 창작하는 방식에 대한 뜻을 동시에 의미한다.
전시는 네 부분으로 구성된다. 전시 기획의 취지와 배경을 소개하는 ‘프롤로그-이름의 기술’을 시작으로, 1장 ‘무제’는 다양한 무제 작품을 통해 작품의 제목을 본격적으로 조명한다. ‘무제’는 해석의 권한을 관람자에게 전적으로 이양함으로써 작품을 자유롭게 이해하도록 한다. 즉 이미지를 언어의 영역으로 가두지 않고 작품과 직접적으로 교감하는 감각을 일깨우기를 제안한다.
2장 ‘기호’는 숫자, 알파벳, 수학 부호 등이 조합된 제목들로 구성된다. 이러한 제목은 의미를 알 수 없거나 불분명하게 지시하며 관람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각자의 방식으로 제목을 해독해 본다면 작품을 관람하는 새로운 묘미를 발견할 수 있다. 마지막 장 ‘문장-이것은 이름이 아니다’에는 문장형, 서술형 제목의 작품이 8점이 전시된다. 이러한 제목은 1990년대 이후의 작품에서 두드러지게 발견되는데, 동시대 미술에서는 글과 이미지가 혼용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서술형의 제목은 작품을 보다 친절하게 묘사하는 것 같지만 오히려 불일치하거나 교란함으로써 작품의 특징을 더 강조하기도 한다.

이번 전시의 가장 특징적인 공간인 ‘이름 게임’은 전시장 중앙에 조성된 참여형 프로그램이다. 각 장(무제, 기호, 문장)을 연결하고 관람객이 자유롭게 오가면서 게임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구성된다. 참여자는 이름을 변경하고 싶은 작품을 선택한 다음 게임의 절차를 따라가면서 새로운 이름을 생성할 수 있다. 생성된 이름은 작품 옆에 부착된 디지털 명제표에 실시간으로 전송된다. 관람료 무료.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