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영 '살과 조개더미의 언어'

  • 김현 기자

입력 : 2024.10.17 14:14

'살과 조개더미의 언어' 전시 전경. /CDA
'살과 조개더미의 언어' 전시 전경. /CDA
 
씨디에이는 10월 11일부터 11월 2일까지 김소영 작가의 첫 개인전 <살과 조개더미의 언어>를 개최한다. 작가는 살과 조개더미라는 상징을 통해 존재의 본질과 시간성을 이야기한다. ‘물러가는 살’은 인간의 유한성과 삶의 덧없음을, ‘쌓여가는 조개더미’는 존재의 흔적을, 나아가 이 둘은 생의 순환을 대변한다.
 
김소영은 미세한 머뭇거림에 귀를 기울인다. 작가는 발화이전의 공백, 움직임 사이의 행간과 같이 표현의 준비 과정임과 동시에 그 자체로 표현인 침묵의 순간을 조명한다. 침묵함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자신을 드러낸다. 지저귀는 새의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침묵해야 하듯이, 인간 또한 그러하다는 것을 작가의 시선은 잘 알고 있다. 침묵을 조명함으로써 표현을 완료가 아닌 과정으로, 그리고 다양한 양태로 분화될 수 있는 미완의 순간이었음을 회상한다. 작가는 일상 속에 뭉개져 있는 분화의 순간들에 대한 아쉬움과 그리움, 도래할 이별의 순간에 대한 불안을 조명하여 마주한다. 표현함과 침묵의 뒤섞임을 통해 언제나 완료 불가라는 모호한 지평에서 김소영의 작업은 인간의 인간성을 포착하고자 한다.
 
조개무덤 A Shell Grave 1, 2024, colored on korean paper, 45.5x53.0cm. /CDA
 
김소영은 빛을 칠하지 않음으로써 표현했다. 작가가 조명 앞에 붓을 내려 놓았듯이 존재의 조명은 침묵을 통해 귀를 기울일 때 바라볼 수 있는 것이다. 작가는 타자의 발화를 주목하기보단 침묵을 조명함으로써 피상적 소통을 지양하여 대상과 밀도 있는 교감을 이루고자 한다. 캔버스에비친 타자의 손은 대상의 역사성을 대변하는 매개체이다. 발화행위에 앞서서 손은 아직 말해지지않은 것임과 동시에 이미 말해진 것으로서 언제나 우리에게 보이며 열려있다. 작가는 이러한 손의 개시성을 포착하여 타자에게로 다가간다.
 
살 Flesh 1시선 Eye Contact, 2024, acrylic on korean paper, 45.5x37.9cm. /CDA
 
작가는 이미 지나가버려 그때, 그것이 된 기억들의 빛바램을 서정적인 색채로 담아내어 회상한다. 기억 속에는 눈앞을 기웃거리는 무수한 잡담들과 이어지지 않는 혼재된 여백들이 떠돌아다니며 우리의 시선을 흐린다. 그럼에도 작가는 그것들에 귀를 기울임을 놓지 않으며, 회상 과정 속노이즈와 질감 또한 함께 담아내어 내용의 깊이감을 더한다. 잡담들 사이에 놓인 존재사건들을영사기의 재생을 지속하듯 작가는 침묵의 가시화를 통해 끊임없이 회상하고자 한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