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명 김성희, 전시장에 수놓은 별자리… 개인전 ‘별을 잇다’ 개막

  • 김현 기자

입력 : 2024.10.15 22:43

별자리로 현대인 삶 표현
꽃과 색 활용한 근작 포함 30여 점
11월 2일까지 광화문 ACS(아트조선스페이스)

Constellation Links 2401, 2023-2024, korean ink and color on hanji, 145x112cm. /아트조선
혜명 개인전 '별을 잇다' 전경.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작가 혜명이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전시장에 형형색색 별이 가득하다. 별의 세계를 눈으로 따라가다 보면 별과 별을 잇는 강렬한 수묵선에 시선이 닿는다. 미색 한지 위를 거침없이 가로지르는 수묵선의 방향성을 이해하는 순간, 별자리가 가진 깊은 의미를 발견할 수 있게 된다.
 
혜명 김성희 개인전 ‘별을 잇다’가 15일 서울 중구 ACS(아트조선스페이스)에서 개막했다. 꽃과 별, 선과 점의 조화가 아름다운 대표작 30여 점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다. 2018년 조선일보미술관에서 열린 개인전 ‘Transparenter’에서는 점과 선이라는 회화의 기본 요소로 밤하늘의 성좌들이 연결되어 하나의 형상을 이루는 작품을 선보였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그 기반 위에 꽃과 색을 더하거나 굵고 자유로운 수묵선을 활용해 작가의 새로운 내적 성찰과 현대적 해석을 반영, 삶의 방향성을 다시금 탐구할 수 있게 한다.
 
서울대학교 미술관 관장(2014~2016)과 서울대 미술대 학장(2021~2023)을 역임한 혜명은 현재 서울대 미대 동양화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난해 10월에는 세계 3대 경매사 중 하나인 영국 본햄스(Bonhams)의 런던 메이페어(Mayfair) 본사에서 초대 개인전을 개최한 바 있다. 혜명(Hemyeong)은 김성희의 호다.
 
Constellation Links 2418, 2024, korean ink and color on hanji, 139.5x200cm. /아트조선
작품 디테일 컷. 거침 없는 수묵선이 방향성을 가지고 뻗어나간다.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전시 제목인 ‘별을 잇다’는 점도, 면도 가질 수 없는 선만의 ‘방향성’을 강조한다. 선은 한국화의 정체성을 드러내며 이는 필법으로 완전해진다. ‘긋는다’는 행위는 시간성을 품고 있는데, 작가는 완벽하게 정돈된 선을 그어내기보다는 ‘긋는 시간’동안 자신이 겪은 감정과 의식을 모두 반영해 자연스러운 형태로 선을 긋는다.
 
혜명 개인전 '별을 잇다' 전경.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혜명 개인전 '별을 잇다' 전경.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이날 전시장을 찾은 한 관람객은 “대형 작품이 많아 작가의 작업이 직관적으로 이해됐던 전시였다. 또한 디귿자 벽면에는 꽃으로 3월, 4월, 5월을 표현한 작품이 나란히 걸렸다고 들었는데, 꽃이 표현하는 색이 아름다워 한참 동안 공간에 머물렀다”라며 전시 소감을 밝혔다.
 
이번 전시에서는 특히 색과 꽃을 활용한 근작이 대거 공개된다. 이전보다 과감한 변화를 시도하며 벚꽃과 아카시아 같은 꽃의 짧고도 찬란한 순간을 포착해 인생의 무상함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그려냈다. 작품에서 자주 등장하는 별자리 뵈테(Boὁtes)는 목동자리나 쟁기꾼자리라고 불린다. 혜명은 이 뵈테에 대해 “뭔가를 향해서 힘차게 달려 나가는 점에서 현대인의 삶과 닮아있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추구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는 부분이 그렇다. 사실 작품 속 별이 무작위로 배치된 것 같아 보여도 실은 별자리 뵈테가 수없이 이어져 붙어 있는 형상이다. 관람객께서 뵈테를 통해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했으면 한다.”라고 작품에 대해 설명했다.
 
공연을 감상하는 관람객의 모습.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한편, 이날 오프닝에서는 음악을 미술에 맞춰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공연이 열렸다. 타악기, 현악기, 관악기를 다루는 3인의 연주자는 전시장에서 혜명의 작품을 보고 느낀 감정을 즉흥적으로 구성해 연주로 표현했다. 또한 미리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닌 자유롭게 전시장 공간을 오가며 동선을 구성해 관람객에게 색다른 공연을 선보였다.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작가 혜명의 모습.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혜명은 전통적인 수묵화 기법을 재해석해 별의 탄생과 소멸, 그리고 인간의 지향과 욕망을 작품 속에 담아낸다. 수묵선을 통해 인간의 염원을 드러내고 생명성이 부여된 하늘의 별로 무수히 많은 기억과 의식의 지향을 표현한다. 이러한 필법을 통해 자신의 감정과 의식을 화면에 담아내며 생명의 본질과 인간 존재에 대해 고찰한다. 마냥 아름다운 것만도 아닌, 그렇다고 치열하기만 한 것도 아닌 자연스러운 우리 모두를 대변한다. 11월 2일까지. 무료. 화~토 10:00~18:00. (02)736-7833
 
혜명 개인전 '별을 잇다' 전경.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혜명 개인전 '별을 잇다' 전경.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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