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선 'Pale Deep'

  • 김현 기자

입력 : 2024.10.07 10:55

●전시명: 'Pale Deep'
●기간: 2024. 10. 5 ─ 10. 24
●장소: 페이지룸8(북촌로11길 73-10)
Puddle Jumper Pale Pink Arch, 2023, oil on canvas, 163x140cm. /페이지룸8
Puddle Jumper Pale Pink Arch, 2023, oil on canvas, 163x140cm. /페이지룸8
 
페이지룸8은 10월 5일부터 10월 24일까지 조현선 작가의 개인전, 《Pale Deep》을 개최한다. 조현선 작가는 작가만의 추상하기를 통하여 추상 회화를 그리는데, 그 과정은 캔버스와 종이 작업의 제작 기간을 번갈아 가며 진행하는 형식을 자연스럽게 갖추게 되었다. 조현선 작가가 지향하는 ‘추상 회화’는 ‘추상’을 탐구하기 위한 방법의 연대기와 그 맥락을 함께 한다. 그래서 자신의 작품이 모티프가 되어 자체적으로 추상하는 방법과 제작 과정이 혼재되는 중에 회화가 제작되는 것이 특징이다.
 
작품의 이미지 일부를 확대하거나 작품에 있는 색을 중심으로 변주하는 등 추상 회화라는 목표를 가지고 연쇄하는 이미지들은 2015년 〈위장된 오렌지(Camouflaged Orange)〉 작품을 시작으로 9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이 작품들을 작가는 ‘반달 색인’이라고 명명하는데, 반달 색인이 작품의 시리즈 일부인 동시에, 작가의 추상하는 태도와 방법임을 표식한다. 다음 작업을 예고하는 작품의 레퍼런스이자 백과사전형으로 존재하는 반달 색인 작업들은 작가가 사용하는 색채와 형태에 따라 소제목을 붙였다. 단, 2023년 ‘퍼들 점퍼 Puddle Jumper’ 시리즈 작품부터 반달 색인이라는 명칭을 잠정 생략했다.
 
이번 전시 《Pale Deep》에서 조현선 작가가 주목하는 점은 “신체성(physicality)”이다. 작가의 붓이 오가는 자리를 시각이 좇고, 동시에 그의 신체가 움직이면서 직관을 수용하고 감각적으로 색채와 형태들을 선택해 나간다. 여기에서 볼 수 있는 작가의 작품 세계에서 습득된 ‘자율성’은 어쩌면 그동안의 추상을 위한 훈련 방법이었던 ‘반달 색인’에 기인한 것이라고 여겨도 무방할 것이다. 조현선 작가의 “Pale Deep”은 색면의 층위 안에서도 부드러움과 투명도를 잃지 않을 정도로 점차 작가만의 추상 회화의 수려한 변화를 목도할 수 있는 전시이다. 무엇보다 순간순간 다른 속도감의 붓 터치들이 표면 아래의 색감까지 은은하게 품으며 서로 공존하고 율동감 또한 더해지는 점이 탁월하다. 그런 지점을 볼 수 있는 100호 3점과 0호 사이즈 캔버스들의 변주를 눈여겨볼 만하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