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보 성산동 작업실… 이향미 회고전으로 전시 공간 첫발

  • 김현 기자

입력 : 2024.09.30 14:38

이향미 회고전 ‘색의 무게, 불가항력에 맞서는’
10월 31일까지 마포구 성산동 서보미술문화공간

‘색의 무게, 불가항력에 맞서는’ 전시 전경. /아트조선
‘색의 무게, 불가항력에 맞서는’ 전시 전경. /아트조선
 
지난해 타계한 박서보 화백이 1997년부터 2019년까지 사용하던 작업실이 전시를 위해 서보미술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서보미술문화공간에 들어서면 바닥면의 물감과 긁힌 자국을 발견할 수 있다. 과거에 작업하던 흔적이 생생하게 남아있다. 반면 천장엔 이동식 대형 디스플레이를 설치해 전시의 다양성을 높였다. 공간의 개관전으로는 10월 31일까지 이향미 회고전 ‘색의 무게, 불가항력에 맞서는’을 개최한다.
 
박서보 화백의 작품이 탄생하던 공간에 스승의 작업에 대해 진지한 태도와 자세, 추상미술에 대한 가르침을 깊게 새긴 작가 이향미의 작품이 소개된다. 작품은 미공개작을 포함해 회화, 판화, 드로잉 등 50여 점이 내걸린다. 또한 2층에는 작가의 아카이빙 자료와 이젤, 작업 도구와 소파가 배치돼 실제로 작가의 작업실에 들어온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총천연색의 물감이 흘러내리고 있는 것처럼 생동감이 느껴지며 별다른 장식 없이 색으로만 채운 화면에서는 순수한 작가의 예술 정신을 느낄 수 있다.
 
‘색의 무게, 불가항력에 맞서는’ 전시 전경. /아트조선
‘색의 무게, 불가항력에 맞서는’ 전시 전경. /아트조선
‘색의 무게, 불가항력에 맞서는’ 전시 전경. /아트조선
 
이향미(1948~2007)는 가장 역동적으로 기록될 한국의 역사적 구간을 관통하며 동시대 미술을 이끈 여성 예술가 중 한 명이다. 무정부와 전쟁, 독재로 이어진 대혼란기에 예술에 대한 탐구 정신으로 실험적이며 전위적인 미술 실천에 몸담았다.
 
특히 이향미는 1967년 홍익대학교 서양화과에 입학하며 당시 교수로 재직 중이던 박서보 화백에게 여러 가르침을 받았다. 이향미는 화가의 물리적 개입을 최소화한 ‘흘림’이라는 행위를 통해 ‘색의 오브제성’에 천착했으며 이는 서구 추상표현주의와 미니멀리즘, 그리고 한국의 단색화와 맞닿은 지점에서 독자적 화업을 이뤘다.
 
‘색의 무게, 불가항력에 맞서는’ 전시 전경. /아트조선
 
한편, 이향미는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LA 해머 미술관,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서울 관훈미술관 등의 기관에서 전시를 가졌고, 국립현대미술관, 하트퍼드대학교 미술관, 서울프레스센터, 홍익대학교 박물관, 경북대학교 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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