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학교 박물관 개관 60주년… 기획전 ‘잔치 : re-Museum’

  • 김현 기자

입력 : 2024.09.26 15:43

60년간 이어져 온 박물관의 이야기
2025년 3월 31일까지 성균관대학교 박물관

성대한 잔치의 재연. /성균관대학교 박물관
 
성균관대학교 박물관 개관 60주년을 맞아 열린 기획전 ‘잔치 : re-Museum’는 그간 박물관이 쌓아온 경험과 유산을 60년의 회갑잔치로 풀어낸 것이 특징이다. 이번 전시는 역사와 함께한 사람들과, 그들의 이야기, 창의와 혁신을 위해 겪었던 다양한 시도와 노력, 박물관이 소장한 유물을 다시 한번 세상에 공개한다는 의의를 가진다.
 
제1부에서는 박물관 60년 역사를 지탱해 온 사람들의 열정을 기념하고, 지금까지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준 이들에 대한 노고와 감사를 ‘잔치’로 풀어낸 예술작품과 유물을 선보인다. 또한 전시 자료와 함께 성균관대학교 박물관의 역사를 관람할 수 있다.
 
신영훈, 박물관 포스터, 잔치, 다시 빛나는 순간, 2024, 종이에 수묵 담채, 60×100cm. /성균관대학교 박물관
박종규, 잔치_forgotten breath, 2024, 혼합매체 및 영상작업. /성균관대학교 박물관
신제현, 보이는 기록, 2024, 목판위에 옻칠 자개, 신작커미션, 90x65cm. /성균관대학교 박물관
 
제2부에서는 현존하는 유물이 부재한 상황에서 어떻게 유물을 고증하고 창조했는지 보여준다. 또한 유물을 골동으로 놔두지 않고 현재적 관점에 따라 의미를 부여하여 새롭게 생명을 되찾게 하는 과정을 알리고자 한다. ‘고문서’와 같이 많은 사람이 흥미를 가지지 않는 작품, ‘꽃, 인물, 사랑’처럼 추상적인 개념을 유물로 표현하거나, 유물이 현존하지 않아 그림이나 문헌을 재현하는 등의 시도를 거듭했다. 쉽지 않은 주제를 박물관에서 어떻게 대처하고 풀어나가는지 보는 것 또한 하나의 관람 포인트다.
 
제3부에서는 60년 동안 수집한 유물 가운데, 사대부 문화를 확인할 수 있는 필통, 필세, 연적 등 다양한 문방사우와 그들의 취향과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제기, 묘지명 등에 주목한다. 강세황의 문방구 그림을 비롯해 박물관이 30여 년간 모은 다양한 도자를 순차적으로 전시한다. 또한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미의 레이어라는 관점에서 현재 활동하는 동시대 작가 박종규·신영훈·신제현의 신작 커미션을 선보이며 과거와 현재를 이어 미래를 제시한다.
 
대원군파초선, 72.5×205.5cm, 박형박 복원, 조선 19세기. /성균관대학교 박물관
 
벽면에 내걸린 파초선은 국왕 혹은 재상이 외출할 때 쓰던 파초 잎 모양의 부채다. 1984년 김영식이 기증한 파초선은 본래 흥선대원군이 사용하던 것이다. 대나무의 표면 겉대를 죽사처럼 얇고 가늘고 길게 가공한 뒤 3겹의 주칠을 올렸고, 가는 대나무로 입맥을 만든 뒤 위아래는 황동에 금을 도금한 동판으로 둘러 감쌌다. 손잡이는 6쪽의 대나무 안팎으로 소 힘줄을 붙이고 그 위에 주칠을 했다. 조선 후기 공예를 대표하는 명품으로 국왕이 사용했던 파초선에 버금갈 정도로 크고 정교하여, 대원군 집정 시기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최초 입수 당시 매우 훼손된 상태였으나 고증과 수리를 거치면서 원래 면모를 회복하였다. 옛 흥선대원군의 풍취를 느낄 수 있게 하는 파초선은 “아름다운 기증, 영원한 생명(2013)” 전시에 최초 공개됐다.
 
신영훈, 과거시험장, 94×38cm. /성균관대학교 박물관
‘잔치 : re-Museum’ 전시 전경. /아트조선
 
또한 전시장 한 편에는 오늘날의 파라솔과 닮은 커다란 우산이 있다. 조선 후기 과거 시험장에는 수험생을 보좌하는 인원들이 우산과 비슷한 물건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었다. 그러나 우산의 존재만 알려졌을 뿐, 실물은 남아있지 않다. 박물관은 단원 김홍도(1745~1806)의 ‘공원춘효도’가 보여주는 과거 시험 당일 아침 풍경에 주목했고, 이를 토대로 시험 당일의 면모를 현실에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박물관이 창조한 우산과 시험장 당일의 모습은 “Homo Examicus-시험형 인간(2018)” 전시를 통해 공개됐다. 이처럼 기록으로만 남아있는 과거의 물건을 재현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박물관에서 재현해 전시장 안으로 과거를 소환했을 때, 우리가 사는 현재는 더욱 입체적으로 작용하게 된다.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순간을 이번 전시를 통해 경험해 볼 수 있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