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과 백 횡단하는 사진 매체… 그룹전 ‘흑백논리’

  • 김현 기자

입력 : 2024.09.25 14:28

흑백 사진 선보이는 작가 10인
권도연, 금혜원, 김천수 등
10월 31일까지 종로구 계동 뮤지엄헤드

(왼쪽) 권도연, '야간행, 타이완 꽃사슴 1, 순천', 2022, 잉크젯 프린트, 90×120cm. (오른쪽) 권도연, '야간행, 타이완 꽃사슴 2, 순천', 2022, 잉크젯 프린트, 90×120cm. /뮤지엄헤드
‘흑백논리’ 전시 전경. /뮤지엄헤드
 
분리와 혐오를 조장하는 ‘갈라치기의 시대’, 사회는 극단적인 의견을 개진하는 이를 보고 ‘흑백논리를 내세운다’라고 말한다. 그런 ‘흑백논리’를 다시 들여다보고 흑백사진만을 이용해 오늘날 이분화되고 극단화된 이미지의 기능을 비판적으로 사유하는 전시가 있다. 바로 10월 31일까지 뮤지엄헤드에서 열리는 전시 ‘흑백논리’다.
 
흑과 백은 대척점에 있지만, 그 사이에는 밝기가 미묘하게 다른 수많은 흑과 백이 있다. 전시가 말하는 흑백논리는 극단적으로 갈라진 둘 사이를 부단히 왕래하고 횡단하며 간극을 좁히는 움직임을 상상하도록 제안한다. 객관적 진실과 주관적 이입, 조작된 허위 등의 믿음과 의심 사이에 존재하는 사진 매체를 중심에 두고 관람객에게 새로운 경로를 제안한다.
 
'흑백논리' 전시 전경. /뮤지엄헤드
 
작가는 권도연(44), 금혜원(45), 김천수(43), 김태동(46), 김효연(38), 노순택(53), 이현무(40), 홍지영(26), 홍진훤(44), 황예지(31)가 참여한다. 권도연은 우리 곁에서 존재하고 있지만 인식되지 못했던 존재를 가시적인 형태로 드러낸다. 어두운 풍경 속 작지만 선명한 존재를 찾아냈을 때, 새로운 빛이 사진 밖으로 뻗어 나오며 관람객은 이전과는 다른 시야를 가지게 된다. 금혜원은 ‘사진을 사진 찍는’다. 과거 인화한 실물 사진을 다시 현시점에 촬영해 매력적인 시차를 만들고 개인의 기억을 공공의 역사와 연결한다. 김천수는 디지털 카메라와 인터넷부터 최근의 인공지능까지 기술의 발달이 가져온 이미지 환경의 변화에 관심을 가지고 작업을 이어나간다.
 
김태동은 도시를 탐험하며 이미지를 수집한다. 사진에 재현되는 새로운 시간성에 관심을 가지고 사회적, 역사적 맥락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사진 실험을 진행해 오고 있다. 작가의 사진 속엔 우리가 흔히 주변에서 봤을 법한 풍경이 담겨 있지만, 그 풍경을 지금 이 순간 재현되면서 색다른 국면을 맞이한다. 김효연은 망각된 역사적 사건이나 정치적 장소가 개인의 삶에 가져오는 변화를 연구한다. 대학에서 정치학을, 대학원에서 사진학을 공부한 노순택은 한국 전쟁과 분단이라는 과거가 어떻게 한국사회의 현재를 왜곡하고 그늘을 드리우는지 주목해 왔다.
 
'흑백논리' 전시 전경. /뮤지엄헤드
(왼쪽) 황예지, '경모', 2024, 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 57×57cm. (오른쪽) 황예지, '민규', 2024, 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 57×57cm. /뮤지엄헤드
 
이현무는 사진의 메커니즘을 몸으로 습득하여 기존의 사진 ‘사용설명서’를 뒤집는 작업을 한다. 홍지영은 사진을 주요매체로 활동하며, 신체를 기반으로 퀴어, 폭력, 섹슈얼리티를 연구한다. 보이지 않지만 실재하는 것들을 위해 사진을 찍고 글을 쓴다. 홍진훤은 사진과 이미지를 둘러싼 권력관계를 관찰하고 개입하는 일을 즐긴다. 사진, 영화, 웹프로그래밍 등의 매체를 주로 다룬다. 황예지는 수집과 기록을 좋아하는 부모님 밑에서 자랐고 그들의 습관 덕분에 자연스럽게 사진을 시작했다. 사진과 에세이, 인터뷰 등 다양한 형식을 다루며 개인적인 서사를 수집하고 있다.
 
사진 매체는 과거에 존재했던 것, 또는 과거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존재해온 것을 포착한 결과물이다. 촬영한 때가 서로 다르며 공간 역시 제각각이다. 사진을 매체로 작업하는 작가 10명이 포착한 제각기 다른 시간과 장소를 전시장 한 공간에서 만날 수 있다. 전시장은 서로 다른 시간이 혼재하는 매력적인 타임머신처럼 관람객을 옮겨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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