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9.12 17:01
다양한 매체 아우르는 작품 60여 점
11월 23일까지 청담동 송은

피노 컬렉션은 생 로랑(SAINT LAURENT)의 모기업인 케어링(Kering) 그룹을 설립하고 미술품 경매사 크리스티(Christie’s)를 소유하고 있는 프랑수아 피노(Francois Pinault)가 설립한 것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한다. 피노 컬렉션은 2011년 아시아 최초로 서울에서 공개된 적 있다. 이후 13년 만에 전시 ‘Portrait of a Collection: Selected Works from the Pinault Collection’으로 서울을 다시 찾는다.
11월 23일까지 송은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60점가량의 현대미술 작품을 선보이며 마를렌 뒤마(Marlene Dumas), 뤽 튀망(Luc Tuymans), 피터 도이그(Peter Doig), 플로리안 크레버(Florian Krewer) 같은 작가의 걸작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피노 컬렉션의 수석 큐레이터 캐롤라인 부르주아(Caroline Bourgeois)가 큐레이팅해 피노 컬렉션의 본질을 담아내고자 했다.

특히 인상적인 미리암 칸(Miriam Cahn)의 작품은 핑크와 레드의 색조가 기괴하게 어우러져 분위기를 조성한다. 눈은 고정돼 생기를 잃고 눈썹은 찡그리고 있다. 특히 붉은 입술 사이 보이는 치아는 실제 인간의 이빨과는 다르게 뾰족뾰족하고 그로테스크하게 표현돼 분노를 자아낸다. 미리암 칸은 투명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주는 색상을 사용해 여성과 아이가 처한 인간의 조건을 폭력적이고 실존주의적인 형태로 드러낸다.

마를린 뒤마(Marlene Dumas)의 작품을 보면 하얀 앞치마를 두른 소녀 여러 명이 계단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들의 표정은 불분명하게 표현돼 정확하게 감정을 파악할 수 없고, 우중충한 색의 벽면은 어딘가 불편한 분위기를 강조한다. 이 작품은 배경이 된 호텔 건물의 역사와 관련이 있다. 본래 수녀원이었던 이 건물은 병원으로 바뀌었다가 나중에는 고아원이 되었다. 흡사 유령처럼 보이는 아이들의 얼굴에서 작가가 반복적으로 다루는 주제인 물리학과 형이상학 간의 변증법이 발견된다.

이번 전시는 비디오, 설치, 조각, 드로잉, 회화 등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며 컬렉션을 종합적으로 소개한다. 피노 컬렉션은 작가와 장기적으로 협력하고, 방대한 작품군과 함께 관람객이 예술가의 전체 작품 세계를 탐험할 수 있도록 의도한다. 또한, 작가의 정체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지원한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