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한계 뛰어넘은 서도호의 집, 상상으로 채운다

  • 김현 기자

입력 : 2024.08.21 15:53

건축과 도시, 공간과 환경으로 확장되는 작업 세계
드로잉, 모형, 시뮬레이션 영상 전시
11월 3일까지 소격동 아트선재센터

작가 서도호. /아트선재센터
 
미국 스미스소니언박물관에서의 개인전으로 112만 관객을 끌어모으며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이 본 전시’ 이력을 가진 서도호(62)가 11월 3일까지 아트선재센터에서 개인전을 가진다. 전시 제목은 ‘서도호: 스페큘레이션스’로 사변, 추론, 사색 등의 의미를 가진 ‘스페큘레이션(speculation)’을 사유의 전략으로 삼아 서도호가 끊임없이 탐구해 온 주제를 탐구한다.
 
서도호는 한국화 대가인 서세옥(1929~2020)의 아들로 태어나 서울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 예일대학교로 유학길을 떠났다. 해외에서 이방인으로 지내며 느낀 낯선 감각과 그리움은 훗날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된 작품 ‘다리를 놓는 집’으로 승화되기도 했다. 작가는 ‘집’이라는 매개를 통해 물리적으로 사람이 거주하는 환경뿐 아니라, 비가시적인 취향, 기억, 역사가 담겨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별똥별(1/23 스케일), 2024, 혼합 재료, 157.1x103.3x65.5 cm. /아트선재센터
별똥별(1/23 스케일), 작품 상단 디테일 컷. /아트선재센터
 
“사변적 사유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내게 중요한 매체였다. 다른 세계들을 상상하게 해주는 급진적인 잠재력이 사변적 사유에 있다고 믿는다.”
 
대중에게 잘 알려진 ‘다리를 놓는 집’을 비롯해 그간 서도호는 자신과 연관된 공간을 재구성하는 장소 특정적 미술의 이동 가능성을 선보였다. 단단한 물질을 재료로 삼아 특정 장소에 고정되는 조각과 달리 빛이 투과되는 성질의 천으로 만든 서도호의 집은 어디로든 손쉽게 이동할 수도 있다. 이러한 작업이 관객에게 서도호의 공간을 경험하게 한 것이라면, 이번 전시 ‘서도호: 스페큘레이션스’는 다가올 미래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완성된 결과물로서의 작품을 보여주는 통상적인 미술 전시와 달리 이번 전시는 작가의 예술세계를 이루는 개념, 과정, 조사에 초점을 맞춰 드로잉, 축소된 모형, 시뮬레이션 영상으로 시각화해 펼쳐 보인다.
 
‘서도호: 스페큘레이션스’ 전시 전경. /아트선재센터
비밀의 정원, 2012, 혼합 재료, LED 조명이 부착된 디스플레이스 케이스, 199x180x82cm. /아트선재센터
‘서도호: 스페큘레이션스’ 전시 전경. /아트선재센터
 
작가가 완성한 작품이 아닌, 작가의 예술세계 전반을 아우르는 개념과 과정에 초점을 맞춘 전시는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 이번 전시 역시 그렇다. 통상적으로 작품은 결과, 작업은 과정으로 일컬어진다. 따라서 평소 접하지 못했던 서도호의 드로잉이나 장소 특정적 조사 과정에 주목하고 작품 의도를 추측하는 과정을 가져본다면 보다 더 깊이 있는 전시 관람을 할 수 있다.
 
《서도호: 스페큘레이션스》는 우화적 스토리텔링으로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서도호의 작업을 조명한다. 인간과 환경의 변화하는 관계 속에 제기되는 위기와 도전을 사변적 사유로 대응하며, 정서적이고 육체적인 삶의 복합성에 접근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다. 이번 전시는 서도호가 펼치는 사유의 여정을 따라 물리적 현실과 개념적 상상의 경계를 오가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나아가 교차하는 문화와 초국가적 삶의 조건, 지속 가능한 미래의 시공간을 유추하며 지구에 도래할 대안적 세계를 상상하게 한다.
 
Homesick (1/180 스케일), 2024, 혼합재료, 119.5x80x80cm. /아트선재센터
다리 프로젝트, 2024, 애니메이션, 단채널 비디오, 사운드, 약 24분. /아트선재센터
 
한편, 작가 서도호는 2003년 아트선재센터에서 한국 첫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시드니 현대미술관(2022), 로스앤젤레스 카운티미술관(2019), 워싱턴 D.C. 스미소니언박물관(2018), 토와다 현대미술관(2018), 휘트니미술관(2017, 2001), 샌디에이고 현대미술관(2016), 도쿄 모리 미술관(2015), 서울 국립현대미술관(2013)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또한 리버풀비엔날레(2010), 베니스 건축비엔날레(2010), 이스탄불비엔날레(2003), 영국 서펜타인갤러리(2002), 베니스비엔날레 본관 및 한국관(2001) 등 주요 세계 미술관 그룹전에 참여했다. 작가의 작품은 뉴욕 현대미술관, 뉴욕 휘트니미술관,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로스앤젤레스 카운티미술관, 런던 테이트모던, 리움미술관, 모리미술관, 가나자와 21세기현대미술관을 포함한 전 세계 유수의 공공 및 사립 기관에 소장되어 있다. 2017년 호암상을, 2013년 월스트리트 저널 매거진이 선정한 예술 부문 올해의 혁신가 상을 수상한 바 있다. 작가는 전 지구적으로 확장되는 문화의 이동과 차이 그리고 충돌을 개인적인 경험에서부터 공동체적인 기억으로 확장한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