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8.13 15:46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과 한국교회사연구소 실태조사
독일 상트 오틸리엔수도원 아카이브 소장 한국사진 조사 성과 공개
1911년 노르베르트 베버가 촬영한 천연사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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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에도 이 땅에 살던 선조들은 화려한 색 감각을 뽐냈다. 주황색 장옷을 두른 할머니와 연두색, 보라색 저고리를 입은 손주가 함께 카메라에 앞에 섰다. 1910년대 포착된 사진 속 형형색색의 저고리와 목화신을 통해 과거의 생활상을 들여다볼 수 있다.
1910년대 식민지 조선을 찾은 독일 신부들이 당시 풍경과 문화유산을 찍은 사진이 21세기 디지털기술로 복원됐다. 그간 이 사진들은 1909년 조선에 성 베네딕도회 신부들을 선교사로 파견했던 독일 상트 오틸리엔수도원에 보관돼 있었다. 이후 2021년부터 2022년까지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이사장 김정희)과 한국교회사연구소(소장 조한건)가 함께 실태조사를 실시했으며 2024년에는 조사 성과를 담은 도록 형태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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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공개된 사진은 1911년 한국을 방문한 노르베르트 베버(Norbert Weber, 1870-1956) 총아빠스가 당시 최신 기술인 ‘오토크롬(Autochrom)’을 사용하여 천연색 사진을 남긴 점은 한국 사진사에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아빠스는 라틴어로 아버지를 뜻하며, 수도원의 수장을 뜻하는 호칭이다. 오토크롬은 1903년 특허를 받아 1907년 상용화된 유리판을 지지체로 사용하는 천연색 투명 사진으로, 컬러 필름이 출시된 1932년 이전까지 주로 활용된 초기의 천연 사진 기술이다.
사진 자료에서는 과거 선교사들이 운영한 학교 교육 모습, 근대 성당 건축의 초창기 모습, 성곽과 사찰 등 변하거나 사라져 간 우리 문화유산의 본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조사는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자료를 발굴함은 물론, 천연색 사진을 통해 원래의 색을 짐작할 수 있으며, 같은 주제의 사진을 여러 매체로 제작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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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외재단은 이번 연구에서 한국 관련 자료로 분류된 유리건판, 랜턴 슬라이드 및 셀룰로이드 필름 등 총 2077점을 전수조사한 후, 한국과 관련 없는 사진을 제외하고 1874점을 선별하여 보고서에 수록하였고, 그중 118점은 주제별로 분류하여 도판과 해설을 넣어 상세하게 소개했다.
국외재단은 12일 오후 서울 장충동 성 베네딕도회 서울수도원에서 조사 성과 공개 행사를 열었고 김 이사장이 성 베네딕도회 오틸리아연합회의 예레미아스 슈뢰더 총아빠스에게 손수 보고서를 전달하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