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8.09 17:28


윤필현 작가에게 작업이란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말을 거는 과정이다. 작가는 타인과 주고받은 대화를 함축적이면서도 자유롭게 시각화하며 서슴없이 유머러스하게 전면화한다. 일상의 소소한 순간에서부터 뉴스에 나오는 대형 사건, 지인들과의 대화에서 가지를 친 다양한 생각과 예전의 추억에 거슬러 올라가기까지 풍부하고 다채로운 주제들을 작품 속에 담아내고 있다. 작품을 준비하며 영향을 받았던 시간 속 이야기들의 찰나를, 기억 속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릴 수도 있는 순간들을 캔버스에 그림으로써 꼼짝달싹 못하게 가두어 버리며 과거가 되어버린 그 순간들을 현재, 미래로까지 존속시킨다. 그럼으로써 작가에게 영향을 미친 하나 하나의 사건들은 영속적이 된다. 작품은 각각의 사건들의 파편을 엮은 옴니버스식 이야기들이고, 작가는 그러한 이야기들을 예술작품으로 승화시켜 들려주며 관람객들과 소통하는 ‘스토리텔러’인 것이다.
낙서 형태의 자유롭고 빠른 표현을 지향하는 윤필현 작가는 특유의 불완전함과 과감성을 캔버스에 표출하는데, 서로 상충되는 지점의 두 이미지들의 조합은 작가의 화법을 닮아 자유로우면서도 간결한 형상으로 표현된다. 심오하지는 않지만 쉽고 수월하게 즉각적으로 소비될 수 있는 이미지는 인스턴트가 가지는 간편함과 간단함의 매력으로 작용한다. 클래식 회화가 순수성과 전통성을 고집하는 것에 역주행하며 세상의 것들이 더 빨라지고 가벼워지는 요즘 세태처럼 미술을 더 쉽게 접근하고 소비할 수 있는 방법으로 작품을 제작해 예술이란 심오하고 어렵다는 편견을 자지고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에게 시각적인 유희를 선사한다.

윤필현 작가의 화술의 특징은 유치한 비유나 유머를 섞어 상황이나 분위기를 유연하게 만드는 것인데, 작품 속 화면의 구성요소로 십분 활용되는 문자는 작품에 따라 한 단어일 때도 있고 장문의 텍스트로 발현되기도 하는데 이는 소통의 도구를 추가함으로써 화폭에 그려진 이미지와 상호작용을 이루어 작품의 내용 유추를 이끌어 내도록 도와주는 불쏘시개 역할을 하며 관람객들의 상상력을 극대화하고 이해를 돕는 역할을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지금까지 작업한 작품들과 함께 최신작들을 제일 먼저 선보이며 한층 더 깊이를 더한 작품 세계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윤필현 작가는 한세대학교 디자인대학 실내건축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회화과 석사 재학 중이며 다채로운 전시에 참여하며 작품을 출품하는데, 2023 Kiaf에서는 메디힐과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였다.
다양한 소재를 이용하여 기억을 영속시키는 윤필현 작가의 개인전 <<Frameless>>는 명동에 위치한 금산갤러리에서 진행되며, 8월 6일(화)부터 8월 23일(금) 오전 10시부터 18시 30분까지 관람할 수 있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