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산골짜기 부자 모인 마을, 아트페어가 찾아갑니다

  • 김현 기자

입력 : 2024.08.08 15:21

올해 처음 열린 ‘아스펜 아트페어’
미국 콜로라도 아스펜
페로탕 등 세계 각국 22개 갤러리 참가

/@hoteljeromeauberge
 
미국 콜로라도(Colorado) 주에 위치한 아스펜(Aspen)은 로키산맥 인근에 위치한 폐광 마을로, 산업 구조의 변화에 따라 1900년대 중반까지 인구가 감소하고 있었다. 그러나 1950년대부터 클래식 음악 축제가 개최되기 시작했다. 비슷한 시기에 로키산맥의 자연을 활용한 스키장과 리조트가 들어섰다. 자연스럽게 인구는 증가했고, 1980년대에 들어서는 부자들이 휴가철에 머무르는 수백억 원대의 초호화 대저택이 생겨나며 주변에 에르메스, 루이비통, 프라다 등의 명품 브랜드 매장도 함께 생겨났다. 그렇게 아스펜은 명실상부 미국에서 손에 꼽는 부촌으로 거듭났다.
 
아스펜 아트페어 전시 전경. /아스펜 아트페어
 
지난 7월 29일부터 8월 2일까지 ‘아스펜 아트페어’가 처음으로 개최됐다. 세계 곳곳의 갤러리 22곳이 아스펜에 위치한 제롬 호텔(Hotel Jerome, Auberge Resorts Collection)로 몰려들었다. 135년 역사의 제롬 호텔 1박 요금은 디럭스 룸 기준 한화 100만 원이 넘는다. 호텔 방을 전시 공간으로 탈바꿈해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페어를 즐길 수 있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루샤앤코 전시 전경. /루샤앤코
 
이번 행사에는 루샤앤코(Rusha & Co), 페로탕(Perrotin), K컨템포러리(K CONTEMPORARY) 등 굵직한 갤러리가 다수 참여했다. 루샤앤코는 르로이 네이먼(LeRoy Neiman)의 작품을 다수 판매했다고 밝혔다.
 
박가희, 2024, Still Life with Basket. /페로탕
 
페로탕은 장-미셸 오토니엘(Jean-Michel Othoniel), 파올라 피비(Paola Pivi), 조쉬 스펄링(Josh Sperling) 등 세계적인 작가의 작품을 출품해 관람객의 발걸음을 이끌었다. 또 눈에 띄는 점은 바로 뉴욕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아티스트 박가희(Gahee Park)의 작품도 함께 출품됐다는 점이다. 박가희는 1985년생 젊은 작가로, 뉴욕, 파리, 서울, 브루클린, 상하이, 밀라노 등 세계 주요 도시에서 전시를 가졌다.
 
욕조 위에 배치된 작품. /K컨템포러리
 
K컨템포러리는 콜로라도 덴버(Denver)를 기반으로 엘리자베스 알렉산더(Elizabeth Alexander) 등의 작가를 소개한다. 이번 행사에서는 옷장과 책상, 심지어는 욕실까지 작품을 쌓아 올려 호텔 객실 공간을 최대한으로 활용했다. 특히 화장실 위에 마크 데니스(Marc Dennis)의 그림을 걸어 위트를 뽐냈다.
 
아스펜 아트페어 로고. /아스펜 아트페어
 
‘아스펜 아트페어’를 주관한 레베카 호프만(Rebecca Hoffman)은 “페어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갤러리들이 수익을 올려야 합니다. 이를 통해 지속적이고 광범위한 매력을 지닌 페어를 완성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전망은 낙관적입니다.”라고 밝혔다.
 
최근 미술계 불황에도 인구가 만 명도 채 되지 않는 아스펜을 아트 페어 개최지로 선택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에스펀 한 부동산 관계자는, “최근 에스펀에 부동산 거래량이 급등했습니다. 새 집의 빈 벽을 보면 채우고 싶기 마련이죠. 그래서 가구나 미술품에 대한 수요도 동시에 증가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도시의 규모나 전체 인구수보다는 인구 대비 컬렉터의 비율이 높은 쪽을 택한 전략이 먹힌 셈이다. ‘아스펜 아트페어’ 출품작은 파트너쉽을 맺은 아트시(Artsy) 홈페이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8월 29일까지.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