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웅이 전시장으로 불러낸 악당… 개인전 ‘몽타쥬’ 개막

  • 김현 기자

입력 : 2024.07.25 18:46

개인전 ‘몽타쥬: 모든 동화에는 근사한 악당이 필요해’
8월 24일까지 광화문 ACS(아트조선스페이스)
매체 속 다양한 악당 그려낸 신작 20여 점

Montage_Cruella, 2024, oil on canvas, 116.8×91cm. /아트조선
‘몽타쥬: 모든 동화에는 근사한 악당이 필요해’ 전시 전경.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Dissolve' 시리즈 앞에 선 박기웅 작가의 모습.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어디선가 본 얼굴이 시선을 끈다. 작품 앞에 선 관람객은 기억을 더듬으며 과거에 마주쳤던 많은 미디어 속 캐릭터를 떠올리게 된다. 캔버스에 그려진 인물은 주인공에 가려져 서사 뒤로 사라졌던 악당이다. 작가 박기웅은 만화영화 속 ‘빌런’을 재조명하고 자신만의 해석을 담아 작품으로 표현한다.
 
박기웅 개인전 ‘몽타쥬: 모든 동화에는 근사한 악당이 필요해’가 25일 서울 중구 ACS(아트조선스페이스)에서 개막했다. 작가는 그간 그려온 빌런의 형상을 핸드페인팅, 글레이징 등 다양한 기법을 이용해 그려냈다. 이번 전시에서는 누구나 한 번쯤은 봤을 만화영화 속 악당의 모습을 캔버스에 담아낸 것이 특징이다.
 
Distortion_004, 2024, oil on canvas, 162.2ⅹ130.3cm. /아트조선
‘몽타쥬: 모든 동화에는 근사한 악당이 필요해’ 전시 전경.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몽타쥬: 모든 동화에는 근사한 악당이 필요해’ 전시 전경.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전시 제목 ‘몽타쥬: 모든 동화에는 근사한 악당이 필요해’는 드라마 ‘셜록’의 대사에서 따왔다. 악당은 그간 대중매체에서 상투적이고 평면적으로 다뤄졌다. 주인공을 위해, 서사를 위해 희생되기도 했다. 그러나 악당은 극의 풍성함과 긴장감을 위해 꼭 필요한 존재로, 이들의 행동 배경과 동기를 이해하면 작품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21년 차 배우인 박기웅은 드라마 ‘추노’, ‘각시탈’, 영화 ‘최종병기 활’ 등 여러 작품에서 악역을 도맡아 뛰어난 연기력으로 인정받았다. 박기웅은 연기를 하며 선과 악의 고정관념에 대해 의문을 가져왔다. 이번 전시는 오랜 시간 간직한 작가의 고민이 작품으로 표현되며 악당의 몰랐던 이면을 발견할 수 있다.
 
관람객 앞에서 전시에 대해 설명하는 박기웅 작가의 모습.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몽타쥬: 모든 동화에는 근사한 악당이 필요해’ 전시 전경.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이날 전시장을 찾은 한 관람객은 “어릴 적 만화영화 속에서 봤던 악당도 있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캐릭터도 만나게 돼 재미있었다. 만화 캐릭터를 단순히 화폭에 옮긴 것이 아닌 작가만의 시선을 담아 다채롭게 표현한 것 같아 뜻깊게 느껴졌다.”라고 감상평을 전했다.
 
이번 전시는 ‘완전한 선한 역이 존재하는가?’, ‘악역은 선한 역이 될 수 없는가?’ 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인간은 복잡하고 다양한 이면을 가지고 있다.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졌던 편견과 고정관념을 깨트리며 새로운 미학적 가능성을 선사한다. 또한, 어릴 적 보았던 만화 속 캐릭터를 성장 후 다시 되짚어보면서, 삶이란 이해하지 못한 상대를 이해하고 자신도 그 입장이 될 수 있음을 인정해 나가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세상을 보는 또 다른 시각을 제시한다.
 
Dissolve_Doflamingo, 2024, oil on canvas, 72.7×60.6cm. /아트조선
Dissolve_Cruella, 2024, oil on canvas, 72.7×60.6cm. /아트조선
Dissolve_Joker, 2024, oil on canvas, 72.7×60.6cm. /아트조선
Dissolve_Vegeta, 2024, oil on canvas, 72.7×60.6cm. /아트조선
 
작품은 ‘Montage’ 시리즈 등 작가의 신작 38점이 내걸린다. 특히 무채색 바탕 위 초록색 글레이즈 기법이 돋보이는 ‘Dissolve’ 시리즈는 마치 현상수배 전단처럼 균일하게 악당의 모습을 그려냈다. 이에 대해 작가 박기웅은 “지난 전시에서 악역 여러 명을 다뤘는데, 그 안에서도 주연과 조연이 나뉘었습니다. 모두 동등하게 보이기 위해 같은 사이즈, 같은 액자를 사용했는데도요. 그 점이 재미있는 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전시 역시 공평하게 악당을 선정했는데 관람객분께서 어떻게 보실지 궁금합니다.”라고 전시에 대한 기대를 밝혔다.
 
‘몽타쥬: 모든 동화에는 근사한 악당이 필요해’ 전시 전경.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몽타쥬: 모든 동화에는 근사한 악당이 필요해’ 전시 전경.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이번 전시는 박기웅이 전시 텍스트와 포스터를 이용해 전시장 입구 벽면을 직접 꾸며 눈길을 끌었다. 자유분방한 필체와 거친 터치로 매력을 선사한다. 때문에 전시를 찾은 관람객은 본격적으로 작품을 감상하기에 앞서 전시 의도와 분위기를 더 잘 파악할 수 있다. 전시는 8월 24일까지. 무료. 화~토 10:00~18:00. (02)736-7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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