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6.24 16:27
[다양한 사례로 알아보는 미술과 건축의 관계]
JYP엔터테인먼트, 유현준이 설계한 신사옥 조감도 공개
이뎀건축사사무소 건축가 곽희수, 건축 저작권 침해 분쟁에서 ‘승소’
‘더 팰리스 73’ 분양권, 서울옥션 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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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JYP엔터테인먼트는 강동구 고덕비즈밸리에 지어질 지하 5층~지상 22층 높이에 연면적 5만9475㎡ 규모 신사옥의 조감도를 공개했다. 해당 건물은 ‘알쓸신잡’ 등 다양한 방송프로그램에서 이름을 알린 건축가 유현준이 설계 공모에 선정됐다.
자하 하디드 아키텍츠, 헤더윅 스튜디오 등 유명 설계회사도 함께 공모에서 경합해 눈길을 끌었다. 그간 건축물은 예술적 가치보다는 실용적 가치를 중심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자하 하디드(Zaha Hadid)가 설계한 DDP, 안도 다다오(Tadao Ando)의 뮤지엄 산, 마리오 보타(Mario Botta)의 강남역 교보타워 등의 건축물을 통해 디자인을 선보인 ‘작가’에게로 시선이 옮겨가고 있는 추세다. 따라서 사람들은 건축물을 설계한 건축가의 의도를 이해하고 고유한 아이덴티티를 찾기 위해 직접 건축물을 방문하고, 예술작품처럼 향유하기도 한다. 얼마 전 열린 뮤지엄 산의 전시 ‘안도 타다오-청춘’이 그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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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많은 사람이 건축물을 대하는 태도에는 ‘작가주의’를 포함하고 있는 듯하다. '작가주의'는 한 편의 영화에서 중심적인 인물은 감독이며 따라서 감독은 작가와 같은 역할을 한다는 영화 이론이다. 건축물 역시 중심적인 인물은 건축가며, 건축가가 작가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이해하면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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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9월에는 건축계에 기념비적인 사건이 있었다. 이뎀건축사사무소 건축가 곽희수가 설계한 부산 기장의 카페 ‘웨이브온’의 디자인이 울산 북구의 한 카페에 도용당했고, 이에 법원은 저작권과 전시권을 침해했다며 울산 북구의 카페에 ‘철거 명령’을 내린 것이다. 이 판결은 건축 저작권 침해 분쟁에서 ‘철거 명령’을 내린 최초의 사례다. 이는 건축물을 사진이나 그림 같은 예술품으로 보고, 전시권이 있다고 인정한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부동산 분양권이 미술 경매에 출품되는 데에 이르렀다. 25일 오후 신사동에서 열리는 서울옥션 경매에 반포동 ‘더 팰리스 73’의 오피스텔 1개 호실이 시작가 160억 원에 나온다. 기존 분양가는 210억 원 수준으로, 시작가가 50억 원 저렴한 셈이다. ‘더 팰리스 73’은 '건축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은 미국 건축가 리차드 마이어가 설계에 참여한 주거 시설이다. 전체 73개실 중 출품된 오피스텔에 한해 마이어가 세운 건축사 마이어 파트너스가 내부 인테리어를 담당하고 서울옥션이 아트 컨설팅을 제공한다. 부동산 분양권이 미술 경매에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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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옥션은 "출품 물건이 단순한 부동산 이상으로 지니게 될 희소성과 예술적 가치를 감안했다"며 "앞으로도 예술 애호가들이 예술을 만나고 향유할 수 있는 더 다양한 형태의 상품을 발굴하고 소개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분양 홍보에 미술이 소비됐다는 부정적 의견도 있다. 이미 지어진 오피스텔을 판매하는 것이 아닌, 아직 지어지지도 않은 건물의 분양권을 옥션을 통해 거래한다는 것이 기존 미술 거래 형식으로는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오늘날의 미술품은 예술 작품과 재산의 개념이 합쳐진 복합적 결과물로 취급받는다. 그러나 이번 옥션에서는 아무리 유명 건축가의 설계로 탄생한 건물이라도, 아직 ‘예술성’이라고 할만한 것을 갖추지 못했고, 경매를 통해 기존 분양가보다 싸게 분양받을 수도 있다는 부동산 투자적 관점만 강조된다고 평가된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