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속 숨은 이야기와 숨바꼭질 해볼까… 이명미 개인전

  • 김현 기자

입력 : 2024.06.17 14:09

7월 27일까지 청담동 피앤씨갤러리

꽃 그리기, 2024, colored pencil, acrylic on paper, 56x76.5cm. /피앤씨갤러리
Landscape, 2024, oil pastel, colored pencil on paper, 78x106.5cm. /피앤씨갤러리
 
오는 18일부터 7월 27일까지 이명미(74) 개인전 ‘숨바꼭질: Hide and Seek’이 청담동 피앤씨갤러리 서울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드로잉을 통해 이명미의 작품이 가진 위트와 철학을 드러낸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이명미의 가볍고도 재치 있는 드로잉 작품에 둘러싸여 각 작품이 가진 이야기를 추측하게 된다. 이는 마치 숨바꼭질을 하는 듯한 경험을 선사하며, 미로를 헤쳐 나가는 것과도 비슷하다. 작가는 매일의 드로잉을 통해 고정된 것 없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계를 탐구한다. 작가의 작품 속에서는 모든 것이 조건에 따라 움직이고 변화하며, 고정된 형태는 없다. 이를 통해 작가는 모든 경계 사이에서 생동감 넘치는 드로잉을 표현한다.
 
작품 속 인물의 흐릿한 눈과 코, 그리고 그려지지 않은 입은 우리가 찾고자 하는 진실이 항상 눈앞에 있으면서도 결코 잡히지 않는 것처럼, 이명미의 드로잉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작가는 대상이 인식되기 직전의 찰나를 포착해 우리가 익숙하다고 생각하는 것의 본질을 흔든다. 따라서 작품은 그림으로만 머무르지 않고, 평소에 놓치고 있던 세계의 미묘한 변화를 깨닫게하는 바로미터가 된다.
 
Untitled, 2020, acrylic on linen, 163x130cm. /피앤씨갤러리
‘숨바꼭질 : Hide and Seek’ 전시 전경. /피앤씨갤러리
 
한편 이명미는 1970년대 이우환, 박서보 등과 함께 한국 실험미술운동을 이끈 1세대 작가다. 당시 전위예술 운동은 지극히 남성 중심의 미술운동으로 여성작가는 소수만 존재했다. 이명미는 주로 설치나 퍼포먼스가 주를 이루던 경향 속에서도 마치 유아기의 어린아이가 그렸을 법한 과감한 화면을 시도했는데 그 자체가 ‘이런 그림도 현대미술의 언어로서 가능하다’를 보여주는 매우 선언적임과 동시에 파격적인 전위였다. 70년대와 80년대, ‘여성작가’가 견뎌야 했던 근대와 현대 두 세계의 패러다임을 이명미는 현재까지도 일관된 주제와 어법으로 풀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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