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5.30 13:11
이지수·양벼리·이수빈 신작 출품
6월 23일까지 용산동 상히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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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작가 이지수(24)·양벼리(25)·이수빈(25) 3인의 작품 세계를 소개하는 그룹전 ’440Hz’가 6월 23일까지 상히읗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세 명의 작가가 각각 겪고, 경험하고, 생각한 불안과 혼돈이라는 주제 아래 제작된 신작을 선보인다. 440Hz는 ‘콘서트 피치’로 통용되는 음높이다. 오케스트라와 같은 합주 시에 다양한 악기의 피치나 음계를 표준화하기 위해 사용되는 음역대로, 국제적으로 널리 인정받는 표준이지만 동시에 인간으로 하여금 ‘불편한’, ‘억압적인’, ‘편협한’ 등의 형용사로 묘사되기도 한다. 따라서 이번 전시의 이지수·양벼리·이수빈은 각자가 마주하는 불안이라는 평행선에서 신인이라는 지점으로 교차한다. 또한 세 작가는 나이가 비슷하고, 모두 같은 대학에서 수학했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이번 전시에서는 같은 배경을 공유하면서도 각자만의 개성으로 균형을 찾아가며 불편한 주파수 아래서 세상과의 조율을 시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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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수는 이미지가 범람하는 동시대적 상황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더 나아가 즐기는 태도로 작업에 임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신작 작품은 작가가 겪은 사적인 사건으로부터 비롯된다. 어느 늦은 밤, 누군가 그의 집에 침입을 시도했고, 작가는 이 상황을 집안에서 숨죽인 채 지켜보며 불안에 떨어야만 했다. 촛불을 켜거나, 서로가 껴안고 있는 일상적인 장면들을 조각내고, 재조합하고, 그 위에 비정형의 홈을 파낸 일련의 회화 작품에서 작가가 당시 느낀 불안감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작품 속 비정형의 홈은 마치 시선과 같이 작용한다. 바라보는 각도나 시선에 따라 드러나기도, 사라지기도 하는 환영성을 가진 이 ‘홈’들은 본인의 집에 침입을 시도했던 자의 형체를 모름에도, 그 존재 자체, 그리고 당시 느꼈던 불안만으로도 일상에 생긴 균열을 보여준다. 이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이 느끼는 실체 없는 존재에 대한 불안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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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빈은 점진적 기술 혁신이 도래할 미래에 대한 이수빈이 구현하는 화면은 자유롭게 조각나 있다. 이는 20세기를 가로지르며 등장한 기계 산업과 그가 초래한 혼돈과 혼종의 이미지를 작가만의 고유한 어법으로 시각화하고 나열한 결과다. 오늘날의 사회 속에서 자연과 생명, 기계의 간극이 모호해지고 인간의 지각은 점차 디지털화 돼간다. 작가는 이 안에서 발생하는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감정에 주목해 기계와 생명이 한 화면에 어우러졌을 때 발생하는 묘한 분위기를 표현한다. 특히, 작가는 모노톤의 작품을 통해 인간이 실제로 느끼고 상상하는 장면을 디지털 미디어와 뚜렷하게 구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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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벼리는 빛을 소재로 거시적 세계와 이상 세계를 상상하며 작업한다. 우리가 관측하는 별이 사실은 체감도 어려운 거리에 떨어져 있고, 그중 수많은 별은 이미 소멸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시간과 공간의 기이함을 느낀다. 양벼리의 화면 안 빛은 작가가 상상하고 구축한 세계로 이는 우리가 눈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크고 깊은 화면 너머의 세상으로 존재한다. 작가는 의식과 인식의 한계를 체감하며 느끼는 감정을 회화적 충동으로 삼는다. 작가는 캔버스를 통해 세상에 닿고, 연결되기를 시도한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