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카 프라도 'WATER TURNS INTO DIET COKE'

  • 김현 기자

입력 : 2024.05.16 17:34

●전시명: ‘WATER TURNS INTO DIET COKE’
●기간: 2024. 5. 22 ─ 6. 15
●장소: G GALLERY(서울시 강남구 삼성로 748 지하 1층)
WATER TURNS INTO DIET COKE, 2024, 석고, 지름 30cm. /지갤러리
 
G Gallery는 오는 5월 22일부터 6월 15일까지 《WATER TURNS INTO DIET COKE》를 개최한다. 가상 인물로 설정한 포르투갈 리스본 태생의 개념미술가 마이카 프라도의 작품은 당연한 것만 같은 눈앞의 상황과 현실에 대치하는 매우 그럴싸하지만 불가능하거나 예측 불가의 결과를 제시함으로써 전환된 인식의 경험을 이끈다.
 
유난히 얇은 페스트푸드점의 음료 컵 뚜껑에는 어떤 음료가 들어있는지 알 수 있는 볼록한 표시란이 있다. DIET에 표시가 되어 있는 뚜껑이 덮인 컵을 받았을 때 그 안에 다이어트 콜라가 들어있을까? 만약 컵에 물을 붓고 뚜껑을 덮은 뒤 “DIET”가 적힌 표시란을 누르면, 그 안에 담긴 것은 물일까? 다이어트 콜라일까?
 
중남미의 한 접경지역에서 “Diet Coke with Lima”를 주문하면 누군가는 레몬이 담긴 다이어트 콜라를 받게 되고, 누군가는 라임이 담긴 잔을 받게 된다. 마이카 프라도의 콜라에는 라임이 들어있을까? 레몬이 들어있을까? 그리고 그것은 다이어트 콜라로 순식간에 바뀌어버린 물이었던 것은 아닐까?
 
WATER TURNS INTO DIET COKE, 2024, 단채널 비디오, 4:3, 2.8K, 흑백, 사운드, 2분 8초. /지갤러리
 
마이카 프라도가 제시하는 모든 상황과 연동하여 떠오르는 물음표는 기표(signifier)와 기의(signified)의 미끄러짐으로 가닿는다. 단단하게 결속되어 있다고 여겨지는 기표와 기의의 관계는 문자이자 소리인 기표가 어디서, 어떻게, 누구에 의해 쓰이느냐에 따라 보편성을 잃고 분절되며, 개별화된다. 기표와 기의가 구조적으로 불완전한 관계를 맺는 상황에서 나의 ‘라임’은 너의 ‘레몬’이다. 그리고 커튼 뒤에 놓인 레몬/라임은 노란색의 껍질을 가지고 있을 수도, 초록색의 표면일 수도, 아니면 주황색의 동그란 무언가일 수도 있다. 그것도 아니면 동그랗지도, 단단하지도, 노랑이나 초록, 주황이 아닐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A MOONLIT NIGHT, 2024, 단채널 비디오, 4:3, 2.8K, 컬러, 사운드, 3분 57초. /지갤러리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태어나 1950년대 활발히 활동한 개념미술가이자 사진가, 시인, 그래픽 디자이너인 가상 인물 마이카 프라도의 작품이 한국의 작가 표민홍에 의해 재현된다. 마이카 프라도는 아주 자명하고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일들이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제기함으로써 그 안에서 벌어지는 마법적 상상력을 아무렇지 않게 자극한다. 그로 인해 우리가 보편적이라 믿고 있는 인식으로부터 미끄러지며 기표와 어긋나버린 기의를 마주하는 것이다. 매우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상황에 미묘하게 묻힌 작은 의문으로부터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받아들이는 고정된 언어와 현실에 대한 관념에 도전하고, 창의적인 변주를 끌어낸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