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5.03 10:29
●전시명: ‘생명을 향한 꿈의 여정’
●기간: 2024. 5. 7 ─ 6. 14
●장소: 성수동갤러리(서울시 광진구 뚝섬로길 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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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가 황인철(1952~)의 초대전이 ‘생명을 향한 꿈의 여정’이란 제목으로 성수동갤러리(대표 박명호)에서 열린다. 작가 데뷔 40년을 기념한 이번 전시에는 3미터 넘는 대작을 비롯해 20점의 ‘생명’ 시리즈 작품을 선보인다.
황인철의 작품들은 얼핏 새나 물고기, 인체의 형상 등이 연상되지만, 구체적인 형상에 갇혀 있진 않다. 대상의 본질적인 원형을 좇아 생명성의 이미지를 조형적으로 옮기고 있다. 특히 두세 개의 형상이 한데 어우러져 한 몸이 된 듯한 작품에선 유기적인 율동감이 전해진다. 여기에 매끄럽고 부드러운 질감과 양감은 특유의 유연함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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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공예와 조각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독창적인 조형어법을 구축해온 황인철의 작품은 시대를 초월한 화두로써 ‘생명의 영원성’을 담아내고 있다. 이번 전시를 주최한 성수동갤러리 박명호 대표는 “황인철 작가는 오랜 세월 인간 내면에 스며든 ‘생명성에 대한 경외감’을 시각적으로 함축해낸 작품으로 많은 주목을 받아오고 있다”라며, “마치 생명을 잉태한 모성적 본능을 추출해 조형화한 결과물”이라고 밝혔다.
영원한 생명-나무와 새, 영원한 생명-환희, 영원한 생명-욕망, 생명의 굴레 …. 작품 제목에서 짐작되듯, ‘생명’이란 주제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대상과 상징적인 감성을 하나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간혹 여체가 지닌 곡선미로 원초적 아름다움을 은유적으로 묘사했는가 하면, 역동적인 무용수의 춤사위를 순간적으로 포착한 순발력도 보여준다.
황인철의 조각은 지극히 계획적이고 의도된 생명성에 대한 해석으로 출발했지만, 작품의 완성 단계에선 우연성을 가미한 유기적 조화로움이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육감적인 선의 흐름과 음악적 선율의 리듬감이 함께 만나 한 편의 음악을 시각화한 매력적인 작품들로 큰 흥미로움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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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철의 작품을 보면 조형적으로 즉흥적이고 세련된 감각이 돋보이는 작품들은 현대조각의 역사에서 두각을 나타낸 다른 추상조각들과 연결고리를 찾을 수도 있다. 바로 루마니아의 콘스탄틴 브랑쿠시(Constantin Brancusi) 혹은 영국의 헨리 무어(Henry Moore)가 연상된다. 원시적인 조형성에 주목하고, 대지에서 뻗어나는 생명력 넘치는 작품 속 에너지는 서로의 작품들을 관통하는 공통점이다.
또한 추상적 형태의 예술적 가능성과 조각 재료의 고유한 물질성을 탐구했다는 점도 유사하다. 이처럼 동서양의 감성이 곁들여진 황인철의 작품은 지난 40여 년간 실용미술과 순수미술 범위를 혼합한 조형적 실험성으로 새로운 드라마를 연출해오고 있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