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매체 속 물질을 현실에서 만난다면?

  • 김현 기자

입력 : 2024.04.16 14:49

4월 17일부터 5월 11일까지 청담동 지갤러리

허물 #2-2, 2023, 실리콘, 지퍼, 천, 양모, 236x1526x10cm. /지갤러리
허물 #4-1, 2023, 폴리우레탄, 실리콘, 지퍼, 양모, 천, 192x778x13cm. /지갤러리
 
4월 17일부터 5월 11일까지 지갤러리에서 Great Exhibition 선정 작가 장효주(36)의 개인전 ‘육안으로는 관찰하기 어렵습니다’가 열린다. Great Exhibition은 지갤러리의 신진 작가 육성 프로그램이다.
 
작가는 휴대폰과 모니터를 통해 이뤄지는 시각 경험에 대해 질문을 던지며 디지털로 접하는 파생 이미지가 과연 현실에서 마주하는 실제와 동일한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실험적인 조각 작업으로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그간 고민해 온 ‘보이지만 만질 수 없는’ 특성이 두드러지는 디지털 시대의 촉각성에 대해 다루고 있다. 전시장에서 마주하는 작품은 겉보기에는 실재로의 접근에 제약이 없는 모습을 하고 있다. 감상자와 같은 차원에 존재하며 다각도로 관찰이 가능한 형태의 실리콘 조각은 벽에 걸리거나 천장에 매달린 채 공간을 점유한다. 작가는 3D 프로그램을 이용해 입체적인 형상을 구현하던 중 물리적 매체를 다루는 과정과 동일하게 재료를 자르거나 붙이는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끝내 남는 결과물은 덩어리가 부재한 껍데기 뿐임을 발견한다. 이후 ‘레이어’ 등과 같이 3D 프로그램 내에서 존재하는 개념을 실재하는 조각에 적용하는 시도를 거듭하고 있다.
 
허물 #4-2, 2024, 폴리우레탄, 실리콘, 지퍼, 양모, 천, 버클, 112x119x106cm. /지갤러리
 
‘두산아트랩 전시 2023’을 통해 처음 선보였던 ‘허물’ 시리즈에서 한 단계 진화해 끝까지 채워져 있던 지퍼를 내린 채 입구를 활짝 벌리고 있다. 그러나 내부를 더 자세히 살펴보는 순간 실재적 물질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게 된다. 내장을 내보이며 갈라진 피부 속에는 투명한 또 한 겹의 막이 자리를 잡아 다가갈 수 없게 막는다. 안쪽에 담긴 실체를 직접 확인할 방법은 없다. 그저 육안으로 표면만이 감지될 뿐 촉각이나 여타의 감각적 경험은 보는 이의 상상에 맡겨져 지퍼가 단단히 채워진 후미와 크게 다르지 않은 상태임을 되새기게 한다. 이는 모니터 화면 안에 갇힌 세계를 향해 손을 뻗어도 기기의 표면에만 머무르는 현실을 상기시킨다.
 
‘육안으로는 관찰하기 어렵습니다’ 전시 전경. /지갤러리
‘육안으로는 관찰하기 어렵습니다’ 전시 전경. /지갤러리
 
작가가 제시하는 상황은 익숙한 동시에 낯설다. 닿지 못하는 것이 당연한 화면 속 물체를 조각으로 설정할 경우, 전시장에 방문해 실체와 마주하는 경험이 대체될 수 있을까? 시각적으로만 접근하던 대상에게 촉각의 성질을 부여함으로써 작가는 조각을 안일하게 정의하지 않기를 권한다.
 
한편, 이번 전시는 뮌헨, 서울에 이은 장효주의 세 번째 개인전이다. 작가는 울산시립미술관, 두산갤러리, 웨스, 뮌헨시립미술관 등에서 그룹전에 참여했고, 울산시립미술관과 뮌헨시립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