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해진 화랑미술제… 변화를 맞는 지금, 갤러리는?

  • 김현 기자

입력 : 2024.04.05 15:52

국내 정상급 갤러리 156여 곳 참여
7일까지 코엑스 3층 C·D홀

전광판 전경. /한국화랑협회
 
길게 줄을 이어 ‘오픈 런’의 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던 2년 전에 비해 이번 2024 화랑미술제는 입구부터 한산했다. 2024 화랑미술제가 열린 지난 4일(목) 코엑스 C·D홀에서 만난 갤러리 관계자들은 “화랑미술제가 예년에 비해 잠잠해진 듯하다”라며 입을 모았다. 작년, 세계적 긴축정책으로 인한 경기침체의 여파로 미술시장이 축소되며 2023 화랑미술제 또한 일부 영향을 받았는데, 올해는 더 심화된 것이 아니겠냐는 관계자 측 설명이다.
 
1979년 시작된 화랑미술제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아트페어로 오랜 전통과 역사를 가지고 있다. 키아프(KIAF)와는 달리 한국화랑협회에 등록된 갤러리만 참여할 수 있어 외국계 갤러리의 참여는 제한된다는 점이 큰 특징이다. 또한 신진작가를 직접 발굴하고 주목해 부스를 지원하는 ‘ZOOM-IN Edition 5 특별전’은 화랑미술제만의 차별화 지점이다. 올해는 곽아람, 김보경, 김한나, 송지현, 심예지, 이성재, 이호준, 장수익, 최명원, 최혜연 10명의 작가가 공모를 통해 선발돼 작품을 선보인다.
 
노은주, 스틸 라이트 1, 2023, 캔버스에 유화, 72.7x53cm. /갤러리바톤
박노완, 안경을 쓴 석고상, 2023, 캔버스에 수채, 99.8x80cm. /스페이스윌링앤달링
김혜나, Mama's summer lunch table, 2022, 캔버스에 유화, 117x91cm. /이유진갤러리
 
전반적으로 잠잠한 분위기에도 몇몇 갤러리의 약진이 돋보였다. 국제갤러리의 칸디다 회퍼 (Candida Hofer), 장-미셸 오토니엘(Jean-Michel Otoniel), 김윤신과 표갤러리의 김창열, 두루아트 스페이스의 유선태 등 유명 작가 작품이 탄탄한 판매고를 올렸고, 갤러리 BHAK의 민킴, 순재, 갤러리위의 고스(gosce)와 같은 신진 작가의 작품도 판매됐다. 그러나 별다른 판매 실적을 올리지 못한 갤러리도 있었다. 이에 대해 다소 실망스러운 초반 분위기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주말까지 조금 더 기다려봐야 판가름할 수 있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아트사이드 갤러리 부스 전경. /아트조선
 
이럴 때일수록 성과를 개선할 방법을 자연스레 모색하게 된다. 이번 화랑미술제에서도 저마다의 해결 방안으로 분위기를 전환하고자 하는 갤러리의 부스가 돋보였다. 아트사이드 갤러리는 오병욱(65)의 솔로부스를 꾸렸다. 생명의 모태이자 포용력을 상징하는 바다 작품 8점만이 심플하게 내걸려 부스의 여백과 어우러지며 작품이 가진 매력을 그대로 관람객에게 전달했다. 오병욱은 아트사이드 갤러리 전속 작가로 올해 중 개인전을 기획하고 있었으나, 페어 부스를 개인전 공간처럼 큐레이팅해 관람객에게 선보이는 건 어떻겠냐는 제안으로 이번 부스를 기획하게 됐다. 대부분의 갤러리는 많은 작가와 작품을 보여주기 위해 부스 벽면을 가득 사용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아트사이드 갤러리는 작품을 소수만 내걸어 오히려 시원시원한 바다 작품의 매력을 보여줬다.
 
이길이구 갤러리 부스 전경. /아트조선
 
이길이구 갤러리는 설치미술가 홍유영(49)의 단독 부스를 선보였다. 아트페어에서 설치 작품을 출품하는 갤러리는 많지 않다. 그러나 이길이구 갤러리 관계자는 “단기간의 상업적인 목표 달성보다는 중장기적 안목으로 관람객에게 작가를 소개하며 특별한 예술적 경험을 선사하는 것에 초점을 뒀다”라고 말하며 이번 부스를 준비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홍유영은 도시공간의 물질과 구조에 대한 해석을 통해 현대 사회와 자본주의 도시화 과정의 복잡한 층위를 드러낸다. 부스에서는 설치 작품을 비롯한 작가의 사진 작업 또한 만나볼 수 있다.
 
예화랑 부스 입구. 대형작품 ‘Motaru’가 이목을 집중시킨다. /아트조선
 
예화랑은 아트페어에 항상 솔로부스만을 선보여왔다. 이번 2024 화랑미술제도 마찬가지였다.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한자리에 소개하는 것도 좋지만 짧게 보고 지나가게 되는 아트페어 특성상 한 작가의 작업만 깊이 있게 소개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번 2024 화랑미술제에서는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팝아티스트 아트놈(53) 작가를 앞세웠다. 작가는 스스로를 재미주의 작가라고 말하며 보는 이로 하여금 즐거운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캐릭터를 통해 작품을 선보인다. 부스 입구에는 초대형 풍선 구조물을 배치해 관람객의 시선을 이끌었다.
 
참여 갤러리 뿐만 아니라 화랑미술제 측도 예년에 비해 젊은 작가를 적극 지원하고 젊은 컬렉터의 눈높이에 맞는 ARTIST TALK(아티스트 토크) '2024 컬렉팅 가이드', '컬렉터를 위한 미술법 이슈', '아트에서 찾는 비즈니스 인사이트: 아티스트의 경제적 창조력' 등의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등 다방면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주말을 앞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귀추가 주목된다. 2024 화랑미술제는 7일(일)까지 이어진다.
 
화랑미술제 전경. /아트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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