턴테이블 위 LP 대신 올라간 바위… 배영환 개인전 ‘So Near So Far‘

  • 김현 기자

입력 : 2024.03.29 17:56

뇌파 통해 그려낸 내면세계
7년 만의 개인전
5월 4일까지 성북동 BB&M

Mindscapes No. 2 (Hot ashes for trees), 2024, artist’s EEG data, 3D-printed relief, acrylic paint, gold metal leaf on panel, framed, 117x92cm, /BB&M
‘So Near So Far‘ 전시 전경. /BB&M
 
뇌파가 예술이 될 수 있을까? 배영환(55) 개인전 ‘So Near So Far‘에서는 작가가 과거 즐겨 들었던 노래를 기타로 직접 연주하며 수집한 뇌파 데이터를 자체적인 프로그램으로 변환해 평면 작업으로 선보인다. 얼핏 보면 등고선 같기도, 위성을 통해 내려다본 지도 같기도 한 작품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경로를 추적하게 한다. 실제로 작가는 “삶이란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하며 뇌파가 제시한 길을 일종의 지도처럼 관람객에게 제시한다.
 
그러나 작가는 결국 길을 잃는다. “아무리 찾아도 결국 자아에 대해서 알지 못하겠다”라며 자신의 아름다운 실패를 관람객 앞에 가감 없이 드러낸다. 실패의 결과물은 작품 위 작가가 하나하나 오려 붙인 금박으로 남는다. 금박은 예로부터 자기 수련을 상징한다. 세밀함을 요구하면서도 반복적인 작업을 통해 내면을 가꿔나가기 때문이다. 전시 제목인 ‘So Near So Far‘ 역시 때로는 가깝게 느껴지지만 때로는 멀게 느껴지는 자기 자신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전시장 중앙에는 흑경 좌대에 산산이 부서진 병 조각과 그 위에 놓인 투박한 모습의 기타가 있다. 또한 턴테이블도 함께 올려져 있는데 LP가 있어야 할 자리엔 바위가 빙글빙글 돌고 있다. 작가는 이를 통해 완벽한 음을 재현하는 것, 그리고 부서진 것을 온전하게 만든다는 것의 불가능함을 시적으로 암시하고 있다. 이 작품은 ‘처음처럼(2024)’으로, 전시장 문을 열면 한눈에 보이는 위치에 전시돼 있다. 따라서 관람객은 해당 작품으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짐작하며 전시장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Mindscapes No. 14 (Keeps me searching), 2024, artist’s EEG data, 3D-printed relief, acrylic paint, gold metal leaf on panel, framed, 91x73cm. /BB&M
Mindscapes No. 13 (Cold comfort for change), 2024, artist’s EEG data, 3D-printed relief, acrylic paint, gold metal leaf on panel, framed, 117x92cm. /BB&M
‘So Near So Far‘ 전시 전경. /김현 기자
 
5월 4일까지 성북동 BB&M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 ‘So Near So Far‘는 배영환의 7년 만의 개인전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작가는 그간 조각, 회화, 드로잉 등 다양한 매체와 더불어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전방위적 활동을 펼쳐왔다. 특히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 사이 발표된 작가의 대표작 중 일부는 그의 청년 시절 권위주의적 사회에 대한 저항적 시로 통용됐던 한국 가요의 감상적 노랫말을 기반으로 한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서는 외부 세계에 대한 시선보다는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며 보편적이면서도 아이코닉한 팝송을 다루는 작가의 변화를 지켜볼 수 있어 더욱 뜻깊다.
 
배영환 작가 프로필 사진. /BB&M
 
한편, 작가는 뉴 뮤지엄(뉴욕), 민생현대미술관(상하이), 아시아미술관(샌프란시스코), 모리미술관(도쿄), 국립현대미술관(과천) 등 세계 유수 기관의 전시에 참여했고, 샤르자비엔날레, 아시아아트비엔날레, 베니스비엔날레 등 다수의 국제 비엔날레에 초청됐다. 작가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리움미술관, 아트선재센터, 도쿄 모리미술관에 소장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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